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두헌 변호사 |
그런데 아이들의 무상급식과 관련해 진보진영은 보편적 복지에 근거한 타당한 정책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보수진영에서는 복지포퓰리즘이라며 반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과연 이 문제를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고 있는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적 잣대로만 봐야하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현 정부 들어 이러한 진보와 보수의 이념적인 갈등이 매우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으며, 나아가 복지확대를 주장하면 그 자체로 좌파로 몰아가는 경향이 있음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사회복지 문제를 위와 같이 좌·우 이념대립의 문제로 보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인가는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한다.
우리 헌법은 전문에서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안으로는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라고 되어 있고,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하고 있다.
나아가 헌법 제119조 제2항에서는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재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해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이러한 포괄적인 규정에 근거해 헌법은 제31조에서부터 제36조에 걸쳐 일련의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있고, 헌법 제23조는 재산권을 보장하되 재산권의 사회적 구속을 강조하고 있으며, 나아가 경제 질서에 대한 규제와 조정을 위한 여러 규정을 두고 있다.
이러한 헌법의 제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헌법이 이미 여러 가지 부조리와 모순을 노정한 방임주의적 자유시장경제를 고수하지 아니함은 물론 전체주의 국가의 계획적 통제경제까지도 지양하면서, 국민 모두가 호혜공영하는 실질적인 사회정의가 보장되는 국가, 환언하면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이라든가 시장메커니즘의 자동조절기능이라는 골격은 유지하되 저소득층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소득의 재분배, 투자의 유도조정, 실업자구제 내지 완전고용, 광범한 사회보장 등을 책임 있게 추구하는 국가, 즉 민주복지국가의 이상을 추구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라고 판시함으로써 사회복지국가의 원리가 우리 헌법의 기본이념임을 명백히 천명하고 있다.
이와 같이 광범위한 사회보장은 우리 헌법의 기본원리이고 우리 헌법은 여러 규정에서 그와 같은 점을 구체화하고 있는바, 복지논쟁이 좌·우의 이념논쟁의 대상이 아님을 명확히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범위한 사회보장의 문제를 좌·우의 이념논쟁의 도구로 이용하고 있는 작금의 정치현실은 우리 헌법의 기본이념마저 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오히려 광범위한 사회보장이 현 정부의 재정건전성에 비추어 과연 조속한 시일 내에 실현가능한 것인가라는 문제로 접근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것이 아닌가한다. 그런데 정부는 현재의 재정건전성에 비추어 포괄적인 복지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재정건전성이 악화된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 상당수의 국민들이 반대하는 4대강 사업에 천문학적인 돈을 가져다 쓰고, 부자감세라는 기조를 유지한 정부의 책임은 전혀 없는 것인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국민들이 최소한의 경제생활을 유지하면서 인간답게 살아갈 권리는 헌법적 요청이다. 사회복지의 문제를 좌·우의 이념논쟁 대상으로 삼는 우는 더 이상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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