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신이 존재하는 듯… 웅장한 아름다움에 경외심 절로

마치 신이 존재하는 듯… 웅장한 아름다움에 경외심 절로

전 국민 대다수 가톨릭 신자… 도시 마다 성당 이슬람 양식 혼재된 독특한 아름다움에 감탄

  • 승인 2011-09-01 13:36
  • 신문게재 2011-09-02 12면
  • 조성남 본사 주필조성남 본사 주필
[조성남 주필의 스페인문화산책]-9.카테드랄(대성당)의 나라

요즘 이래저래 스페인이 세계뉴스의 세례를 받고 있다.

유로존에서 대표적인 재정적자국가로 꼽혀 연일 세계인의 입줄에 오르내리는가 하면 얼마 전에는 수천명의 시위대가 수도 마드리드에서 교황방문을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이는 사진이 신문에 실렸다.

인구의 대부분이 가톨릭을 믿는 가톨릭국가 스페인에서 교황방문을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모습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는 느낌을 금하기 어려웠다.

더구나 경제적인 이유(교황방문비용이 1546억원) 때문이라는 보도에 경제가 신앙보다 앞선다는 금석지감(今昔之感)이 절로 들었다.

스페인을 여행하면서 어느 도시를 막론하고 가톨릭성당이 없는 곳이 없다.

그래서인지 스페인을 중세이슬람과 중세가톨릭이 만난 곳이라고 부른다는 얘기를 가이드에게 들었다.

▲ 스페인은 유럽에서도 대표적인 가톨릭국가에 속한다. 세비야성당 내부 모습.
▲ 스페인은 유럽에서도 대표적인 가톨릭국가에 속한다. 세비야성당 내부 모습.
스페인에 도착해 처음 방문한 도시가 세비야였는데 제일 먼저 간 곳이 세비야의 카테드랄(Catedral, 대성당)이었다.

카테드랄은 흔히 교구주교좌성당으로 교구의 대주교 또는 주교가 미사를 집전하는 성당이다.

카테드랄보다 작은 성당을 이글레시아, 인구가 적은 마을의 성당은 에르미타라고 부른다고 하는데 필자는 스페인의 여러 도시들에서 주로 카테드랄을 관광코스로 돌아보게 되었다.

스페인의 카테드랄을 보면서 우선 그 규모의 웅장함에 놀랐고, 실내장식의 화려함에 놀랐으며 또 이슬람양식이 혼합된 독특한 모습에 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아울러 저토록 웅장하고 화려한 건축을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장인들과 민초들이 피땀을 흘렸을까 하는 생각과 그들은 하느님의 성전을 짓는다는 신앙심으로 기쁜 마음으로 노역을 했을까하는 잡념도 들었다.

6월 9일 아침 포르투갈 리스본을 떠나 오후 2시 38분 세비야에 도착해 점심을 먹은 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구시가지로 들어가 300년도 더 된 거리를 거닐었다.

정말 중세의 유럽에 온 기분이었다.

이같은 느낌을 더한 곳이 바로 세비야대성당이었다.

컬럼버스가 묻힌 이곳 세비야대성당이 있는 세비야는 황금의 시대에 번성했던 도시였는데 이 세비야대성당은 이슬람지배하의 모스크가 있던 자리다.

1402년부터 약 1세기에 걸쳐 건축되었는데 스페인에서는 규모가 가장 크며 유럽에 있는 성당으로는 바티칸의 산 피에트로대성당, 런던의 세인트 폴 대성당에 이어 세 번째 규모를 자랑한다.

거대한 규모의 이 세비야대성당에는 모스크의 잔재가 남아있으며 그 내부는 금과 은으로 만든 제대와 십자가 그리고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로 엄숙하면서도 화려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준다.

세비야는 이른바 당시 대탐험가들이 활동하면서 번성했던 도시였고, 세비야대성당 내부에는 콜럼버스의 묘가 안치돼 있는데 당시 스페인을 구성한 레온·카스티야·나바라·아라곤 등 4명의 국왕이 컬럼버스의 관을 메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만큼 콜럼버스는 이 세비야를 번성하게 해 준 인물로 대성당에 안치될 만큼 스페인사람들에게 중요한 인물이었던 셈이다.

내부에 있는 그림도 대단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나중에 고야의 그림도 있는 것을 알았다.)

코르도바의 메스키타는 당초 이슬람사원이었으나 가톨릭 성당으로 개조됐다.

제단에 십자가와 그리스도가 모셔져 있지만, 원주의 숲으로 불리는 내부는 아무리 보아도 이슬람사원이었다.

