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기업의 이러한 인식이 실제로 고졸 취업 환경의 변화로 정착되느냐는 아직은 별개의 사안으로 보고 있다. 기업 3곳 중 1곳이 업무에 적합한 고졸자가 없어 못 뽑는 왜곡된 구조가 당장 해소될 것 같지는 않다. 또한 고졸 구직과 기업 구인 사이에도 최근 대두되는 일자리 불일치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어쨌거나 이 분위기가 말 그대로 일시적인 붐이 되지 않아야 한다. 아무리 고졸 채용에 적극성을 띠어도 장래가 불안하면 실효성은 떨어진다. 누구든 불안한 보조인력이나 장래성 없는 인턴을 원하지는 않는다. 반면에 기업으로서는 대학 진학을 위한 조기 퇴사나 군 입대로 인한 업무 차질도 감수하기 힘든 부분일 것이다.
결국 안정된 고졸 취업과 다양한 인재 찾기라는 두 측면에서 접점을 모색해야 할 문제다. 취업 과정의 학력 차별 해소, 승진 등에서 대졸자와 동등하지 않은 '유리천장' 제거도 시급하다. 일자리도 모든 업종에 두루 분포되고 전문계고만이 아닌 인문계고까지도 채용을 확대해야 한다. '고졸자 채용을 늘리라'는 당부 한 마디에서 시작해 이내 시들해지는 현상으로는 절대 제도가 안착할 수 없다.
이번 조사를 토대로 해마다 30만개 이상의 고졸 일자리를 전망하기도 한다. 이 역시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이 보장될 때 가능한 얘기다. 능력 본위 사회와 맞물리지 못하면 지원서 학력란을 삭제해봐야 무용하고 무익한 일이 되고 만다. 인식의 개선, 패러다임의 변화가 절실한 영역이라는 뜻이다.
여기에 지방 출신들은 걱정 한 가지가 추가된다. 지방 고졸자의 채용 기회가 상대적으로 박탈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뽑을 재원이 없을 정도라지만 고졸 취업 정책이 저학력자에 대한 시혜적 차원에 머물러서는 성공할 수 없다. 고졸 채용 수요 43%는 일단 희망적인 숫자다. 지자체도 일자리 창출 역량 강화 차원에서 고졸 취업에 대한 심도 있는 대안을 마련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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