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협화음 선진당 '공중분해' 위기

권선택 통합협상 대표 당직 사퇴…줄탈당 가능성도

급물살을 탔던 자유선진당과 국민중심연합간의 통합이 좌초위기를 넘어 공멸의 수순을 밟고 있다.

선진당 측 통합협상 대표를 맡았던 권선택 의원이 27일 당 최고위원과 대전시당위원장을 전격 사퇴했고, 전날 이명수 의원의 '기득권 포기' 발언이 맞물리며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충청권 정치세력화를 표방한 선진당과 국민중심연합간 합당은 고사하고 오히려 선진당 안에서 '탈당 사태'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많다.

권 의원은 이날 오전 9시 중앙당 사무처에 당직 사퇴서를 제출했으며, 표면상으로는 “향후 일체의 당무에 관여하지 않고, 당분간 의정활동과 지역구 활동에만 매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권 의원의 당직 사퇴는 외형적으로 '신설합당이냐', '흡수합당이냐'는 통합 방식을 놓고 일부 시도당위원장들이 반발한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보인다.

국민중심연합과의 통합 협상 과정에서 일부 당직자와 시도당 위원장들이 통합방식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통합을 주도한 권 의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상황에서 권 의원이 심적부담을 덜기 위한 고육책이 아니냐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다.

하지만, 당내에서 사실상 전권을 위임받아 통합을 추진했던 권 의원 입장에서는 산고 끝에 만들어 놓은 통합이 별다른 명분이 없는 '흡수 통합론'에 발목이 잡힌 모습에 미련을 두고 싶지 않다는 마지막 '최후통첩'성 메시지가 담겨있을 것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권 의원의 당직사퇴는 또, 전날 이명수 의원이 “기득권을 버려야 한다”며 발목잡기식 통합 반대세력에 대한 경고성 발언에 이어 나온 행동으로 간단히 넘길 상황이 아니다.

대표직 사퇴이후 끊임없이 당에 힘을 미치려 하고 있는 이회창 전 대표와 새롭게 당을 이끌어 가려하는 심대평 대표간의 알력이 또다시 표출된 것이라는 비판론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실제로 합당 성사 직전, 이 전 대표측의 한 의원은 “권 의원이 최고위원회의에서 결론난 부분 외에는 협상을 할 수 없었지만 최고위원회의 의견을 개진하지 않고 권 의원 단독으로 협상을 해왔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트렸다. 한편에서는 이 전대표측의 이같은 막판 발목잡기가 최근 정국의 흐름과도 연관돼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권 의원의 당직 사퇴가 단순히 당직에서 물러나는 것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충청권 지역의원들의 탈당 등 선진당이 예상 하지 못한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권 의원의 당직사퇴는 흡수통합파의 우위를 나타낸 사건으로, 선진당과 국민련의 통합이 백지화될 가능성과 이로인한 의원들의 탈당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는 전날 열린 선진당의 주요당직자회의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이 자리에서 당지도부의 책임론이 부각되고, 통합이 안될 경우 탈당도 불사하겠다는 발언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의 한 의원은 “변 대표를 중심으로 지도부가 통합에 대해 빠른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의원은 “지난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일부의원들이 통합이 안될 경우에는 탈당도 불사하겠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안다”며 “변대표를 비롯한 당지도부의 지도력에 한계를 보는 것 같다”며 탈당가능성도 열어놓았다.

서울=김재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