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순]우리의 이런문화, 괜찮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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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순]우리의 이런문화, 괜찮습니까

[중도춘추]조은순 목원대 교수

  • 승인 2011-09-22 14:53
  • 신문게재 2011-09-23 20면
  • 조은순 목원대 교수조은순 목원대 교수
▲ 조은순 목원대 교수
▲ 조은순 목원대 교수
어느날 한 아이가 아이폰을 가지고 유치원에 나타났다. 생일선물로 받은 것이라고 친구들에게 자랑했다. 아이들이 모두 한 번씩 만져본 다음에 다들 집에 가서 생일선물로 아이폰을 사달라고 조르자 유치원에 항의전화가 빗발쳤다. 그 유치원은 일주일동안 호떡집에 불이 난 듯 난리를 쳤고, 집에 가서 조르던 아이들의 반은 부모로부터 다음 생일에 아이폰을 받기로 약속을 받아 냈다.

우리는 지나치게 주변 사람을 의식하는 문화를 오랫동안 가져오고 있다. '남이 듣겠다', '남이 볼까 무섭다', '너는 왜 남과 그렇게 다르니?', '남들은 어떤 차를 타나?', '남의 자식들은 어느 대학을 다니나?'등… 하루의 많은 시간을 남들과 비교하면서 살아간다. 그래서 우리집 아이도 남들과 페이스를 맞추어 가면서도 뭔가는 특별하게 튀어야 한다는 의식이 강하게 남아 있다.

은행대출을 끌어다가 고3 입시생의 한 달 과외비로 500만원을 소비하는 배경이 이런 문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자유 의지로 아이들 사교육에 많은 비용을 쓰는데 이의를 제기할 수는 없지만 실제 노동의 대가보다 많이 지불되는 금액은 시장을 교란시킬 수 밖에 없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전국의 2500명 학부모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자녀가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는 것'을 자녀교육 실패로 본다는 응답이 30% 이상, '자녀가 명문대학에 못 가면 자신의 체면이 안선다'는 응답이 20%이상으로 나타났다. 부모들의 이런 의식은 대학 입학 후에도 방황하는 젊은이들을 양산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집안에서 시큰둥한 대학에 입학하면 1학년부터 편입과 재수 사이에서 고민하고 3학년이 되면 자랑할만한 곳에 취업을 위해 힘든 시간을 보낸다. 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그럴싸한 직장을 얻기까지 공무원이나 고시준비에 돌입한다. 생활비는 부모에게 받거나 간간이 알바하면서 꾸려간다.

우리가 가끔 언론에서 접하는 20대 젊은이의 자살이나 범죄가 이런 우울한 대한민국의 현실을 보여준다. 대학졸업생에게 어렵게 일자리를 주선한 모 대학의 교수는 남들에게 창피해서 더 이상 직장을 못 다니겠다고 뛰쳐나온 제자 앞에서 해줄 말이 없었다고 한다.

취업담당 포털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총 362개사를 대상으로 신입사원의 1년 내 퇴사율을 조사해본 결과 중소기업을 퇴사한 30.8%의 사람들이 '남 보기 창피한' 이유로 퇴사를 결정했다고 한다. 대학은 졸업생 취업률 때문에 고민하는데 정작 학생본인은 취업의사가 없는 것이다. 이렇게 살다 보니 20대 젊은이들은 결혼할 생각도 없고 출산은 더더욱 꿈도 꾸기 싫다. 우리는 언제까지 이런 빈곤의 악순환을 계속할 것인가?

남의 눈을 이렇게 의식하고 살아가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정작 타인을 배려하는 의식은 상당히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여성개발원이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국민의식에 대한 조사결과 전체 21%가 남을 배려하는 의식이 많이 부족하다고 인정했다. 자기만족을 위해 남의 눈을 의식하면서도 필요할 때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우리의 문화는 상당히 이기주의적이다.

내 아이들은 옆집 아이들과 다르고 좀 유별나게 교육받고 남 다른 직업을 가져서 집안을 빛내주어야 부모들도 덩달아 차별화된다. 나라의 정책도 한 줄 세우기가 목표이다. 직업도 등급이 있고 대학도 등급으로 나누어 한 지표로 그어버린다.

가을이 되면 고3학생은 대학입시로, 대학졸업생은 취업으로 마음이 불편하다. 이들을 뒤에서 돌봐주는 부모들과 학교의 교사, 교수들도 모두 노심초사한다. 그 인구만해도 수 백만 명이다. 화려하고 다양한 색으로 이들의 미래가 휘황찬란하게 빛나기를 초조한 마음으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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