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혜의 자연 공간이지만 이를 보호하기 위한 감시 인력이 사실상 없는데다가 문화재보호구역 지정 등 제도적 뒷받침도 없기 때문이다.
19일 대전시 등에 따르면 중구 침산동 뿌리공원은 남생이를 비롯해 수달, 팔색조, 수리부엉이 등 천연기념물 13종의 서식처다.
하지만, 갈수록 교묘해지는 불법포획 행위 등을 예방하기 위한 행정당국의 조치는 미흡하기 짝이 없다.
이곳에서 천연기념물 보호를 위해 상시 감시하는 지자체 소속 인력은 전무하다.
대전시 및 중구 관계자는 “중구청 소속 뿌리공원과(課)가 공원 내 시설관리와 순찰 등을 하고 있지만, 인력과 예산 등의 문제로 24시간 상시 인력을 두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더구나 야간에는 공원 내에 청원경찰 1명이 근무할 뿐이다.
국가기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금강유역환경청은 금강수계의 불법행위 등을 감시하기 위해 '금강지킴이' 40명을 지자체별로 위촉,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60~70에 달하는 유등천에는 고작 1명이 배치돼 있을 뿐이다. 뿌리공원 서식 천연기념물에 대한 세심한 보호가 사실상 이루어지지 않는 셈이다.
이와 관련 양흥모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은 “뿌리공원은 대전에서 자연환경이 잘 보전된 천혜의 보고로 유사 행위를 막으려면 감시인력 확충이 요구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천연기념물의 효율적인 보호를 위해 문화재보호구역 지정 등 제도적인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대전시는 19일 뿌리공원 현장을 방문, 조사를 진행한 뒤 불법어구 설치자를 검거하기 위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키로 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국가지정문화재를 훼손한 자는 3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게 돼 있다”며 “향후 문화재청과 협의를 통해 뿌리공원 문화재보호구역지정 논의를 진행하겠다”며 제도적 장치 마련을 시사했다.
한편, 지난 17일 오전 9시께 뿌리공원에서 남생이 3마리와 자라 20마리가 불법으로 설치한 어구에 걸려 이 가운데 남생이 2마리가 치명상을 입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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