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용]짜장면과 연구학교

  • 오피니언
  • 사외칼럼

[박종용]짜장면과 연구학교

[교육단상]박종용 대전성룡초등학교 교감

  • 승인 2011-09-13 13:12
  • 신문게재 2011-09-14 20면
  • 박종용 대전성룡초등학교 교감박종용 대전성룡초등학교 교감
▲ 박종용 대전성룡초등학교 교감
▲ 박종용 대전성룡초등학교 교감
참, 이상했다. '짜장면'이라 부르면서 '자장면'으로 써야 할 때 그랬다. '맨날'도 마찬가지였다. 표준어인 '만날'이 사용하기에 더 어색했다. 사실 전문적으로 글을 다루는 사람 외에는 비표준어를 사용하는 게 더 편리했다. 다행히 8월 31일,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39개의 표준어가 새롭게 등재되어 표준어를 사용하는 국민들이 늘게 되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모두가 윈윈(win-win)할 수 있는 멋진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도 2년 전, '품세' 때문에 난감한 일을 겪은 적이 있다. 설명문에 대한 강의를 준비하기 위해 '제7차 교육과정'에 의해 2009년에 발간된 초등학교 3학년 1학기 읽기 교과서 다섯째마당 137쪽을 펼쳤다. '태권도의 기술은 크게 품세와 겨루기로 나눌 수 있습니다. 품세는 공격과 방어의 기본 기술을 연결한 연속 동작입니다'라고 되어 있었다. '태권도에서 공격과 방어의 기본 기술을 연결한 연속 동작'을 '품세'로 정의한 글이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2007년 개정교육과정'에 의해 2010년에 발간된 3학년 1학기 읽기 교과서 2단원 '아는 것이 힘'의 36쪽에는 '품세' 대신 '품새'가 쓰였다. '태권도의 기술은 크게 품새와 겨루기로 나눌 수 있습니다. 품새는 공격과 방어의 기본 기술을 연결한 연속 동작입니다'라고. 어떻게 이럴 수 있는가. 엄연히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품세'가 표준어로 되어 있는데, 교과서에는 '품새'로 나와 있으니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세계태권도본부인 '국기원'의 누리집을 뒤졌다. '품세'는 없고 '품새'란 말만 보였다. 국립국어원 '온라인 가나다'에서 '품세'와 '품새'의 쓰임에 대해 설명한 글을 발견했다. '현재로서는 표준국어대사전에 운동 분야 전문 용어로 '품세'가 올라 있으니 '품세'라고 쓰는 것이 바람직할 듯합니다. 그러나 해당 분야에서 '품새'라고 일관되게 표기한다면 어떤 것으로 표기해야 하는지 아직 다시 검토해 볼 여지는 있다 할 수 있습니다'라고. '품새'가 표준어가 아님을 분명 밝히고 있었다.

다행히 짜장면, 자장면, 맨날, 만날, 품새, 품세, 복숭아뼈, 복사뼈 등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된 그 날, 지난 7월에 있었던 대전시 초등교감 회의 모습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대전시교육청 윤형수 교수학습지원과장은 “9월부터 교육청에서 교원의 호봉 승급 처리를 하겠다, 연구학교 공개보고회를 한 곳에서 실시하겠다, 인사 작업할 때에는 번거롭게 제출했던 서지자료를 대신해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에 있는 웹자료로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필자는 참석자들과 함께 손뼉을 치면서도 반신반의했다. 교육 현장에서 원했던 바람보다 더 획기적이라 과연 실현될까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그렇게 9월을 기다렸다. 정기승급을 위해 NEIS를 열었다. 정말로 처리돼 있었다. 연구학교 운영에 따른 학교의 부담 완화 및 운영 지원의 효율화를 위해 공개 보고회를 박람회 형태로 실시하겠다는 공문도 시달되었다. 언행일치였다. 동료들은 이구동성으로 일선의 고충을 헤아린 방향이라며 환영했다.

물론 교단 일선에선 가뭄에 단비를 만난 격이지만, 교육청의 업무 담당자들은 구체적인 방안을 수립하느라 고충이 컸을 것이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는 말처럼 조용히 자리를 보전하다가 그 자리에서 떠나면 그만인데, 굳이 관행처럼 지속되던 일을 건드려 분란의 소지를 만들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 국립국어원과 대전시교육청에서 현실의 요구에 부합하는 정책을 시행하면서 '공감대 형성'과 '신뢰'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지 않았나 싶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외출제한 명령 위반하고 오토바이 훔친 비행청소년 소년원행
  2. 생명종합사회복지관, 제15회 시가 익어가는 마을 'ON마을축제'
  3. 상명대, 제25회 대한민국 반도체설계대전 'SK하이닉스상' 수상
  4. 충남대병원, 만성폐쇄성폐질환 적정성 평가 1등급
  5. [날씨] 단풍 절정 앞두고 이번 주말 따뜻한 날씨 이어져
  1. 한국건강관리협회, 창립 60주년 6㎞ 걷기대회 개최
  2. 서구 소외계층 60가정에 밑반찬 봉사
  3. 대전 노은지구대, 공동체 치안 위해 '찾아가는 간담회' 실시
  4. 샛별재가노인복지센터 생태로운 가을 나들이
  5. [현장취재]대전MBC 2024 한빛대상 시상식 현장을 찾아서

헤드라인 뉴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이 대전에 집결한다. 대전시는 '2025년 중소기업융합대전'개최지로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서 대회기를 이양받았다. 내년 대회는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중소기업융합대전'은 중소기업융합중앙회 주관으로 중소기업인들 간 업종 경계를 넘어 교류하는 것이 목적이다. 분야별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역별 순회하는 화합 행사 성격도 띠고 있다. 2004년 중소기업 한마음대회로 시작해 2014년 정부 행사로 격상되었으며 2019년부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