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인의 여성지리학자, 세계의 틈새를 보다 |
감상 이전에 그들의 관심사는 지형의 이치를 탐구하는 학문이기에, 남들이 풍경에 감탄하고 있을 때 그들은 분석을 하기 때문이다.
로키 산맥의 루이스 호수가 에메랄드 빛을 띠는 까닭은 빙하에 의해 미세하게 깎인 진흙이 바닥에 가라앉으면서 햇빛에 반짝이기 때문이고, 마추픽추가 까마득한 산꼭대기에 자리 잡은 이유가 먼 옛날 있었던 지각의 융기 탓이라는 것을 알면 우리가 수수께끼라고 생각했던 풍광들의 실체가 뻥뻥 뚫리는 듯한 쾌감이 느껴진다.
한국여성지리학자회 주관 하에 기획된 이 책의 참여자는 모두 41명. 학회의 요청에 지리학자들은 아껴 두었던 '비장의 여행지 목록'을 통 크게 공개했다.
여성은 남성보다 해외 여행 시 제약이 많은 편이다. 우선은 '여자 혼자 여행을 한다'는 사실을 곱지 않게 생각하는 우리 사회의 선입견 탓도 있겠지만, 세계 어디를 가든 여성은 약자라는 지위를 감내해야 한다. 특히 이슬람권 국가에서 여행하게 되면 관광객으로서 받아야 하는 대접은 최악에 가깝다.
하지만 책 속에서 보이는 그녀들의 행보는 당당하기만 하다. 푸른길/지은이 한국여성지리학자회/416쪽/1만8000원
박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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