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로는 데뷔작 '게드전기: 어스시의 전설'로 큰 실망을 안긴 전력이 있다. 이번 영화에서 그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을까. 좋아졌다고 하기엔 좀 부족하지만 절치부심한 흔적은 곳곳에서 눈에 띈다.
1960년대 초반 요코하마를 무대로 펼쳐지는 단카이 세대의 성장담이다. 단카이 세대는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이며, 1970~80년대 고도성장을 이끈 세대다.
전쟁의 상처를 씻고 새 나라 일본을 만들자는 시대, '낡은 것을 부수고 새 것을 짓자'는 분위기가 팽배한 시대에 소년 소녀들은 마구잡이로 쓸려가는 소중한 전통을 지키려 투쟁한다.
영화는 역사와 추억이 깃든 학교 동아리 건물을 지키기 위한 소년 소녀들의 보존 운동을 역동적으로 담아낸다.
이 시대는 또 소년이 교지에 시를 투고해 소녀에게 관심을 전했던 시기이며 점심시간에 도시락을 나눠먹던 시대이고, 급우들과의 합창이 뭔가를 의미했던 시대였다. 고로 감독은 주인공 우미의 첫사랑처럼 순수한 시대를 그리는데 꽤 공을 들인다.
미야자키 부자는 대지진으로 절망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운 지금, 희망이 자라던 60년대를 보여주면서 “과거로부터 배우자”고 나지막히 말하는 듯하다.
안순택 기자 soot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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