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를 잡아주기 보다, 잡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충남대병원 호흡기내과 김선영<사진 왼쪽> 교수 연구실 앞에는 의미있는 포스터 한장이 붙어있다. 이름도 생소한 '쿠미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검은 얼굴에 맑은 눈동자를 가진 아이들이 가득 들어있는 포스터 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단순한 의료봉사와 후원자 모집이 아닌 아프리카 우간다의 쿠미 지역에 의과대학을 설립하겠다는 프로젝트다.
김 교수와 우간다와의 인연은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70년대 대학시절부터 의료의 손길이 부족한 아프리카 의료봉사 활동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갖고 있었다. 전문의를 취득하고 의사생활 10년여가 접어든 무렵인 1991년 그는 선교교육 훈련원을 1년여간 다니게 됐다. 그때부터 실질적으로 무엇인가 실천해야겠다는 생각에 학교에 돌아와 기독학생회를 중심으로 한 학생, 진료교수들과 함께 봉사 계획을 짰다.
여름방학을 이용해 의료의 손길이 닿지 않는 섬지역을 돌며 진료도 하고 비상약품도 전달하며 봉사를 시작했다. 1994년부터 섬지역을 돌며 해오던 봉사가 1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해마다 이어지고 있다.
김 교수는 1999년 기아대책에서 모집하는 해외 의료봉사팀에 지원서를 냈다. 그가 처음 우간다를 방문한 후 김 교수는 안타까움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맑고 아름다운 아이들의 눈망울도 잊혀지지 않았다.
우간다에 다녀온 그는 학교에 돌아와 본격적인 봉사 팀을 구성했다. 충남대병원 산부인과 남상륜 교수를 비롯한 성형외과, 소아과 의사들과 간호사 등 16명의 의료팀을 구성해 2000년 우간다로 떠났다.
그는 “한번 다녀온 후로는 안가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게됐다”고 말한다.
체류 비용과 경비 등은 봉사자들이 각자 부담하면서까지 오직 의료의 손길이 닿지 않는 그들의 눈망울을 저버릴 수 없었다.
김 교수는 이후로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매년 설이면 어김없이 우간다로 의료봉사를 떠난다. 지난해부터는 7월 여름휴가와 설까지 1년에 2차례씩 의료봉사를 하고 있다. 단순히 의료봉사만을 해왔지만 3년 전부터 김 교수는 확실한 해결책을 찾고 싶었다.
한국의 경우 621명당 의사 1명이 있지만 우간다는 인구 1만1695명당 1명의 의사가 있었다. 인구가 3200만명인 나라에 4개의 의과대학에서 매년 180명의 의사가 배출되고 있는 형편이다. 1회성에 불과한 봉사로는 의료의 질이 좋아질 수 없었다고 생각했던 그는 쿠미 프로젝트를 계획하게 된 것.
현재는 기아대책과 국제의료협력단에서 후원하고 있고 내년까지 대형 프로젝트를 완성할 계획이다.
김 교수는 “우간다는 말라리아나 에이즈로 죽어가는 환자들이 많이 있다. 최소한의 진료만 받아도 생명을 구할 수 있지만, 방치했다가 위험한 상황을 맞는 현실 자체가 안타깝다”며 “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완성될 수 있도록 많은 후원자들의 동참이 있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홈페이지(cafe.naver.com/kumiproject)를 통해 동참할 수 있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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