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조건 속에 싹튼 열정의 꽃이 절정의 기량으로 만개했다.'
대전레슬링은 1989년 대전과 충남이 분리되기 이전 전국 상위권을 호령했지만 대전으로 분리된 이후 한 동안 중위권에서 맴돌았다.
격동의 1990년대라 할 만큼 초창기 대전레슬링 협회가 분쟁과 갈등의 역사를 걸어온 데다 선수들도 정상을 차지하기에는 응집력도 다소 약했던 탓이다.
1994년 제75회 전국체전에서 종합우승을 달성했지만, 협회 내부의 어수선한 분위기는 계속됐다. 이후 대전레슬링협회는 1998년 전제모 현 회장과 이진걸 전무이사 체제를 갖춘 이후 점차 안정을 찾아갔다.
협회는 물론 지도자와 선수 모두 오로지 레슬링 발전을 위해 힘을 모았다. 선배들은 후배들에게 아낌없는 헌신을 보였고, 후배들은 그런 선배들의 모습에 성적으로 보답했다. 이런 분위기는 2000년대 이후 기량향상으로 이어졌고, 2009년 제90회 전국체전에서 다시 한 번 종합우승을 일궈내며 명실상부한 전국 최강의 전력을 갖추는 원동력이 됐다.
대전레슬링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올림픽,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대회 금메달을 휩쓸며 대한민국 최초의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박장순(대전체고졸, 현 삼성생명 감독)을 비롯해 아시안게임 2연패와 두 번의 올림픽 은메달에 빛나는 문의제(보문중·고졸·현 삼성생명 코치) 등 걸출한 레슬링 스타들을 배출해왔다.
현역선수 가운데는 현 국가대표인 이세열(조폐공사, 광저우아시안게임 은메달리스트)과 안창건(상무, 광저우아시안게임 동메달리스트) 등 대전체중·고 출신들이 이름을 날리고 있으며, 과거 레슬링 명문이었던 보문중·고 출신들도 지역에서 지도자의 길을 걸으며 대전레슬링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지역의 레슬링 꿈나무들이 지역대학과 실업팀의 부족으로 진로가 불투명하다는 것은 여전한 숙제다.
이에 대전레슬링은 정상궤도에 오른 협회운영과 전국 최강의 학생전력을 바탕으로 다시 한 번 도약을 꿈꾸고 있다.
특히 레슬링협회는 레슬링 꿈나무들의 진로를 넓히기 위해 선수 출신들의 교원임용 방안을 강구하는 한편, 일반 학생들의 레슬링 저변 확대를 위해 어린이 레슬링교실 등의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이진걸 전무이사는 “중·고등부가 전국 최강의 전력을 갖추고 있지만 육성체계에 있어 완벽하지는 않은 상황”이라며 “인고의 시간을 거쳐 현재에 이른 만큼 그 열매가 값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협회의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강순욱 기자 k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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