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굿은 지역에 따라 독특한 속성을 띠고 있다. 굿의 요청자이며 수혜자인 지역사람들의 사회적 품성을 닮아 있다. 충청지역의 앉은굿이 그렇다. 예로부터 충청도 양반이라는 품성을 닮듯이 굿도 다른 지역과 다른 특성이 있다. 보통 우리가 굿이라고 하면, 신내린 분들이 방울이나 칼 등 여러 가지 무구들을 갖추고 춤과 노래로 신명을 돋우고 긴장감이 돌도록 선채로 하는 굿을 말한다. 그런데 충청지역의 굿은 앉아서 경을 읽는다. 경을 읽는 것도 독특하지만 굿을 하는 장소에 신명의 이름이 적힌 위패를 설치하고 전쟁터의 병영을 모방하여 군사들의 효율적인 진영배치로 전투력을 배가 시키고자 하는 병법을 응용하는 여러 가지 진법과 진도 그리고 귀신을 감금하는 감옥역할을 하는 용수 모양을 한지로 만들어 설치한다. 이를 설경이라 한다. 앉은굿은 이러한 독경과 설경이 하나로 어우러져 이루어진다.
앉은굿은 굿이 추구하는 목적에 따라 안택굿, 병굿, 살풀이굿, 산신굿, 성황굿, 칠성굿, 천신굿, 용신굿, 사령제, 사혼제 등 여러 가지가 있으나 가정의 행복을 축원하는 안택굿과 질병을 치료하고자 하는 병굿, 특히 귀신이 들린 것으로 여겼던 정신병을 치료하기 위해 귀신을 잡아가두고 위협하여 쫓아내서 다시는 범접을 못하게 하는 미친굿 등이 대표적인 굿이다. 안택굿은 신명을 맞아들여서 찬사를 통해 능력의 시현을 간구하고 공수로 신의 의지표현을 확인하고 감사한다. 조상신과 잡신들을 잘 먹이고 위로하여 각각의 자리로 되돌아가도록 하면서 굿을 마친다. 병굿(미친굿)은 의료시설 부족으로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던 시절 빈번하게 이루어지던 굿으로, 지금도 병·의원에서 병명을 못찾거나 뚜렷한 효과를 못본다거나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을 때 굿을 하기도 한다.
특히 정신병과 관련해서는 더욱 그러했는데, 여러 가지 병의 원인이 신명이나 귀신 때문이라는 의식이 깔려 있어서 병을 낫게 하려면 귀신을 쫓아내야 한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이러한 앉은굿에서 가정의 행복과 건강을 추구했던 역사성과 사람들의 독특한 품성과 체취, 사유체계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고객창출협력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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