▲ 옛 스페인의 수도였던 톨레도에 있는 대성당 전경. 톨레도대성당은 스페인 가톨릭의 총본산으로 프랑스 고딕풍이다.
▲ 옛 스페인의 수도였던 톨레도에 있는 대성당 전경. 톨레도대성당은 스페인 가톨릭의 총본산으로 프랑스 고딕풍이다.
세비야대성당과 더불어 톨레도에 있는 대성당 역시 규모에서는 세비야에 조금 떨어지는지는 모르겠으나 품격높은 예술성과 화려함은 세비야대성당에 결코 뒤지지 않았다.

톨레도(Toledo)는 이슬람·가톨릭·유대교가 공존했던 도시로 711년부터는 이슬람교도가, 1085년 알폰소6세가 다시 정복한 후 1561년 수도를 마드리드로 옮기기 전까지 옛 스페인의 수도였다.

6월 14일 오후 2시 한낮의 태양이 이글거리는 더위속에 도착한 톨레도 옛 시가지(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역시 중세의 도시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을 받았다.

톨레도대성당은 스페인 가톨릭의 총본산으로 프랑스 고딕풍이다.

1226년(또는 1227년)에 짓기 시작해 260여년이 지난 1493년 완성됐으며 그뒤에도 여러 차례 증·개축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이 톨레도대성당의 내부에는 스페인 가톨릭의 총본산임을 말해주듯 당시 597년 주교에서부터 지금까지의 스페인 대주교의 사진이 전시돼 있었고 그 한가운데는 예수 그리스도를 모시는 의자가 놓여 있었다.

이 톨레도대성당의 여러 장식에는 모사라베(아랍화된 가톨릭)풍의 독특함이 곳곳에 나타나 있는데 이는 스페인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미술·건축양식이다.

또 이곳 톨레도대성당에는 13명의 추기경이 성당바닥 아래 묻혀 있으며 800년전 주교반지와 목걸이, 당시 성서를 복원해서 보관하고 있다.

보물1호로 지정된 '성체현시대'(Custodia)는 1500년대초 제작된 것으로 1만2000개의 조각을 붙여 만들었는데 전체가 모두 금과 은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또 성물실에는 스페인을 대표하는 화가 엘 그레코의 종교화와 티치아노 등의 그림도 전시되고 있었으나, 필자는 이를 제대로 보지 못해 이쉬움을 남겼다.

▲ 스페인 사라고사의 필라르성모성당 외부 전경.
▲ 스페인 사라고사의 필라르성모성당 외부 전경.
카테드랄 규모는 아니었지만 사라고사에서 들어가 본 필라르 성모성당도 조형미가 뛰어나다는 느낌을 받았다.

또한 바르셀로나에 있는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성당은 1882년부터 지금까지도 건축이 계속되는 성당으로 지난해 교황이 이곳에서 미사를 집전하러 와 '이 성당은 하나의 기적'이라고 말할만큼 성당건물규모나 예술적 아름다움이 경탄을 금할 수 없었다.

이 성당은 직선을 찾기가 힘들만큼 곡선의 미학을 살려 경건함을 최대한 살리고 있었다.

스페인의 대성당을 마주하면서 필자는 젊은 시절 절실하게 부딪혔던 삶과 죽음 그리고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해 묵상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스페인사람들은 저 엄청난 성당에서 하느님을 경배하면서 과연 지상의 번뇌를 씻고 내세의 행복을 얻었을까하는 의문을 던져보았다.

그랬기 때문에 스페인은 가톨릭국가가 되고 대부분의 국민들이 가톨릭을 신봉했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화려한 대성당의 이면에 드리운 가톨릭의 어두운 이면도 알게 되었다.

스페인에는 유럽에서도 가장 가혹하게 이교도를 처단한 종교재판소가 있었고 이 종교재판소는 가톨릭을 지탱해주는 버팀목이었지만, 동시에 스페인사람들을 억압하고 굴종케 하는 굴레로 작용해 스페인을 낙후시킨 원인으로 작용했음을 '고야'라는 영화를 통해 보았다.

▲ 스페인 사라고사의 필라르성모성당의 천장모습.
▲ 스페인 사라고사의 필라르성모성당의 천장모습.
또 중세 스페인에서 주교와 왕이 세습되면서 가톨릭의 힘은 엄청난 부와 특권으로 연결되었고 이는 세습화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부패를 낳게 되었다.

이와함께 스페인의 가톨릭은 남미에서의 식민지건설에 이용되면서 역설적이게도 해방신학의 빌미를 주는 역작용을 낳기도 했다.

전 국민의 대다수가 가톨릭신도인 스페인이지만 이 가운데 불과 5.4%만 교회를 다닌다고 하니 참으로 격세지감이 들었다.

비록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은 줄고 있지만, 스페인의 도시들에서 만난 카테드랄은 너무도 웅장하고 또 한결같이 조형미를 자랑하고 있었다.

필자로서는 이같은 뛰어난 조형미를 지닌 성당이 스페인 곳곳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저 부러울 수밖에 없었다./글·사진=조성남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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