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고향에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고 쓸쓸한 추석을 보내야 하는 이들이 있다. 바다를 건너온 이주여성이나 북한 이탈주민이 그들이다. 이들을 만나 추석을 앞둔 심정을 들어봤다.
“베트남 고향 땅이 눈앞에 아른거리는데 갈 수가 없습니다. 올해에도 쓸쓸하게 보내야겠네요.”
응우웬 응옥 타잉(가명·24·사진)씨는 베트남 이주여성이다.
응우웬씨는 2007년 고교졸업 후 집안 부담을 덜어줘야겠다는 생각에 한국남성과 결혼했다. 그녀의 고향은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자동차로 3~4시간 가야 하는 광민이라는 곳이며 아버지와 언니, 남동생이 고향집에 살고 있다. 결혼 이후 응우웬씨에게 고향은 더는 갈래야 갈 수 없는 곳이 돼 버렸다.
응우웬씨는 “남편과 두 딸을 뒀지만, 가정불화로 시집을 나와 얼마 전부터 대전의 모 쉼터에서 지내고 있다”며 “돈이 없어 남들처럼 추석 때 고향에 갈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딱한 사정에 처했기에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온 지금 고향 생각이 더욱 간절하다.
그녀는 “베트남에서도 음력 8월 15일이 중뚜(jung thu) 라고 불리는 큰 명절”이라며 “제사를 지내고 쌀 반죽에 고기와 콩이 들어간 영양 떡을 만들어 먹던 추억이 눈앞에 선하다”며 고향집 추석 풍경을 그리워했다.
이어 “나중에 돈을 많이 벌어 두 딸을 데리고 고향에 꼭 돌아갈 것”이라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이북에 고향을 두고 온 북한 이탈주민들도 쓸쓸한 추석을 맞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대전 모 임대아파트에 사는 김윤자(66)씨는 2009년 중국을 거쳐 한국에 왔다.
평안남도가 고향인 김씨는 젊은 시절 인민군 장교로 근무한 전력이 있다. 일가친척 가운데 중국과 한국에 연고자가 있었던 김씨는 이같은 이유로 북한사회에서 냉대를 받게 됐고 고민을 거듭하던 중 딸, 손자들과 함께 탈북을 결심했다.
김씨 기억 속 북한의 추석풍경은 그리 넉넉한 모습이 아니다.
그녀는 “북한에서는 서민들의 유일한 교통편이 기차인데 경제사정이 어려워 운행이 쉽지 않다”며 “이 때문에 전국 각지의 친인척들이 모두 모이기가 어려웠다”며 회고했다.
김씨는 이번 추석에 한국으로 같이 온 피붙이와 함께 보내기로 했다.
하지만, 명절이 돌아올 때마다 북한에 있는 고향과 가족 생각에 그녀의 마음 한 구석은 쓰리기만 하다.
김씨는 “이번 추석 때 중국 두만강에 가서 먼발치에서라도 북녘 땅을 보고 싶다”며 “북에 있는 가족들이 마음만이라도 넉넉하게 추석을 보냈으면 좋겠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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