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연희 인터넷방송국 취재팀장 |
3농 혁신의 11개 분야 347개 시책을 들여다보자. 11개 분야는 친환경 고품질 농업, 선진 축산업, 산림자원 육성 활용, 청정수산, 지역순환 식품체계 구축,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 농업 6차산업화, 지역리더 양성, 민관 협력체계 구축 등 생산자는 물론 소비자, 도시민과의 상생까지를 포괄한 대단위 프로젝트다. 347개 시책도 유기농채소 생산단지 조성, 친환경 농업지구 조성, 충남쌀 브랜드 육성, 친환경 사육시설, 한우 광역브랜드 육성 등으로 농촌에 필요한 웬만한 사업과 시설은 다 들어가 있다. 이런 백화점식 농어업정책으로 혁신이 가능할까?
한마디로 너무 많다. 신규보다 기존사업이 훨씬 많은 347개 시책을 추진한다는 것 자체가 생색내기에 불과하다. 과거 정부나 전직 도지사들이 시행했던 사업들을 지속 추진하는 것까지 모두 모아 3농 혁신이라고 할 필요는 없다. 도민이 원하는 것은 '안희정표 시책'이다. 역대 대통령, 다른 도지사들과 다른 안희정식 농업정책 말이다.
347개 사업을 죽 늘어놓고 모두 잘해보겠다고 할 게 아니라 이 가운데 단 한 가지라도 가려내 어느 대통령과 도지사도 못한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보는 게 좋지 않을까? 바지락명품단지조성이든 아름다운 농장 만들기, 희망 산촌만들기, 학교텃밭사업 등 신규사업 가운데 몇 가지라도 선택·집중해 제대로 만들어 보는 게 현명하다.
몇 해 전 부여에서 만난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부여에 집을 짓고 사는 이유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만든 문화유산을 보고 돌아다니며 우리 국토가 아름답다고 말한 사람으로서 어느 한곳은 내 손으로 아름답게 가꿔야겠다는 생각에 백제 고도 부여에 둥지를 틀었다”고 했다.
70~80대 노인들만 사는 외산면 반교마을은 젊은 청년 유홍준의 입성으로 전국적 명소가 됐으며 반교마을 돌담길은 대한민국 등록문화재로 운치를 자아낸다. 노무현 대통령시절 조성된 농촌체험마을인 충북 단양의 한드미마을은 노 대통령의 방문과 관심으로 지금까지 체험마을의 모델이 되고 있다. 이 마을을 방문한 노 전 대통령이 반주로 시음한 단양 대강막걸리는 청와대 만찬주로 쓰인 후 지금도 전국적으로 납품이 밀린단다. 충남의 농어촌마을 한곳이라도 정성껏 가꾸고 혁신정책을 적용해 보면 안희정표 농촌마을이 생겨나지 않겠는가?
3농 혁신의 또 다른 문제는 거창한 계획에도 불구하고 농업의 주체인 사람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4조원이 넘는 예산확보는 차치하고라도 이 많은 과제를 수행할 사람이 없다. 충남의 고령화율은 전국평균을 훨씬 웃돌고 청양·금산·부여·서천·홍성·예산·태안 등 7개 군은 고령인구가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다.
혁신 농업정책을 실현할 젊은 피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이 많은 정책들은 뜬구름이 될 공산이 크다. 여기다 충남지역의 자살률은 전국 최고며 이의 대부분이 노인이다. 충남 농촌의 가장 시급하고도 중요한 노령화와 노인문제가 3농 혁신에 빠져 있다. 노동력이 몇 배로 더 드는 친환경농업은 노인들에게 그림의 떡이며 컴퓨터를 켤 줄도 모르는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농산물 인터넷 판매는 딴 나라 얘기일 수 있다.
농업도지사가 되겠다는 안 지사는 “농촌현실을 꼭 풀고 싶은 간절함으로 모든 도민이 힘을 모아 3농 혁신에 미치면 분명 답이 있다”고 했다. 이 말에는 본인 스스로 3농 혁신에 미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을 것이다. 공약사업인 도민프로축구단 창단이 무산되고 정무부지사 나이제한폐지 조례와 문화재단 설립, 도민참여예산제 등이 잇따라 의회에서 상정도 못되자 안 지사의 마음이 급해졌을 수 있다.
이런 때일수록 당장의 실적에 급급해 크고 화려한 정책을 내놓기보다 농촌에 살고 일하는 '사람'에서 해법을 찾아야한다. 안 지사가 농업도지사로 성공하겠다면 3농 혁신의 347개 시책부터 면밀히 검토해 선택·집중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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