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지역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한 납치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호신술과 호신용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
전씨는 “요즘에 대전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한 납치사건이 발생한 것을 신문을 통해 봤다”면서 “하지만 호신용품으로 어느정도는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최근들어 지역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납치사건이 끊이질 않는 가운데 불안감을 떨쳐내기 위한 여성들의 살아남기가 치열하다. 호신술을 배우거나 호신용품을 구입해 스스로 범죄의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 밤길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오순영(21·대학교 1학년)씨는 대전 서구 둔산동의 한 합기도장에 등록해 기본적인 체력단련에 여념이 없다. 마른 체형은 아니지만 유난히도 약한 오씨는 자신 역시 범죄 발생상황에서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체력부터 기를 생각이다.
여름방학이 끝나고 개강과 함께 선후배들과 술자리를 피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밤늦게 귀가하는 오씨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야간범죄 소식에 몸서리를 쳤다고 한다.
오씨는 “처음에는 다이어트를 할 생각으로 합기도를 배우려고 했었는데 요즘에는 워낙 사회가 흉흉해서 호신술을 배워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며 “그동안에는 생각하지도 않았던 남성들의 급소를 알게 돼 밤길이 아직도 무서운 것은 사실이나 어느정도 대처는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뿌듯해했다.
밤길 여성 대상 범죄가 이어지면서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밤길 대처법을 소개하고 있기도 하다.
우선 눈을 비롯해 목젖, 낭심을 공격해야 한다는 것이다. 범인의 눈을 핸드백으로 치거나 사타구니를 걷어차는 등의 방법이다. 또 목젖을 주먹이나 손등으로 순간적으로 가격하면 범인이 당황할 수 있다는 것.
또 실제상황에서 지나치게 떨거나 살려달라는 구걸을 하지 말도록 당부하고 있기도 하다.
최대한 침착한 마음가짐으로 상대를 이해하는 태도를 보이면 범인이 경계를 늦추게 돼 이때 탈출이나 외부의 도움을 요청하는 게 낫다고 조언하고 있다.
밤길 범죄를 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호신용품 구입 역시 인기를 얻고 있다.
향수용기 모양으로 생긴 스프레이를 비롯해 손안에 쥐기 쉬운 전기충격기, 열쇠고리형 호신 경보기, 호신용 3단봉 등 호신용품들이 이제는 수요에 맞춰 패션 액세서리로 인식되고 있다.
남호영(24·대학교 2학년)씨는 같은 학과 후배에게 사랑고백을 하기 위해 얼마 전 호신경보기를 구입하기도 했다. 남씨는 “다른 선물도 있지만 요즘 워낙 위험한 사회다보니 관심의 표시로 호신경보기를 샀다”며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험악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인데 이 마음이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수줍게 속내를 털어놨다.
하지만 호신술을 배우고 호신용품을 구입하는 세태가 그리 달가운 일이 아니라는 게 지역사회의 반응이다. 방범치안망을 비롯해 사회안전망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 자신을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확대된다는 것은 범죄발생에 대한 불안감이 줄지 않는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최근 '하의실종'이라는 단어가 일상적인 대화에서 나올 정도로 여성들의 노출패션이 범죄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여성의 옷차림이나 행동에만 문제를 제기하는 사회적인 시선은 사라져야 한다는 요구도 이어지고 있기도 하다.
김영수 대전주부교실 사무국장은 “성폭력 등 여성대상 범죄에 대해 사회 전체적인 안전망 구축이 우선적으로 마련돼야 한다”면서 “그와 함께 여성들 역시도 즉흥적인 성범죄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어느정도는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이경태 기자 biggerthan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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