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철]21세기, 사랑하는 능력을 되찾아라

[강신철]21세기, 사랑하는 능력을 되찾아라

삭막한 현대사회에 대한 일침… 사랑의 기술 등 의도적으로 노력해야

  • 승인 2011-09-06 14:12
  • 신문게재 2011-09-07 12면
  • 강신철 백북스 운영위원장강신철 백북스 운영위원장
[백북스와 함께 읽는 책-사랑의 기술]

에리히 프롬은 1900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심리학, 사회학을 전공하고 프랑크푸르트 대학 정신분석연구소 강사 및 사회조사연구소 연구원을 겸임했다. 1933년 도미하여 컬럼비아 대학 국제사회연구소 멤버로 활동했고, 멕시코 국립대 교수를 거쳐 1957년 이후 미시간주립대 교수로 재직했다. 리스먼과 함께 군사력이 없는 평화로운 세계를 실현하기 위해 조직적 활동을 하면서 정력적으로 저술활동을 했다. 저서로는 소유냐 존재냐, 자유로부터의 도피, 정신분석과 종교 등이 있다.

▲ 사랑의 기술
▲ 사랑의 기술
이 책은 현대 산업사회가 시장의 교환원칙의 지배를 받고 있고, 인간의 가치도 결국 경제적 교환가치에 지나지 않게 되어, 사람이 사람으로 평가받지 못하고 이용가치에 따라 평가되는 현실에서 현대인은 소외당하고 사랑하는 능력을 상실했다고 진단한다. 프롬은 현대인이 사랑의 능력을 상실한 근본적 원인은 참된 자기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혜도 돈으로 환산되고 아름다움도 돈으로 환산되고 정의도 돈으로 사고파는 개탄스러운 현실에서도 프롬은 포기하지 말고 사랑의 가치를 되찾고, 사랑하는 능력을 회복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프롬은 인간이 관련성에 대한 욕구 초월에의 욕구 근원에의 욕구 자기동일성에 대한 욕구 정량과 헌신의 테두리에 대한 욕구 등 다섯 가지 본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우선 관련성에 대한 욕구는 집단으로부터의 고립과 추방에 대한 공포를 말하는 것이고, 초월의 욕구는 수동적인 역할에 만족하지 않고 그 운명을 초월하려는 욕구로서 창조 아니면 파괴적 행동으로 표출된다. 두 번째 창조적 의지의 활동에 의해 원만하게 충족될 때는 인간의 원만한 성장이 가능하지만, 창조적 의지가 좌절되었을 때에는 파괴를 통해 자기의 운명에 거역해 보고자 한다. 세 번째, 근원에의 욕구는 자기가 확고하게 속해 있는 뿌리를 갖고 싶다는 욕구로서 형제애나 근친에 대한 사랑을 예로 들 수 있다. 네 번째, 자기동일성에 대한 욕구는 자신이 다른 어떤 사람과도 다르며, 다른 사람에 의해 대체될 수 없는 독립된 행위의 주체가 되기를 바라는 것으로서, 비창조적인 방식으로 발현되면 국가, 종교, 직업, 계급, 사회적 지위 등에 자신을 몰입시켜 자기동일성을 확립하려는 방식에 의해 충족되지만, 창조적 방식으로 발현되면 다른 사람이 모방할 수 없는 독자적인 자기동일성을 수립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정향(orientation)과 헌신의 테두리에 대한 욕구는 자신의 환경이나 외부세계에 대해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싶어 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존재와 지위에 대해 의미부여를 하는 헌신의 대상을 요구하는 것이다.

프롬은 이상과 같은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사랑의 능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사랑의 기술을 익혀 의도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랑의 기술은 자기 의지로 표현된 '훈련'이 필요하며, 훈련에는 '정신집중'과 '인내'가 필요하다. 정신을 집중시킬 수 있다는 것은 홀로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홀로 있을 수 있는 능력은 사랑하는 능력의 기본 조건이라는 것이다. 또한 사랑의 능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상대에 대해 '최고의 관심'을 기울여야 하며 생활의 모든 국면을 통해 훈련, 정신집중, 인내, 최고의 관심 등, 사랑의 기술을 실행하기 위한 노력을 습관화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프롬에 의하면 자신의 동일성을 희생하지 않고도 사랑의 기술을 통해 고독과 불안과 무력감을 극복할 수 있으며 현대 사회의 소외에서 벗어날 수 있다. 내면에서 우러나는 참된 욕구에 따라 자발적으로 활동하면, 사물과의 관계에서도 사랑과 생명을 중심으로 한 관계를 회복할 수 있다. 인간은 자연의 한 부분으로서 자연의 법칙에 종속되어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아의식, 이성, 상상력 등을 가짐으로써 자연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므로 우리는 독자적으로 자신의 존재 의미를 추구해야 하며,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을 사랑할 줄 아는 능력을 회복하기 위한 의도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50여 년 전에 에리히 프롬이 제시한 사랑의 기술은, 21세기를 사는 지금의 우리에게도 절실하게 다가온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1.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2.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3.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4.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