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도(農道) 특성상 농협의 아성을 무너뜨리기가 사실상 어렵다는 점에서, 시중은행들의 주요 타깃은 2, 3금고로 집중되는 형국이다.
일각에서는 전국 도 단위에서 유일하게 충남도만 3금고까지 운영하는데다, 운영에 따른 전산시스템 등 막대한 낭비 요소가 많다는 점에서 2금고 체제로의 전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충남도는 1일 새로운 금고지정 방침을 공고한다.
올해 충남도의 예산규모는 ▲일반회계 3조7528원 ▲특별회계 6663억원 ▲기금회계 2440억원 등 모두 4조6631억원이다. 일반회계는 농협, 특별회계는 SC제일은행, 기금은 하나은행 충청사업본부가 맡고 있다.
금고 지정 방침에서 관심을 끄는 건, 완전경쟁 체제 도입이다. 3년 전인 2008년에는 행정안전부 예규에 따라, 공개 입찰 없이 당시 금고를 맡았던 금융기관과 재계약을 했다. 2005년에는 제안경쟁 입찰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완전경쟁 체제는 말 그대로, '하고픈 금융사는 모두 제안서를 제출하라'는 얘기로, 문호를 개방한 것이다.
수성에 집중하는 기존 금고와 달리,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등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타 광역시의 금고를 맡은 두 시중은행 모두 금고 운용 능력 등이 이미 검증됐다는 점에서 도전 의사를 비치고 있다.
신한은행 대전ㆍ충남영업본부 관계자는 “이미 기관 영업을 하고 있고, 도금고 경쟁 입찰에도 매번 도전했기 때문에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고 기준인 건전성, 운용능력 등의 부분에서는 탁월해 선정대상이 될 수 있다고 자신하지만, 지역사회 기여도 등에 대해서는 다소 부정적이다.
우리은행 충청영업본부는 우선 예의주시하겠다는 분위기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금고 운용 능력 등은 검증돼 문제가 없지만, 사회공헌 등 나머지 기준에서 떨어지는 건 사실”이라며 “우선, 문호를 개방한 만큼 관심을 갖고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금고들은 수성 전략이다.
하나은행은 3금고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예산 규모는 특별회계가 크지만, 수익 등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충사본 관계자는 “현 상태가 목표다. 1금고 업무를 수행하려면 충남 시ㆍ군은 물론 면 단위까지 관할해야 하는데, 어렵다”며 “완전경쟁 체제 도입 자체가 큰 의미라고 본다”고 말했다.
농협은 3금고 체제 고수 방침에 대해 이견을 제기했다. 현재 전국의 도단위 중 3금고 체제는 단 한 곳도 없다. 모두 2금고 체제다.
금고 경쟁이 과다하면, 수혜가 많아질 수 있다는 점도 없지 않다.
하지만, 원가상승을 유발해 수익성을 중시하는 시중은행들의 지역사회 환원이나 기부 등이 그만큼 줄어들 수도 있다는 게 농협의 설명이다. 전산시스템 등 프로그램 개발 등 막대한 금고 운용 예산 낭비도 2금고 체제 전환의 필요성으로 꼽았다.
농협 관계자는 “일반ㆍ특별회계는 단순히 금리와 이자 수익 등의 혜택만 따져선 안 된다”며 “시ㆍ군과 면까지 도민에게 직접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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