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리히 프롬은 1900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심리학, 사회학을 전공하고 프랑크푸르트 대학 정신분석연구소 강사 및 사회조사연구소 연구원을 겸임했다. 1933년 도미하여 컬럼비아 대학 국제사회연구소 멤버로 활동했고, 멕시코 국립대 교수를 거쳐 1957년 이후 미시간주립대 교수로 재직했다. 리스먼과 함께 군사력이 없는 평화로운 세계를 실현하기 위해 조직적 활동을 하면서 정력적으로 저술활동을 했다. 저서로는 소유냐 존재냐, 자유로부터의 도피, 정신분석과 종교 등이 있다.
▲ 사랑의 기술 |
프롬은 인간이 관련성에 대한 욕구 초월에의 욕구 근원에의 욕구 자기동일성에 대한 욕구 정량과 헌신의 테두리에 대한 욕구 등 다섯 가지 본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우선 관련성에 대한 욕구는 집단으로부터의 고립과 추방에 대한 공포를 말하는 것이고, 초월의 욕구는 수동적인 역할에 만족하지 않고 그 운명을 초월하려는 욕구로서 창조 아니면 파괴적 행동으로 표출된다. 두 번째 창조적 의지의 활동에 의해 원만하게 충족될 때는 인간의 원만한 성장이 가능하지만, 창조적 의지가 좌절되었을 때에는 파괴를 통해 자기의 운명에 거역해 보고자 한다. 세 번째, 근원에의 욕구는 자기가 확고하게 속해 있는 뿌리를 갖고 싶다는 욕구로서 형제애나 근친에 대한 사랑을 예로 들 수 있다. 네 번째, 자기동일성에 대한 욕구는 자신이 다른 어떤 사람과도 다르며, 다른 사람에 의해 대체될 수 없는 독립된 행위의 주체가 되기를 바라는 것으로서, 비창조적인 방식으로 발현되면 국가, 종교, 직업, 계급, 사회적 지위 등에 자신을 몰입시켜 자기동일성을 확립하려는 방식에 의해 충족되지만, 창조적 방식으로 발현되면 다른 사람이 모방할 수 없는 독자적인 자기동일성을 수립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정향(orientation)과 헌신의 테두리에 대한 욕구는 자신의 환경이나 외부세계에 대해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싶어 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존재와 지위에 대해 의미부여를 하는 헌신의 대상을 요구하는 것이다.
프롬은 이상과 같은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사랑의 능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사랑의 기술을 익혀 의도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랑의 기술은 자기 의지로 표현된 '훈련'이 필요하며, 훈련에는 '정신집중'과 '인내'가 필요하다. 정신을 집중시킬 수 있다는 것은 홀로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홀로 있을 수 있는 능력은 사랑하는 능력의 기본 조건이라는 것이다. 또한 사랑의 능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상대에 대해 '최고의 관심'을 기울여야 하며 생활의 모든 국면을 통해 훈련, 정신집중, 인내, 최고의 관심 등, 사랑의 기술을 실행하기 위한 노력을 습관화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프롬에 의하면 자신의 동일성을 희생하지 않고도 사랑의 기술을 통해 고독과 불안과 무력감을 극복할 수 있으며 현대 사회의 소외에서 벗어날 수 있다. 내면에서 우러나는 참된 욕구에 따라 자발적으로 활동하면, 사물과의 관계에서도 사랑과 생명을 중심으로 한 관계를 회복할 수 있다. 인간은 자연의 한 부분으로서 자연의 법칙에 종속되어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아의식, 이성, 상상력 등을 가짐으로써 자연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므로 우리는 독자적으로 자신의 존재 의미를 추구해야 하며,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을 사랑할 줄 아는 능력을 회복하기 위한 의도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50여 년 전에 에리히 프롬이 제시한 사랑의 기술은, 21세기를 사는 지금의 우리에게도 절실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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