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수]대학 구조조정을 지원하라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김희수]대학 구조조정을 지원하라

[목요세평]김희수 건양대 총장

  • 승인 2011-09-21 14:02
  • 신문게재 2011-09-22 20면
  • 김희수 건양대 총장김희수 건양대 총장
▲ 김희수 건양대 총장
▲ 김희수 건양대 총장
얼마 전 정부가 재정지원 제한 43개 대학을 발표한 이후 대학가가 시끄럽다. 사립대학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갖가지 명목으로 매년 지원되고 있는 수십억원 대의 정부 지원이 끊긴다면 큰 고통을 겪을 것은 뻔한 노릇이다. 더욱이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등록금 대출마저 제한하는 조치까지 가해진 대학은 대학부실의 여파가 학생들에게까지 파급된 양상을 보이게 되어 신입생은 물론 재학생과 학부모에게까지 면목이 없게 되었다.

한마디로 수시 입시가 진행 중이고 정시가 얼마 남지 않은, 대학입시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기에 발표된 정부의 대학 제재조치는 해당 대학들의 신입생 모집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몇몇 대학들은 정부의 대학평가 잣대가 틀렸다며 강력한 반발을 보이고 있다. 총장이 사의를 표하거나 교수들이 일괄 사표를 내는 것은 물론 학생들까지 직접 나서서 시위하는 등 극한으로 치닫는 항의의 양태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에서는 또 한편으로 예산 1조5000억원을 책정하여 내년 신학기에 대학생들의 등록금을 경감해주겠다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대학의 자구노력 7500억 원을 포함하여 총 2조2500억원을 내년 신학기 대학생들의 등록금을 경감시키는 데 쓰겠다는 것이다.

2조2000억 원이면 가히 천문학적 액수라고 할 만큼 큰 액수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 전체의 1년 예산이 약 300조원에 달한다. 그 가운데 문화관광체육이나 통일외교 예산이 각각 3조원 남짓한 현실이고 보면 등록금 보조에 2조원 이상을 쓴다는 것은 파격이 아닐 수 없다. 그만한 규모의 예산이라면 상당히 큰 일들을 할 수 있을 텐데도 불구하고 당장 실적이 나타나지도 않는 대학생 등록금 경감에 쓴다는 것은 그만큼 정부가 등록금 문제를 중요한 현안으로 다루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렇게 큰 액수에 비해 막상 낮아지는 등록금 액수를 보면 정부가 내놓은 등록금 대책의 효율성에 회의가 들지 않을 수 없다. “고지서에 찍히는 명목 등록금은 전체 평균 5%, 소득 7분위 이하의 저소득층 학생들은 평균 22%의 등록금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라는 이주호 교과부 장관의 설명에 따르자면, 한 학기 350만원의 등록금의 경우 저소득층 학생들이 혜택을 볼 수 있는 것은 약 70만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당초 일부 정치인들이 내세웠던 '반값 등록금'이라는 말은 도대체 어떤 계산으로 어떤 재원에서 충당하겠다고 내놓은 것인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국가의 막중한 업무를 뒤로 미루고 모든 정부 예산을 대학 등록금 지원에만 퍼붓자는 주장은 아니었을 것이다. 상식적인 판단으로는 불가능한 이야기를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정책적 소신인양 발표했다. 그 소리는 마치 사립대학들은 등록금을 충분히 낮출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배를 채우기 위해 꿈쩍도 하지 않고 있는 파렴치한으로 국민들에게 인식되게 하기에 충분했다.

결국 문제는 대학 정원이 너무 많아진 데서 찾을 수 있을 듯하다. 과거와 같이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나 등록금을 댈 형편이 되는 학생들만 대학에 다니는 것이 아니고 국민 모두가 대학에 다녀야 하는 것처럼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더욱이 인구는 감소하고 있는데도 대학정원은 여전히 방만하게 그대로 남아 있지 않은가.

그러므로 근본적인 해결책은 대학의 구조조정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타율적인 것보다는 자율적으로 대학 스스로가 적정 규모로 줄여나가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정부가 예산으로 지원을 해준다면 대학 구조조정에 지원을 해주어야 한다. 학생들 등록금 지원과 같은 일시적인 땜질식 처방은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한다. 매년 그만큼씩의 예산 확보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는 것이다.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은 그 과실이 바로 학생들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이다. 대학이 적극적으로 구조조정을 하면서도 생존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다면 등록금 인상은 자제하는 대신 장학금은 늘어날 것이다. 그렇게 풀어가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2.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3. [기고] 공무원의 첫발 100일, 조직문화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4.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5. JMS 정명석 성범죄 피해자들 손해배상 민사소송 시작
  1. 대전보건대, 대학연합 뉴트로 스포츠 경진·비만해결 풋살대회 성료
  2.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3. 사업성, 주민동의율 등 과제 산적…대전 1기 신도시도 촉각
  4. 한국자유총연맹 산내동위원회, '사랑의 반찬 나눔' 온정 전해
  5. 충청권 아파트 입주물량 내년 1만 7000여 세대 줄어드나

헤드라인 뉴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27일 낮 12시께 눈발까지 흩날리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전 중구 한 교회의 식당은 뜨끈한 된장국에 훈훈한 공기가 감돌았다. 식당 안에서는 대전자원봉사연합회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부지런히 음식을 나르며 어르신들을 대접하고 있었다. 150여 명의 어르신이 빼곡히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기다렸다. 얇은 패딩과 목도리 차림인 어르신들은 강한 바람을 뚫고 이곳까지 왔다고 한다. "밥도 같이 먹어야 맛있지." 한 어르신이 식당에 들어서자 자원봉사자가 빈자리로 안내했다. 이곳에 오는 대부분은 75세 이상의 독거 노인이다. 매일 혼..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창단 후 첫 K리그1 승격에 도전하는 충남아산FC가 승강전 홈경기를 앞두고 관심이 뜨거워 지고 있다. 충남아산FC는 28일 대구FC와 승강전 첫 경기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홈 경기로 치른다. 홈 경기장인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 잔디 교체 공사로 인해 임시 경기장으로 천안에서 경기를 하게 됐다. 승강전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28일 홈 경기 사흘 후인 12월 1일 대구로 이동해 어웨이 경기를 치른다. 승리수·합산 득실차 순으로 최종 승격팀을 정하게 되며 원정 다득점 규정은 적용하지 않아 1·2차전 결과에 따라 연장전 또는 승부차기까지..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 시도가 2027년 열리는 하걔세계대학경기대회 성공 개최를 재차 다짐했다.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강창희, 이하 조직위)는 27일 대전 호텔 ICC 크리스탈볼룸에서 2024년 제2차 위원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는 지난 3월 강 위원장이 조직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 개최된 것이다. 행사에는 대전시 세종시 충남도 충북도 등 충청권 4개 시도 부지사와 대한체육회 부회장,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 위원장, 시도 체육회장, 시도의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강 위원장과 조직위원회 위원이 공식적으로 첫..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