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구 연구개발특구지원본부 이사장 |
당일 카자흐스탄 대통령궁에서는 양국 대통령의 임석하에 4건의 협약이 있었는데, 뜻깊은 이 자리에서 체결된 협약 중 하나가 양국 기술협력창구인 한-카기술협력센터 설립·운영에 관한 우리 연구개발특구지원본부와 카자흐스탄 국가혁신펀드(NIF JSC)간 협약이었다. 오후에는 ETRI-ZERDE, 생명연-NCB, 에너지기술연-KIDI 등 한국과 카자흐스탄의 관련 연구기관 간에도 협력 각서가 교환됐다.
여러 협약이 체결됐지만, 기술협력은 다른 협약과 성격상 구분된다고 할 수 있겠다. 에너지·자원·석유화학 등 분야에서 80억달러의 협약이 있었지만, 이는 카자흐스탄에 대한 투자를 통해 가져가기 위한 것이라 볼 수 있는 반면에 기술협력은 우리가 기술이전·기술전수, 컨설팅 등 방법으로 주는 개념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와같은 성격으로 구분되는 특구모델 전수, R&D 등 기술협력은 경제협력과 외교 등 양국 관계증진에 영향을 주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어 깊은 사명감을 갖게 된다.
한-카기술협력센터 사업에 거는 기대는 매우 크다.
첫째, 센터설립이 카자흐스탄의 절실한 요구로 추진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처음 협력을 요청한 것은 지난해 4월 대덕연구개발특구를 방문한 현 카자흐스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다. 그는 대덕특구를 소개받고 주요 연구기관을 둘러본 후 과학연구단지 조성·운영 노하우는 물론, 우수한 과학역량도 전수해 달라고 한국 정부에 공식 요청했다.
과학연구기능 및 연구개발 인력확충 등 카자흐스탄이 추진하는 국가프로젝트에 한국형 발전모델이 이상적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이후 몇 차례 후속협의를 거친 끝에 이어진 것이 이번 협약체결이다.
둘째, 세계적 문화한류와 마찬가지로 한국의 과학기술역량과 노하우를 개도국에 전수하는 활동은 특구본부가 수년 전부터 추진해 온 블루오션 사업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2008년부터 '한국형 STP(Science & Technology Park)모델 전수'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이 사업을 추진해 왔다. 이미 42개국 90여 명이 이 교육을 마쳤고, 이번에도 16개국 20명이 올해 제6차 한국형 STP 교육을 받고 있다.
이들 모두는 자국으로 돌아가 대덕특구와 한국의 과학기술 역량을 홍보하는 전도사로 활동할 미래 한국의 외교관들이다. 그런데 한-카기술협력센터의 개소를 계기로 다시금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국가적 차원에서 전략적 사고를 가지고 기술협력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우리 대덕특구 모델의 전수를 비롯, 많은 R&D분야에서 중앙아시아는 물론, 중남미, 아프리카 등 수많은 후발 개도국들의 협력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이들 요구에 국익에 대한 고려나 목적, 전략 없이 대응해서 곤란할 것이다. 이미 이루어진 ODA(Offical Development Assistance·공적개발원조)나 일부 기술지원 사업들이 체계적인 접근과 전략적 사고 없이 사업 자체를 위한 사업으로 진행돼 국익의 기여나 연계사업 추진 등 성과 없이 단절된 경우가 없지 않기 때문이다.
앞으로 특구지원본부는 많은 개도국의 요청에 부응하며 특구모델 전수 뿐만 아니라, 특구 내 연구소의 기술이전, 연구 노하우 전수 등 기술협력에 있어 전략적 개념을 더욱 강화할 것이다.
특히 이번 한-카기술협력센터는 특구기업들의 현지진출을 지원하는 기술 및 사업협력과 투자 등 협력가능한 다양한 과제를 상정해 양국 간 기술협력은 물론, 경제협력에 있어서도 일정 부분 창구역할을 수행하고자 한다.
이 중에서도 특별히 충실하고자 하는 부분은 카자흐스탄이 우리에게 기대하는 '과학기술 및 비즈니스창출 지적플랫폼'의 구축이다. 이는 카자흐스탄이 요청하는 것이 단순한 R&D가 아니라 우리가 연구개발특구 육성정책을 통해 추구하는 R&BD에 가깝기 때문이다.
한-카기술협력센터 사업의 핵심과제와 기본철학은 현재 우리가 추진하는 연구개발특구 육성정책을 매우 닮아 있다. 그런 점이 우리의 기대와 희망, 그리고 책임을 더욱 강하게 느끼도록 한다.
한-카기술협력센터 사업은 대덕특구의 후발개도국 기술이전, 나아가 새로운 블루오션의 하나로 떠오른 한국형 지식기반 비즈니스 육성모델 수출의 성패도 가늠하는 지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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