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찬 고려대 세종캠퍼스 경영학부 교수 |
경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S&P에 의해 미국에서 시작된 충격은 전 세계 경제로 확산되었고 점진적으로 그 충격을 흡수하면서 안정화 국면으로 가고 있다. 전 세계의 관심은 이 균형으로 수렴하는 속도가 빠를 것인가 아니면 느려서 경제적 불안정과 고통이 장기간 지속될 것인가에 쏠려 있다.
균형은 안정적인 균형과 불안정적인 균형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원래의 균형이 안정적이었다면 충격은 급격히 시스템에 의해 흡수되고 빠른 시간 안에 균형을 회복하게 된다. 만약 본래의 균형이 불안정적이었다면 충격은 더 크게 장기간 확산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이번에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금융시장의 충격은 안정적인 균형에 가해진 충격인가, 아니면 불안정적인 균형에 가해진 충격인가에 따라 균형을 회복하는 속도가 빠를 것인가 아니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인가 예측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현재 글로벌 금융시장은 자본주의제도가 정착된 이후 가장 불안정한 상태에 있다고 분석한다. 그 이유는 자본주의 시장경제 제도를 실물부문에서는 자유무역체제를 통해서 그리고 금융부문에서는 달러 본위의 자유변동환율체제를 통해서 이끌어 가는 미국이 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적으로 가장 불안정한 위기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국가재정은 1950년 이후 1998년부터 2000년까지 3년간을 제외하고는 만성적인 적자를 보이고 있다. 대외적인 수지인 무역수지도 만성적인 적자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미국은 만성적인 재정적자와 무역수지적자를 정부가 보증하는 미국정부의 국채를 발행해서 유지해 왔다. 즉, 미국정부와 국민은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 상태에서 오랜 기간 빚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쉽게 미국이 처한 경제적 위기를 일반 가정의 상황과 비교해 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다. 우리 주변에 아주 오래된 알부자로 부모로부터 많은 땅과 예금을 상속받아서, 식구들 모두 너나 할 것 없이 흥청망청 살면서 수십 년간 들어오는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서 만성적인 적자를 보이는 집이 있다고 하자.
한동안은 예금한 것을 쓰면서 생활하다가 다 써버리면, 땅과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려서 생활을 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이 수십 년간 계속되고 있다면 부동산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제대로 갚을까 하는 의문이 들게 되고, 은행에서는 대출심사도 까다롭게 하고 신용도를 낮추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미국이 이러한 상황이 된 것이다. 즉, 그동안 세계 지배국가로 다른 나라는 다 망해도 돈이 필요하면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를 더 발행하면 되고, 땅이 넓고 자연자원이 풍부한 미국은 망하지 않는다고 믿고 미국정부가 발행하는 빚보증서인 미국정부 채권을 구입했었는 데 '이제 갚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미국에 대한 신뢰의 상실은 세계 지배국가로서의 기축통화인 미국달러에 대한 신뢰의 붕괴로 나타나고, 궁극적으로는 세계 지배국가로서 미국의 헤게모니 약화로 귀결될 것이다.
이러한 와중에 사회시스템과 국민의식 등 아직도 세계 지배국가가 되기엔 부족한 면이 많지만, 미국의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고, 인구와 국토 면에서 세계 지배국가의 요건을 갖추고 있는 중국은 미국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 세계 지배국가로 도약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세계 지배국가로서 중국의 부상은 양쪽의 경쟁구도를 한국이 잘 활용할 수만 있다면 미국만의 단일 헤게모니 구조보다 한국에는 불리하지는 않을 것 같다.
이번 미국의 위기를 통해서 우리는 국가든 개인이든 아무리 힘이 세고 부자라 해도 소비가 지출보다 많으면 언젠가는 위기가 온다는 평범한 진리를 확인한 것이다. 이제 미국 정부도 국민도 이 평범한 진리를 느끼고는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 가에 따라서 미국의 운명이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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