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봉현]세계기록유산 지정 가치 충분

[성봉현]세계기록유산 지정 가치 충분

[기고]성봉현 충남대학교 연구교수

  • 승인 2011-09-01 14:23
  • 신문게재 2011-09-02 13면
  • 임연희 기자임연희 기자
[족보있는 도시 대전:세계기록유산 등재 프로젝트] 4.족보의 세계유산적 가치

▲ 충남대학교 연구교수
<br />
▲ 충남대학교 연구교수
유네스코의 세계기록유산사업은 세계의 기록유산은 인류 모두의 소유물이므로, 미래세대에 전수될 수 있도록 이를 보존하고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이 사업의 목적은 기록유산에 담긴 문화적 관습과 실용성을 보존하고 모든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유네스코는 1995년에 인류의 문화를 계승하는 중요한 유산인데도 훼손되거나 영원히 사라질 위험에 있는 기록유산의 보존과 이용을 위해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 사업을 시작했다.

2011년 현재 세계기록유산은 전 세계적으로 238건이 등재되었고 그 가운데 우리나라는 총 9건을 등재하였다.

유네스코에서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할 수 있는 주요 기준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한나라 문화의 경계를 넘어 세계의 역사에 중요한 영향력을 끼쳐 세계적인 중요성을 갖는 것 둘째, 인류 역사의 특정한 시점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 셋째, 세계 역사와 문화의 발전에 중요한 기여를 했던 특정 장소와 지역에 관한 중요한 정보를 담고 있는 자료 넷째, 전 세계 역사와 문화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한 인물 및 인물들의 삶과 업적에 관련된 기록유산 다섯째, 세계역사와 문화의 중요한 주제를 현저하게 다룬 자료 여섯째, 형태에 있어서 향후 기록문화의 중요한 표본이 되는 자료 일곱째, 민족 문화를 초월하는 사회적, 문화적 또는 정신적으로 두드러진 가치가 있는 자료 등이다.

따라서 한국의 계보자료가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위의 조건중 하나 이상이 충족되어야 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나라의 계보자료는 2가지 측면에서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계보자료가 세계역사와 문화의 중요한 주제를 현저하게 다루고 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민족 문화를 초월하는 사회적·문화적 또는 정신적으로 두드러진 가치가 있는 자료라는 점이다.

우리나라 계보자료의 하나인 족보는 가계의 계통과 혈통을 대체로 시조로부터 족보가 간행되는 시점까지의 모든 자손을 수록한다. 족보에는 개개인에 대해 성명, 생졸년, 과환(科宦), 출계와 입양, 배우자 및 그의 사조(四祖:부, 조, 증조, 외조) 등 전기사항을 기록하였다. 그리고 서발(序跋), 기(記) 또는 지(誌), 항열표(行列表), 분파도(分派圖) 등을 수록해 친족이나 문중 및 종중과 관련된 역사와 문화 등을 알 수 있게 한다.

이러한 사실은 족보가 인류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 그 자체를 기록하는 본질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 할 수 있다. 특히 족보는 수록된 사람의 간략한 생애와 그를 중심으로 가족, 친족, 문중, 종중 등 혈연적인 사회적 관계망의 확대를 이해 할 수 있는 자료인 것이다. 이를 학문적으로 본다면 생애사, 인구사, 가족제도, 계보학, 생활사, 인류학(가족, 문중, 종중의 역사와 문화), 서지학 등을 연구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인 셈이다.

즉 가문에는 가첩(家牒), 가승(家乘), 세계도(世系圖), 내외보(內外譜), 외보(外譜), 인아보, 팔고조도(八高祖圖) 등 여러 형태의 계보기록이 존재한다. 또한 조선왕실에서는 사가족보와 편찬체제나 수록방식이 완전히 다른 다양한 형태의 왕실족보를 편찬하였다. 뿐만 아니라 조선 후기에는 특정 집단들의 계보를 모은 문보(文譜), 무보(武譜), 음보(蔭譜), 진신보(搢紳譜), 역과보(譯科譜), 남보(南譜), 북보(北譜), 향보(鄕譜) 등도 활발히 편간되었고, 조선을 대표하는 여러 가문의 계보를 하나의 책으로 묶은 만성보(萬姓譜) 등도 유행하였다. 이러한 자료들은 우리나라 계보자료의 다양성과 조선시대 특정 집단을 이해할 수 있는 것 들이다. 이 가운데 남보와 북보 등은 조선후기 붕당으로 발생하게 된 남인과 북인에 속하였던 각 가문들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당쟁사 연구의 자료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이러한 계보자료를 통해 우리는 조선후기 사회와 정치 및 문화적 현상들을 이해 할 수 있다.

