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 이름만 바꾸면 만사형통?

금융감독 당국까지 위기 수습책으로 거론… 논란 재점화

상호저축은행의 명칭 변경을 놓고 또다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연초부터 터진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가 온갖 불법과 비리 등에서 촉발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시작된 논란이 최근 또다시 저축은행이 도마 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권에 이어 금융감독 당국까지 논란에 가세하면서 명칭 변경에 힘이 쏠리고 있지만, 저축은행권에서는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고 있다.

27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금융감독 당국의 수장인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저축은행 명칭 문제를 거론하면서 업계의 뜨거운 쟁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앞서, 지난 6월 한나라당 국회의원 30명이 저축은행 명칭을 바꿔야 금융소비자 피해를 막을 수 있다며 저축은행 명칭 환원을 골자로 하는 상호저축은행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저축은행이라는 이름이 등장한 건 2002년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저축은행권에 몰아친 대규모 구조조정 바람으로 업계 신뢰도가 땅에 떨어지자, 금융당국은 이에 대한 수습책으로 상호신용금고에서 저축은행으로 명칭을 바꿔준 것이다. 이어 상호저축은행중앙회는 2007년 2월 저축은행 CEO를 저축은행장으로 부를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저축은행 표준약관을 금융감독위원회에 신고했다. 이후 개별 저축은행은 은행장이란 직함을 자율적으로 사용해왔다.

하지만, 시중은행들은 저축은행이 은행장 명칭을 사용하면 소비자들이 2금융권인 저축은행을 시중은행과 혼동할 수 있다며 반대해왔다.

그러나 연초부터 시작된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는 상황을 바꿔놨다.

저축은행 임·직원들의 대형 부정부패 등이 잇따라 밝혀지면서 정치권은 물론, 금융당국에서조차 특단의 조치로 명칭 변경까지 들고 나올 정도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저축은행 명칭이 시중은행과 구분이 모호해 금융소비자들이 저축은행에 대해 우량한 금융기관이라고 오해할 소지가 있다”며 “이름이 합당한가 생각해볼 때”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장'을 '사장 또는 대표'로 쓰도록 권고할 방침을 밝힌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가뜩이나 신뢰도와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저축은행권은 속앓이를 하면서도 우려하는 반응이다.

모 저축은행 관계자는 “영업정지 등 부실이 이름 때문에 발생한 건 아니다”라며 “명칭 변경에 대한 여론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저축은행권 전반이 입을 타격도 고려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