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헌]복지는 좌·우의 문제 아닌 헌법의 기본이념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김두헌]복지는 좌·우의 문제 아닌 헌법의 기본이념

[중도프리즘]김두헌 변호사

  • 승인 2011-09-08 14:02
  • 신문게재 2011-09-09 21면
  • 김두헌 변호사김두헌 변호사
▲ 김두헌 변호사
▲ 김두헌 변호사
전면 무상급식 반대를 하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시장직에서 물러난지 꽤 됐다. 그 이후 여러 인물들이 자천타천으로 시장후보로 거론되고 있으며, 안철수 교수가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다 박원순 변호사에게 후보 자리를 양보했다는 기사도 나오고 있다.

그런데 아이들의 무상급식과 관련해 진보진영은 보편적 복지에 근거한 타당한 정책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보수진영에서는 복지포퓰리즘이라며 반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과연 이 문제를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고 있는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적 잣대로만 봐야하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현 정부 들어 이러한 진보와 보수의 이념적인 갈등이 매우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으며, 나아가 복지확대를 주장하면 그 자체로 좌파로 몰아가는 경향이 있음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사회복지 문제를 위와 같이 좌·우 이념대립의 문제로 보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인가는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한다.

우리 헌법은 전문에서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안으로는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라고 되어 있고,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하고 있다.

나아가 헌법 제119조 제2항에서는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재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해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이러한 포괄적인 규정에 근거해 헌법은 제31조에서부터 제36조에 걸쳐 일련의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있고, 헌법 제23조는 재산권을 보장하되 재산권의 사회적 구속을 강조하고 있으며, 나아가 경제 질서에 대한 규제와 조정을 위한 여러 규정을 두고 있다.

이러한 헌법의 제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헌법이 이미 여러 가지 부조리와 모순을 노정한 방임주의적 자유시장경제를 고수하지 아니함은 물론 전체주의 국가의 계획적 통제경제까지도 지양하면서, 국민 모두가 호혜공영하는 실질적인 사회정의가 보장되는 국가, 환언하면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이라든가 시장메커니즘의 자동조절기능이라는 골격은 유지하되 저소득층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소득의 재분배, 투자의 유도조정, 실업자구제 내지 완전고용, 광범한 사회보장 등을 책임 있게 추구하는 국가, 즉 민주복지국가의 이상을 추구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라고 판시함으로써 사회복지국가의 원리가 우리 헌법의 기본이념임을 명백히 천명하고 있다.

이와 같이 광범위한 사회보장은 우리 헌법의 기본원리이고 우리 헌법은 여러 규정에서 그와 같은 점을 구체화하고 있는바, 복지논쟁이 좌·우의 이념논쟁의 대상이 아님을 명확히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범위한 사회보장의 문제를 좌·우의 이념논쟁의 도구로 이용하고 있는 작금의 정치현실은 우리 헌법의 기본이념마저 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오히려 광범위한 사회보장이 현 정부의 재정건전성에 비추어 과연 조속한 시일 내에 실현가능한 것인가라는 문제로 접근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것이 아닌가한다. 그런데 정부는 현재의 재정건전성에 비추어 포괄적인 복지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재정건전성이 악화된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 상당수의 국민들이 반대하는 4대강 사업에 천문학적인 돈을 가져다 쓰고, 부자감세라는 기조를 유지한 정부의 책임은 전혀 없는 것인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국민들이 최소한의 경제생활을 유지하면서 인간답게 살아갈 권리는 헌법적 요청이다. 사회복지의 문제를 좌·우의 이념논쟁 대상으로 삼는 우는 더 이상 없었으면 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1.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2.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3.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4.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5.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헤드라인 뉴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년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가 2024년 가을 문턱을 넘지 못하며 먼 미래를 다시 기약하게 됐다. 세간의 시선은 11월 22일 오후 열린 세종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이하 산건위, 위원장 김재형)로 모아졌으나, 결국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산건위가 기존의 '삭감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서다. 민주당은 지난 9월 추가경정예산안(14.5억여 원) 삭감이란 당론을 정한 뒤, 세종시 집행부가 개최 시기를 2026년 하반기로 미뤄 제출한 2025년 예산안(65억여 원)마저 반영할 수 없다는 판단을 분명히 내보였다. 2시간 가까운 심의와 표..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속보>="내 나름대로 노아의 방주 같아…'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이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3층 높이 폐기물을 쌓아온 집 주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

2024 세종상가공실박람회 `혁신적 역발상` 통했다
2024 세종상가공실박람회 '혁신적 역발상' 통했다

세종의 높은 상가공실 문제를 감추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드러내 문제 해결을 노린 혁신적 역발상의 '2024 세종상가공실박람회'가 실수요자들의 큰 관심 속에 막을 내렸다. 상가 소유주와 실수요자를 연결함으로써 상가공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종시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동으로 20일부터 21일까지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한 이번 박람회에는 이틀간 1000여 명이 현장을 방문했고 프랜차이즈 부스에서는 6건의 실제 가맹계약이 성사됐다. 여기에 박람회 이후 10개 팀이 실제 상가 현장을 찾았으며 추가로 방문 예약..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