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두선·도청팀 차장 |
이 중 '청렴결백'의 이미지를 가진 김정호(이순재 분)는 자신의 말을 번복하지 않고 지키는 대통령으로 묘사됐다. 그는 월드컵복권을 만들며 “제가 복권에 당첨된다면 당첨금의 전부를 불우이웃을 돕기 위해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실제 244억원의 당첨자가 되자 약속을 지켰다. 대통령도 사람인지라 어쩔 줄 모르고 잠시 고민도 했지만, 자신의 말을 번복하지 않고 지켜내면서 관람객들에게 흐뭇함과 감동을 줬다.
영화 속 이야기지만 우리는 대통령이 몸소 자신의 어려운 약속을 지켜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감동과 신뢰를 갖게 되고, 이는 곧 국민들에게 하나의 '지침'이 될 수 있다.
현실 속 정부는 '굿모닝 프레지던트'와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다. 이명박 대통령은 번복을 밥먹듯 하면서 국민들에게 골 깊은 불신감을 심어줬다.
세종시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도 말을 바꿨다.
2007년 대선 시절 세종시를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 대통령은 정운찬 총리를 내세워 수정안의 군불을 떼더니 원안은 '나라가 망하는 길'이고, 수정안이 '백년대계'라고 직접 주장했다. 과학벨트도 대선 시절 충청권이 최적지라고 했지만, 전국적 경쟁으로 몰아가다 여론과 논리에 밀려 충청권으로 결정했다. 그나마 대전이 거점지구로, 충남북이 기능지구로 결정됐지만, 알맹이는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얼마 전에는 더 기막힌 일이 있었다.
이 대통령은 국가 정책을 수없이 번복했는데 한 장관이 “국가 정책을 번복하는 것은 안 된다”고 한 것이다.
그 장관은 바로 이 대통령의 총애를 받고 있는 박재완 기획재정부장관이다.
박 장관은 얼마 전 국회에서 야당과 국민 반대가 심한 정부의 감세정책과 관련해 “(국가) 정책을 번복하는게 가장 나쁜 정책”이라며 “정책의 일관성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구미에 맞으면 번복해선 안 되고, 맞지 않으면 번복해도 된다는 정부의 인식을 여실이 드러내는 대목이다.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더 큰 실망과 불신을 느낄 수밖에 없는 씁쓸한 현실이다.
최두선·도청팀 차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