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기돈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
그런데, 국민소득이 1만 달러에서 2만 달러로 두 배가 늘어난 시기에는 오히려 6분의 1로 감소하며 국내의 빈약한 복지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더구나, 순수 복지 예산은 더욱 적다. 예를 들면, 올해 우리나라 복지 예산 규모는 전체 지출 예산의 28%인데, 복지항목이기보다는 사업비 성격인 국민주택기금과 같은 것들의 예산을 제외한 순수한 복지예산은 우리나라 전체 예산의 12%밖에 안 된다.
반면에, 부의 양극화, 급속도로 진전되는 노령화 등으로 인해 복지에 대한 수요는 급증하고 있는 상태다.
흔히 복지 과잉론자들은 과도한 복지지출은 재정위기를 불러와서 경제위기를 일으킨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의 복지수준은 절대적 수준뿐만 아니라 선진국들이 우리의 경제수준에 있을 때와 비교해도 매우 부족한 편이다. 그리고 흔히 과도한 복지가 미국과 유럽의 재정위기를 일으켰다고 주장하는데, 복지지출은 재정위기의 다양한 원인 중의 일부이며 결정적인 원인은 아니다.
선진국의 사례를 살펴봐도 복지지출이 국가의 재정위기를 가져온 결정적 요인이 되지는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실제 미국은 2000년대 이후 지속된 감세정책과 천문학적인 국방비, 2008년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재정지출이 채무 증가의 주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그리고, 남유럽 국가들 역시 그리스는 지하경제의 비중이 너무 높고, 포르투갈은 낮은 노동생산성으로 인한 저성장, 아일랜드는 금융 부실 등이 제1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가의 재정위기가 과도한 복지정책이 결정적 요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미국, 유럽 국가들의 사례에서 살펴볼 수 있다.
이는 재정위기를 가져오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복지지출을 확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재정의 우선순위를 살피면 복지가 오히려 경제위기를 극복하는데 일조할 수 있다. 즉, 양극화로 인해 생산인원이 지속적으로 줄면 결국 저성장을 가져와 곳간을 채우는 방법이 줄어든다. 이에 따라서 반대로 양극화를 해소함으로써 생산에 참여하는 인원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다.
즉, 현재는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복지를 줄이는 게 아니라, 복지를 늘리고자 재정건전성을 좋게 가져가야 할 시점으로 판단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불요불급한 토목사업을 줄이면 굳이 부채를 늘리지 않고도 복지 정책을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그리고, 사회적 수요 측면에서 복지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므로 증세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 보편적 복지와 선택적 복지에 대한 논란에서의 핵심은 세금을 적게 걷어서 선택적으로 복지혜택을 주는 거냐 아니면 보편적 복지를 위해 세금을 많이 걷을 것인가가 핵심이다.
그런데, 미국과 복지가 가장 잘 돼 있는 북유럽을 비교해보면 답을 찾을 수 있다. 전체 복지 지출에서 저소득층에 지출하는 비율이 미국은 60%, 북유럽은 3분의 1 정도다.
얼핏 보면 미국의 빈곤과 불평등 비율이 북유럽보다 낮아야 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다. 보편적 복지를 위해 보편적으로 세금을 내는 나라의 복지자원 총량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다만, 복지를 확대한다고 해서 현재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무분별한 포퓰리즘 복지정책은 절대적으로 막아야 한다.
그리스의 재정위기 원인 중의 하나는 느슨한 연금제도 등과 같은 무분별한 복지지출이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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