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창부수의 기부가 남긴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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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부창부수의 기부가 남긴 유산

  • 승인 2011-09-20 18:52
  • 신문게재 2011-09-21 21면
지난 2009년 300억 원 상당의 부동산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기부한 김병호(70) 서전농원 대표의 부인 김삼열(61)씨가 19일 50억 원 상당의 부동산을 카이스트에 발전기금으로 기부, 훈훈한 화제가 되고 있다.

이미 거액을 기부한 기부자의 가족이 또다시 수십억원대 금액을 다시 맡기는 경우는 처음이어서 세인들의 주목을 받았다. 남편에 이어 김씨가 자신의 재산을 내놓게 된 것은 남편의 기부로 지난 5월 카이스트에 '김병호·김삼열 IT융합센터'가 착공하는 것을 보고 나라 발전을 위해 큰일을 했구나 하고 생각하게 됐고 여기에 유용하게 쓰이길 바라 한시라도 빨리 내놓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거액을 카이스트에 쾌척한 김병호·김삼열씨부부의 기부 스토리는 보는 사람들에게 감동으로 다가선다. 17살 때 당시 보리 한 가마 값인 단돈 76원을 들고 상경한 김병호씨는 무더운 여름날 단돈 1원을 아끼려고 음료수도 먹지 않을 만큼 지독한 검약생활을 했다. 이처럼 어렵게 고생해 번 돈으로 농장을 운영해 성공한 김 대표는 고향에 장학금으로 10억 원을 내놓는 등 기부에 앞장섰다.

지난 2004년 10월 뇌졸중으로 쓰러졌던 김 대표는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평소 생각대로 평생 모은 300억 원 상당의 재산을 카이스트에 기증하는 수범을 보였다. 김 대표에 이어 이번에는 부인 김씨가 노후 대비를 위해 관리하던 땅을 카이스트에 기부, 나눔의 기쁨을 함께 하겠다는 생각을 실천에 옮겼던 것이다.

이들 부부의 기부 스토리를 보면서 다시 한 번 잘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되짚어보게 된다. 전 세계에서 가장 단 시일 내에 경제성장을 이룬 우리나라에는 김씨 부부를 능가하는 부자들이 즐비하지만, 이들 부부처럼 평생 모은 재산을 쾌척하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다. 재산은 소유에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가치 있는 일에 써야 비로소 그 의미가 있다고 하지만, 그 실천은 정말 어렵다.

김 대표 말대로 버는 것은 쉽지 않은 기술이며 쓰는 것 역시 어려운 예술인 것이다. 김씨 부부의 릴레이 기부는 '정승처럼' 돈을 쓰는 수범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두고두고 기부의 전형이 될 것이며 '잘살았다는' 실제 모습을 우리 사회에 보여준 사례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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