이상의 언급에서처럼 족보가 갖는 가치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가치가 충분하다 하겠다. 그리고 계보기록은 중국을 비롯한 한국과 일본 등은 물론 서구에도 있는 자료라는 점에서 인류 보편적인 문화의 하나이다. 그 가운데서도 우리의 가계기록은 각 가계의 계통과 혈통을 세부적으로 기록했다는 점과 조선만의 독특하고 다양한 계보 자료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인류의 문화유산으로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문화가 현재 진행형으로 15세기초에 족보가 초간된이후 현재까지 계속적으로 이어지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문화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그럼에도 조선 전기이래 각 가문에서 간행된 다종 다량의 옛족보들은 망실 등으로 점차 희소해 지고 있다. 따라서 옛족보 즉 구보(舊譜) 등을 체계적으로 수집과 정리를 통한 보존관리와 연구가 필요하다.

그 일환의 하나로 우리나라의 계보기록을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받는 것도 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20대 청년들 숨진 금산 금강 유역…지난 달 이어 익사사고 반복
  2. 발달장애인 일자리 창출 위해 350만 원 후원
  3. 대전 서부경찰서 "공중화장실 경보등 울리면 112신고 해주세요"
  4. '세종교육 대토론회' 정책 아이디어 183개 제안
  5. 굿네이버스 대전충북사업본부-ETRI아이나무어린이집, ESG 시장놀이 수익금 전달
  1. 한국자유총연맹 대전시지부, 이달의 자랑스러운 회원 시상
  2. 한국영상대학교 '특별한 졸업전시회' 취업문 노크
  3. 중학교 동창들과 금산서 물놀이하다 수심 3m 빠진 20대 4명 사망 (종합)
  4.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지원사업 '새싹등교지킴이' 소양 교육
  5. KH한국건강관리협회, 화물복지재단과 업무협약 체결

헤드라인 뉴스


이재명 정부 해수부 이전 강행…국론분열 자초하나

이재명 정부 해수부 이전 강행…국론분열 자초하나

이재명 정부가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추진하면서 국론분열을 자초하지 않을까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집권 초 미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위협 등 매크로 경제 불확실성 속 민생과 경제 회생을 위해 국민 통합이 중차대한 시기임에도 되려 갈등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론화 절차 없이 해수부 탈(脫) 세종만 서두를 뿐 특별법 또는 개헌 등 행정수도 완성 구체적 로드맵 발표는 없어 충청 지역민의 박탈감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해수부는 10일 이전 청사로 부산시 동구 소재 IM빌딩과 협성타워 두 곳을 임차해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두 건물 모두..

31년 만에 폐원한 세종 `금강수목원`...국가자산 전환이 답
31년 만에 폐원한 세종 '금강수목원'...국가자산 전환이 답

2012년 세종시 출범 전·후 '행정구역은 세종시, 소유권은 충남도'에 있는 애매한 상황을 해결하지 못해 7월 폐원한 금강수목원. 그동안 중앙정부와 세종시, 충남도 모두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사실상 어정쩡한 상태를 유지한 탓이다. 국·시비 매칭 방식으로 중부권 최대 산림자원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열 수 있었으나 그 기회를 모두 놓쳤다.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와 인접한 입지의 금남면인 만큼, 금강수목원 주변을 신도시로 편입해 '행복도시 특별회계'로 새로운 미래를 열자는 제안이 나왔다. 무소속 김종민 국회의원(산자중기위, 세종 갑)은 7..

신탁계약 남발한 부동산신탁사 전 임직원들 뒷돈 수수 `적발`
신탁계약 남발한 부동산신탁사 전 임직원들 뒷돈 수수 '적발'

전국 부동산신탁사 부실 문제가 시한폭탄으로 여겨지는 가운데 토지신탁 계약 체결을 조건으로 뒷돈을 받은 부동산신탁회사 법인의 임직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대전지검 형사4부는 모 부동산신탁 대전지점 차장 A(38)씨와 대전지점장 B(44)씨 그리고 대전지점 과장 C(34)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수재등)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11일 밝혔다. 또 시행사 대표 D(60)씨를 특경법위반(증재등) 혐의로 함께 불구속 기소했다. A씨 등 부동산 신탁사 대전지점 차장으로 지내던 2020년 11월부터 2022년 4월까지 시행..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몸짱을 위해’ ‘몸짱을 위해’

  • ‘꿈돌이와 전통주가 만났다’…꿈돌이 막걸리 출시 ‘꿈돌이와 전통주가 만났다’…꿈돌이 막걸리 출시

  • 대전 쪽방촌 찾은 김민석 국무총리 대전 쪽방촌 찾은 김민석 국무총리

  • ‘시원하게 장 보세요’ ‘시원하게 장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