▲ 권혁주 부여군농민회 정책실장 |
정부가 노력하고 있다는 주요내용은 곡물 수입가격 상승에 따른 업계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올해부터 옥수수, 대두의 할당관세를 내리는 것과 중장기적으로는 곡물 수입선을 미국ㆍ호주ㆍ중국 중심에서 동남아ㆍ남미지역 등으로 확대해 위험을 분산시킨다는 것이다. 또한 해외곡물생산 기지를 건설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국제곡물가격 폭등에 대해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방안들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밀과 옥수수의 현행 관세율은 0.5% 밖에 되지 않아 무관세화 한다하더라도 실효성이 없다고 봐야 하며 수입선을 확대하는 것도 곡물수출국들이 자국곡물 수출을 제한하고 있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의도대로 되겠는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 해외곡물생산기지 건설 역시 해당국의 곡물수출에 대한 정치적 상황과 경제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어 쉽지 않은 문제다.
정부대책의 가장 큰 한계는 우리나라의 자체적인 곡물 생산과 수급에 중심을 두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농업은 정부의 비교우위 논리에 의해 끊임없이 개방화·시장화를 강요당해 왔다. 그러나 최근 국제곡물가격 폭등과 영향을 통해 소위 국제경쟁력이 있는 부문에 집중하고 취약한 부문은 타국과의 교역을 통해 해결하면 된다는 비교우위 이론은 최소한 농업부문에서는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식량위기의 시대엔 돈이 있어도 충분한 양의 곡물을 마음대로 살 수 없을 수도 있다. 자국의 식량수급이 불안한 상황에서 주요 곡물수출국들은 자국의 실리를 우선적으로 추구할 수밖에 없으며 다국적기업은 이 기회를 이용해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자유주의 개방농정으로 망가질 대로 망가진 한국농업은 이제 국가의 책임 하에 국민적 동의를 확보하는 과정을 통해서 회생시켜 나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 과제의 핵심이면서 식량위기의 시대를 극복할 근본적인 대책은 '식량주권'을 실현하기 위한 국내의 식량자급력을 우선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들에게 안전한 먹을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일정정도의 자급력을 갖추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기 위한 국내 식량자급률 목표수준 설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농민단체들과 시민사회단체가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식량자급률 목표수준 법제화' 요구에 대해서 신자유주의 개방농정이라는 유령에 사로잡혀 지금까지 유야무야하고 있다.
'식량주권'은 농민과 소비자인 국민과 국가가 자연자원, 일상적인 생산과 소비, 생활의 전 과정에서 식량과 관련한 자기 결정권을 확립하고 행사하는 권리다. 따라서 '식량주권'은 농민들만의 정책이 아니라 국민 모두에 대한 정책이다. 국가는 이를 실현하기 위한 농지보전, 수자원보호, 종자보호, 자연환경 고려, 생산방식, 농가소득 보장, 먹을거리 안전성 확보 등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제반의 정책을 추진해야하는 책임이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또한 신자유주의 농업정책을 더욱 노골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 상당히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식량위기 시대에 한국농업이 뿌리 째 흔들릴 수 있는 한미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더욱 면밀한 검토 없이 조기비준을 강행하고 다른 나라와의 FTA를 연속적으로 추진할 의지를 강하게 피력하고 있다. 그리고 식량생산을 위한 농지가 부족해서 해외농지개발까지 검토하는 와중에 거꾸로 농지규제를 완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먹을거리 안전성에 있어서도 국민들의 요구와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5월부터 국제곡물가 상승에 따른 가공업체의 요구를 수용하여 수입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GMO옥수수를 수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가 하면 국민들의 80%이상이 안전성을 부정하는 미국산쇠고기를 뼈있는 고기까지 수입하기로 협상을 타결하였다. 이는 국민들의 먹을거리 안전은 뒷전으로 한 채 기업과 미국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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