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가시마 노리코 충남외고 원어민교사 |
충남외고에 부임한 며칠 후, 한국인 일본어 선생님이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올해부터 학생들과 일본어로 교환일기를 쓰려고 하니 잘 부탁합니다.” 이 교환일기라는 것은 일본어 작문 수업의 일환으로 2주에 한 번 정해진 노트에 일본어로 일기를 쓰고 원어민 교사의 첨삭을 받는 활동이다. 나는 이 말을 듣고 순간 신기한 운명을 느꼈다. 왜냐하면, 이 활동은 내가 교사가 되고 나서 계속 해 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이기 때문이다.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선생님과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우연이 아닌 것 같았다.
이렇게 교환일기가 시작되었는데, 회를 거듭할수록 나는 교환일기에는 일본어의 힘을 늘리는 것 외에 다른 효과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것은 학생들의 생각을 직접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어를 배우기 시작한지 1년 정도의 학생들에게 있어서 외국어로 일기를 쓰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자신의 고민이나 현재의 생각을 솔직하게 썼다. 공부 고민, 학교생활의 고민, 장래의 꿈, 친구와 가족의 소중함을 느꼈던 것 등 내용도 다채로웠고 시를 써준 학생도 있었다. 나는 그들의 일기를 통해서 한국 고등학생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알게 됨과 동시에, 상호교류를 통해 그들과의 거리가 서서히 줄어들고, 서로의 신뢰가 만들어져 가는 것을 실감했다. 그리고, 이것을 바탕으로 30명 가까운 수업에 있어서도 한 명 한 명의 얼굴을 보고, 그들의 감정을 느끼며 수업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교환일기를 통해서 얻은 것은 그것만이 아니다. 학생들은 일기를 통해서, 나에게 한국의 다양한 매력을 소개해 주었다. 추석이나 돌잔치 등 한국의 전통행사 모습을 알게 되었고, 내가 아직 먹어본 적이 없는 한국요리나 가본 적이 없는 명소, 재미있는 소설이나 영화 등 새롭게 알게 된 것은 다 꼽을 수 없을 정도다. 충남외고에 오기 전에도 여행이나 국제교류활동으로 몇 번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었지만, 내가 아직 모르는 한국의 매력이 무궁무진하게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교사는 학생으로부터 배울 것이 많이 있다'고 하는데, 나는 그것을 충남외고에 와서 매우 강하게 느꼈다.
수업이 없는 시간에 책상 위에 산처럼 쌓인 교환일기를 첨삭하며, 코멘트를 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때로는 펜을 쥔 손이 저리고 아플 때도 있다. 그러나, 매번 교환일기를 돌려주면 바로 일기를 열고 나의 코멘트를 열심히 읽어 주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 적당히 할 수 없다.
충남외고에 와서, 나는 마음이 통하는 수업의 소중함과 외국인이라고 해서 그저 자신의 담당과목을 담담히 가르치는 것만이 아니라 나 자신도 한 사람의 교사로서 가르치고 키워주는 사람이라는 것을 재확인 했다. 앞으로도 이 활동을 계속하며 마음이 통하는 교육이란 무엇인가를 더욱 추구해 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이 활동을 시작할 수 있었던 계기를 만들어 준 충남외고의 일본어과 선생님들과 관대한 마음으로 나에게 언제나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게 해 준 충남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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