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규 ]다리로 공부하고 머리로 운동을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정일규 ]다리로 공부하고 머리로 운동을

[중도춘추]정일규 한남대 생활체육학과 교수

  • 승인 2011-09-01 14:25
  • 신문게재 2011-09-02 20면
  • 정일규 한남대 생활체육학과  교수정일규 한남대 생활체육학과 교수
▲ 정일규 한남대 생활체육학과  교수
▲ 정일규 한남대 생활체육학과 교수
박지성 선수의 가장 큰 장점은 폭넓은 활동량과 높은 축구지능이다. 축구지능은 높은 전술이해도를 바탕으로 선수간의 유기적 움직임과 공간창출을 위한 역할을 수행하는 능력, 그리고 순간적인 정보처리능력을 의미한다.

문전 근처에서 패스를 받는 순간을 생각해보자. 그 때 선수의 뇌에는 볼의 높이와 방향, 스피드 등에 대한 시각 정보가 보내진다. 또 팀 동료와 상대 수비수의 위치, 동료선수의 외침 등 주변 상황에 대한 정보뿐만 아니라, 자신의 신체 내부로부터도 몸의 중심이동이나 관절 축의 변화 등에 대한 정보가 뇌에 보내진다.

뇌는 정보들을 통합하고 분석하여 적절한 움직임을 결정한다. 즉 슛을 할 것인지, 다시 패스할 것인지, 아니면 일단 볼을 잡고 드리블로 돌파를 시도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뇌는 그 결정에 따라 신경경로를 통해 해당 근육에 명령을 하달한다. 처음 정보를 받아들이고 움직임을 수행하기까지의 복잡한 과정은 대체로 0.5초 이내의 짧은 시간에 이루어지는데, 그 중 뇌에서 정보를 통합·분석해 판단을 내리는 과정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이처럼 수많은 정보들을 동시에 받아들여 순식간에 처리하는 뇌의 능력은 경이롭다. 이 정보처리 능력은 대부분의 스포츠종목에서 순발력과 더불어 중요 요건이다. '머리로 운동하라'는 이러한 의미에서 이해될 수 있다.

이렇게 스포츠 활동 중 시시각각으로 처리되는 정보들은 책 등에서 암기·이해되기를 가만히 기다려주는 일반적 정보와는 그 성격이 다른 역동적 정보(dynamic information)다. 스포츠 활동은 우리의 뇌가 이 역동적 정보들을 처리하는 무수히 많은 연습기회를 갖게 해준다.

그런데 이 역동적 정보의 처리경험들은 통념상 '머리가 좋다'거나 '암기력이나 이해력이 높다'는 말과 관련이 없을까? 최근에 밝혀진 과학적 발견들은 이 둘의 관계가 매우 밀접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필자의 대학시절만 해도 운동을 할 때 뇌의 혈류량은 변화가 없는 것으로 배웠다.

심지어 막연히 운동 중에 뇌혈류가 감소해 머리가 나빠지게 된다는 편견도 있었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오면서 운동 중에는 뇌혈류가 최대 30% 가까이 증가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는 감각과 정보처리, 균형과 협응 동작을 담당하는 뇌영역의 활동수준 증가에 부응하는 현상이다. 또 새롭게 밝혀진 사실은 운동에 의해 뇌에서 BDNF 등과 같은 신경성장인자의 생성이 촉진된다는 점이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뇌세포는 새롭게 생성되지 않고 20세 이후 노화가 진행됨에 따라 매일 수 만개씩 죽기만 한다고 알려졌었다. 그러나 새롭게 탄생한 세포의 염색법에 의해서 일생에 걸쳐 뇌세포도 생성될 수 있음이 밝혀졌다. 특

히 운동은 기억을 담당하는 뇌의 해마 부위에서 신경세포의 생성을 촉진한다는 것이 확인됐다. 반면에 스트레스, 알코올, 당뇨 등은 뇌세포의 사멸을 촉진한다.

운동은 이들 질병에 예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이차적으로도 뇌세포 죽음을 억제한다. 머리만이 아니라 다리로 공부해야 할 필요가 여기에 있다. 학교의 체육시간은 뇌에서 역동적 정보를 처리하는 시간이며, 평생 '다리로 공부하는 법'을 익히는 소중한 시간이기도 하다.

얼마 전 초·중·고생의 체력수준이 9년째 지속적으로 하락해 중·고생의 절반이 최하등급인 4, 5등급의 체력수준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도됐다. 먹고 자고 통학하고 공부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남는 시간이 하루 평균 2시간 16분인 상황에서 창의력이 개발될 리 만무하다.

아직도 학교에서 체육수업을 하면 '공부할 시간을 뺏긴다'라고 생각하는 일부 학부모와 교육담당자들에게 바란다. '공부는 머리로만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속히 벗어나기를.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1.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2.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3.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4.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5.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헤드라인 뉴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년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가 2024년 가을 문턱을 넘지 못하며 먼 미래를 다시 기약하게 됐다. 세간의 시선은 11월 22일 오후 열린 세종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이하 산건위, 위원장 김재형)로 모아졌으나, 결국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산건위가 기존의 '삭감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서다. 민주당은 지난 9월 추가경정예산안(14.5억여 원) 삭감이란 당론을 정한 뒤, 세종시 집행부가 개최 시기를 2026년 하반기로 미뤄 제출한 2025년 예산안(65억여 원)마저 반영할 수 없다는 판단을 분명히 내보였다. 2시간 가까운 심의와 표..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생존 수영 배우러 갔다가 수영의 매력에 빠졌어요." 접영 청소년 국가대표 김도연(대전체고)선수에게 수영은 운명처럼 찾아 왔다. 친구와 함께 생존수영을 배우러 간 수영장에서 뜻밖의 재능을 발견했고 초등학교 4학년부터 본격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김 선수의 주 종목은 접영이다. 선수 본인은 종목보다 수영 자체가 좋았지만 수영하는 폼을 본 지도자들 모두 접영을 추천했다. 올 10월 경남에서 열린 105회 전국체전에서 김도연 선수는 여고부 접영 200m에서 금메달, 100m 은메달, 혼계영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무려 3개의..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속보>="내 나름대로 노아의 방주 같아…'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이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3층 높이 폐기물을 쌓아온 집 주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