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상영 평론가 |
서울 그로리치 화랑 밑에 있는 카페에서 대전 78세대 그룹의 취지를 강정헌이 김복영에게 자세히 설명하면 즉석에서 서문을 써서 주었다는 것이다.
김복영이 서문을 쓰게 된 배경은 대전 78세대 세미나에서 여러 번 특강 강사로 초대되어 낯익었고, 대전 78세대의 취지를 이건용을 통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김복영의 서문 '대전 78세대 전을 고무함'이라는 글을 통해 당시 상황을 잘 알 수 있다.
▲ 대전 78세대 창립전의 김복영 서문. |
전통적 주제나 기법으로부터가 아니라, 그 역으로 그것들을 개발해 내어 여기에 또다시 전통적 주제와 기법이 살아나도록 부추기지 않으면 안 된다는 주장을 고집하여야 할 필요를 다짐하여야 할 것이다. 지나친 무(無)로부터가 우려될 것이 아니라, 원래 예술은 이리로부터 나와 원래 그렇게 나타나 양식을 갖추고, 전통이라 이름 지어져 또다시 후세에게 전래될 때 생명을 부지하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하여 나는 이 대전 78세대에게 '그렇게 하면 된다'는 편지를 쓰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래서 모두 함께 이들을 걱정해 주고 도와주자. 내일에 또 하나의 건립을 위하여 말이다.”
강정헌은 오랜 시절 빛바랜 대 78세대 1회 팸플릿을 보며 당시 현대예술의 혼을 자각하려 했던 자신들의 모습을 이렇게 말한다.
“유화물감으로 꼬박꼬박 덧칠을 해서 작품완성을 했던 시기였는데 이렇게 에스키스만해서 팸플릿에 싣는다는 것은 대전에서 파격적인 일이었죠. 표현의 대상, 관찰의 방법, 표현의 방법론, 기존 미술품으로서의 완성이라고 하는 것을 반성한 거죠. 그것을 다시 돌이켜보면서 미술의 완성이라는 것이 무엇이냐! 제일 많이 고민한 것 중 하나는 기존의 미술품은 보존되어야 하지 않느냐는 것들이 미술품의 전제 조건 중 하나였죠. 그런데 그것을 탈피하는 게 그렇게 쉽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보존되지 않아도 미술품일 수 있다'는 것에 확신을 갖는 게 가장 힘들었습니다. 그럼 ' 이게(설치나 행위, 사진 등) 작품이다'라고 던져놓았을 때 보존 될 수 있느냐, 액자에 넣을 수 있느냐, 어떻게 보관할 수 있느냐, 몇 년이나 보관될 수 있느냐, 더 오래 보관하면 예술적 가치가 더 높아질 수 있느냐 하는 질문에 답을 내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런 개인적 고민, 미술을 돌이켜 새롭게 해석해 보려는 노력을 할 때, 이건용 선생님이 많은 해석을 해주었죠. 직접적으로 자료를 제시해 주었고, 자신의 경험을 몰입시켜 훌륭한 예술이 될 수 있다는 용기를 학생들에게 주었었죠.”
대전 78세대 창립 멤버들이 열정적으로 임했던 연구결과물인 다양한 작품들은 당시의 대전 분위기로서는 파격적인 것이었다.
출품 작가로는 강정헌, 김익규, 김철겸, 송일영, 신현대, 안치인, 이종봉, 장금자, 정상희, 지석철, 최덕희, 최병규 12명이었다./조상영 미술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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