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6·29의 민주화의 산물인 총장 직선제가 구조개혁 대상으로 전락한 이유는 잘 안다. 그동안 국립대 총장 선거는 기존 정치판 못지않게 과열·혼탁한 모습을 보여 왔다. 이로 인한 과도한 선거비용 지출, 선심성 공약과 금품·향응의 난무에 따른 대학문화의 황폐화, 연구 및 면학 분위기 저해 등으로 국민들의 우려를 사왔다. 양심과 도덕의 보루라고 해도 좋을 대학이 기존 정치판을 뺨칠 정도로 정치화됐다면 예사 문제가 아니다. 잘못이 드러났다면 고치고 바로잡아야 한다는 논리도 옳다.
하지만 직선제가 대학의 민주화와 자율에 적잖은 기여를 해 온 것도 사실이다. 대학 총장이 정권의 입맛에 맞추려하거나 학교운영이 독단적, 비민주적으로 흐르지 않도록 견제하고 건전한 학내 비판을 이끌어 온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정부가 국립대 총장 직선제 개선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것이야 이해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강요하듯 해서는 곤란하다. '무늬'만 자율 결정이고 '압력'이 작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무엇보다 염려되는 것은 총장 직선제가 폐지되면 국립대학의 정부 예속이 다시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충남대 교수회가 총장 직선제 폐지를 우려해 차기 총장 선거의 선거일 공지를 앞당기는 것은 대학 사회에 직선제에 대한 요구가 있다는 뜻이다. 이런 요구를 무시하면서까지 정부가 총장선거 방식 변경에 개입하려 들어서는 안 된다. 총장 직선제가 대학 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면 대학 내부에서 자율적으로 문제를 풀어야 할 일이다. 우리는 정부의 방침보다 중요한 것은 대학의 미래를 걱정하는 대학 구성원 스스로의 개혁의지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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