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헌선 대전동산초등학교 교감 |
민족의 가장 큰 명절 추석 연휴에 고향 어른들을 찾아뵈었다. 오랫동안 헤어졌던 죽마고우를 만나 시큼한 막걸리를 마시며 시간가는 줄 모르고 정담도 나누었다. 보통 학창 시절과 군대 이야기가 화두였건만 올해는 서울시 주민투표, 서울시장의 사퇴, 구속영장이 발부된 서울시교육감 등의 이야기가 화두가 되었다.
특히 아직 결말이 나지 않은 사안에 가장 열띤 이야기가 오고 갔다. 서울교육감의 영장실질심사 최후 진술문에서 “세상 살면서 진실이 오래 간다는 걸, 결국은 승리한다는 걸, 진실에 대한 고해성사만이 나를 살리고 사회를 살릴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의 부분에 귀결되며 '진실'과 '정직' 그리고 '책임감'에 대한 열띤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정직한·진실한 사람'은 인격과 인성 부문에서 최고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요즘은 정직성의 궁핍 속에서 이 말은 어딘가 모자라는 사람 정도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 아닌가 안타깝다. 거짓과 가식이 난무하는 가운데 무엇이 진실인지를 가려내는 일조차 너무 혼란스러울 뿐더러 진실이 제대로 대접 받지 못하고 오히려 배척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다.
몇 년 전 출장으로 서울역 지하철 역사에 붙어있던 액자 속에 담겨 있던 정직과 진실에 대한 내용이 기억에 새삼 떠오른다.
독일의 위대한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의 아버지는 폴란드 사람이었다. 그가 고향인 폴란드 슐레지엔으로 가기 위해서 말을 타고 산길을 지나가다 강도를 만났다. 강도들은 소지품을 다 빼앗고는 “이것이 전부냐?” 고 물었고, 칸트의 아버지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칸트 아버지는 급한 마음으로 빨리 그 곳을 빠져 나왔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자기 몸 속에 뭔가 묵직한 것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몸속 깊은 곳에 감추어 두었던 '금덩이'였다.
칸트의 아버지는 무서움과 두려움을 무릅 쓰고 오던 길을 되돌아가 강도들 앞으로 가서는 죄송하다고 사죄를 했다. 아까는 경황 중에 '금덩이' 한 개가 남아 있다는 것을 몰랐다며 받아달라고 했다. 강도들은 당황하고 어리둥절하며 잠시 생각을 하더니 빼앗은 모든 물건을 내주며 “어서 가지고 가십시오. 우리는 당신의 '정직성'을 가지고 가렵니다”라고 했단다.
칸트가 독일은 물론 세계적인 철학자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바탕에는, 이렇게 무모할 정도의 정직과 진실의 철학이 바탕이 된 칸트의 가정교육이 뒷받침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어리석게 보일지라도 진실한 사람, 지혜로우나 진실하지 못한 사람, 어느 쪽에 우리들의 신뢰를 보내줄 수 있을까? 자신의 마음은 진실 쪽으로 기울면서도 행여 손해를 보지나 않을까, 다른 사람들로 부터 따돌림을 당하지는 않을까 등의 갖은 우려로 생각이나 행동이 따르지는 못하는 것은 아닌가 반성해 보아야 할 것이다.
진실을 상실해 가는 이 사회를 한탄하고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진실을 실천하지 못하는 자신의 용기 없음을 뉘우쳐야 할 것이다. 내가 먼저 진실을 행동의 지표로 삼을 때, 이웃과 사회가 진실해 질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2009 개정교육과정 운영으로 학교마다 창의·인성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인성교육의 영역에서 책임, 용기, 배려, 협동 감사, 겸손, 성실 등의 여러 영역 역시 중요하지만 정직성 영역의 교육이 최우선되고 중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추절을 계기로 “내가 먼저 정직과 진실 그리고 책임감을 행동 지표로 삼는 실천자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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