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주영 기업과학팀장 |
서 총장은 연임에 성공한 뒤 “무엇이 문제인지 알았고 해결할 수 있다”며 “귀를 열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교수 정년보장 심사 강화, 성적 부진 학생 등록금 징수제, 전과목 영어수업 진행 등 개혁 정책이 서 총장을 스타 총장을 만들어줬지만, 다른 한편에선 '독불장군'이라는 혹평을 들어야만 했다.
<장면 2> 올 초부터 지난 4월까지 학생 4명이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어, 서 총장의 독단적인 학교 운영 방식이 우리 사회의 화두로 떠올랐다. 카이스트 교수와 학생들 상당수가 서 총장의 사퇴를 촉구했고,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도 가세해 서 총장은 벼랑 끝에 몰렸다.
당시 분위기를 반전시켜준 것은 학생들이었다. 학생 총회 투표가 사실상 서 총장에게 면죄부를 주며 서 총장은 오뚝이 처럼 일어섰다. 대신 학내에 혁신비상위원회(회장 경종민 교수협 회장)가 꾸려져 개선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혁신위에서 의결된 내용은 서 총장이 전면 수용한다는 전제 조항이 있었다.
<장면 3> 지난 7월 1일자로 최병규 교학부총장에 이어 15일 양동렬 연구부총장, 이창희 연구처장도 보직을 내놓았다.
카이스트 일각에선 보직 1년여 만에 부총장급 2명이 사임한 것을 두고 '지난 4월 사태(연이은 학생 자살 사태)'의 축소판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양 전 부총장은 보직을 사퇴하며 대지지지(大智知止·멈추는 때를 아는 것이 큰 지혜)라는 말을 꺼내며 카이스트 안팎에 미묘한 파장을 일으켰다.
<장면 4> 카이스트 교수협의회는 지난 20일 발간된 교수협의회보를 통해 서 총장과 교수협의회장과의 4월 14일자 합의문을 소개했다. 합의문에 따르면 '총장은 (혁신비상)위원회의 결정을 반드시 수용하고 즉시 실행해야만 한다' 고 돼 있다는 것이다.
교수협의회는 카이스트 대학평의회 구성의 예를 들어 “총장이 한 아주 기본적인 약속의 하나”라며 “이 약속이 지켜지는 것은 카이스트의 진정한 발전에 매우 중요하다. 약속을 지키는 것은 사회 질서의 가장 기본적인 문제다. 기본과 상식이 무시되면 소통이 없어지고 진정한 협력도 발전도 어려워진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학교 측은 혁신위 구성에 관해 총장과 교수협의회장 사이에 이뤄진 합의는 총장의 권한범위 내에서 위원회의 결정을 수용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총장의 권한을 벗어나 이사회나 학내 소관위원회의 권한을 침해한다는 뜻은 아니었다고 비켜나가는 양상이다.
위의 4가지 사례는 지난해 7월부터 서 총장의 연임 이전까지 1년 2개월간 언론매체에 '대서특필'된 내용들을 간추려본 것이다.
기사 흐름의 중심에는 항상 서 총장이 있었고, 반대쪽에선 소통 부재를 넘어선 '불통'때문에 학교가 죽어간다며 개선을 요구하고 있음을 알수 있다.
서 총장이 연임에 성공한 뒤 밝힌 “귀를 열겠다”는 말을 해석하는데 커다란 시각 차이가 있어서 그런 것 같다.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귀를 열어서는 곤란하다는 게 교수협의 분위기다.
22일에는 카이스트 교수협이 운영위를 열어 교수 총회 일정을 잡았다. 서 총장의 약속 불이행에 대해 대응하기 위해서다.
이처럼 학내가 시끌거린다. 수백억원의 기부, 온라인 전기자동차 개발 등 굵직한 자랑거리가 묻히는 이유도 여기 있다.
다음달 4~5일 국회 교과위의 국감을 앞두고, 카이스트 내홍은 더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서 총장이 국감 이전에 학내 구성원들과의 불통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카이스트 내홍은 '지난 4월 사태'보다 더한 혼란에 빠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이 학교 안팎에 감돌고 있다.
학교 구성원들간의 충돌을 막기 위해선 대지지지(大智知止·멈추는 때를 아는 것이 큰 지혜)에 담긴 행간의 의미를 되새겨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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