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용 대전성룡초등학교 교감 |
필자도 2년 전, '품세' 때문에 난감한 일을 겪은 적이 있다. 설명문에 대한 강의를 준비하기 위해 '제7차 교육과정'에 의해 2009년에 발간된 초등학교 3학년 1학기 읽기 교과서 다섯째마당 137쪽을 펼쳤다. '태권도의 기술은 크게 품세와 겨루기로 나눌 수 있습니다. 품세는 공격과 방어의 기본 기술을 연결한 연속 동작입니다'라고 되어 있었다. '태권도에서 공격과 방어의 기본 기술을 연결한 연속 동작'을 '품세'로 정의한 글이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2007년 개정교육과정'에 의해 2010년에 발간된 3학년 1학기 읽기 교과서 2단원 '아는 것이 힘'의 36쪽에는 '품세' 대신 '품새'가 쓰였다. '태권도의 기술은 크게 품새와 겨루기로 나눌 수 있습니다. 품새는 공격과 방어의 기본 기술을 연결한 연속 동작입니다'라고. 어떻게 이럴 수 있는가. 엄연히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품세'가 표준어로 되어 있는데, 교과서에는 '품새'로 나와 있으니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세계태권도본부인 '국기원'의 누리집을 뒤졌다. '품세'는 없고 '품새'란 말만 보였다. 국립국어원 '온라인 가나다'에서 '품세'와 '품새'의 쓰임에 대해 설명한 글을 발견했다. '현재로서는 표준국어대사전에 운동 분야 전문 용어로 '품세'가 올라 있으니 '품세'라고 쓰는 것이 바람직할 듯합니다. 그러나 해당 분야에서 '품새'라고 일관되게 표기한다면 어떤 것으로 표기해야 하는지 아직 다시 검토해 볼 여지는 있다 할 수 있습니다'라고. '품새'가 표준어가 아님을 분명 밝히고 있었다.
다행히 짜장면, 자장면, 맨날, 만날, 품새, 품세, 복숭아뼈, 복사뼈 등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된 그 날, 지난 7월에 있었던 대전시 초등교감 회의 모습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대전시교육청 윤형수 교수학습지원과장은 “9월부터 교육청에서 교원의 호봉 승급 처리를 하겠다, 연구학교 공개보고회를 한 곳에서 실시하겠다, 인사 작업할 때에는 번거롭게 제출했던 서지자료를 대신해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에 있는 웹자료로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필자는 참석자들과 함께 손뼉을 치면서도 반신반의했다. 교육 현장에서 원했던 바람보다 더 획기적이라 과연 실현될까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그렇게 9월을 기다렸다. 정기승급을 위해 NEIS를 열었다. 정말로 처리돼 있었다. 연구학교 운영에 따른 학교의 부담 완화 및 운영 지원의 효율화를 위해 공개 보고회를 박람회 형태로 실시하겠다는 공문도 시달되었다. 언행일치였다. 동료들은 이구동성으로 일선의 고충을 헤아린 방향이라며 환영했다.
물론 교단 일선에선 가뭄에 단비를 만난 격이지만, 교육청의 업무 담당자들은 구체적인 방안을 수립하느라 고충이 컸을 것이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는 말처럼 조용히 자리를 보전하다가 그 자리에서 떠나면 그만인데, 굳이 관행처럼 지속되던 일을 건드려 분란의 소지를 만들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 국립국어원과 대전시교육청에서 현실의 요구에 부합하는 정책을 시행하면서 '공감대 형성'과 '신뢰'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지 않았나 싶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