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교육이 썩으면 미래도 없다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김영호]교육이 썩으면 미래도 없다

[목요세평]김영호 배재대 총장

  • 승인 2011-08-31 14:29
  • 신문게재 2011-09-01 20면
  • 김영호 배재대 총장김영호 배재대 총장
▲ 김영호 배재대 총장
▲ 김영호 배재대 총장
서울시 교육감의 은밀했던 뒷거래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우리 사회가 벌겋게 달아오르고 있다. 서울시의 무상급식 찬반 투표로 소란한 와중에 터진 일이라 이를 접하는 국민들의 마음은 더욱 착잡하기만 할 것이다.

서울시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의 행태가 이러하다면, 다른 분야에서는 이보다 더하지 않을까라는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러한 나의 생각을 미리 알기라도 한 듯 지난 8월의 '시사저널' 기사가 눈에 띄었다.

'대한민국은 썩었다'라는 다소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에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병들어 있고 국민들이 우리 사회에 대해 느끼는 불신의 정도를 수치화해서 자세히 나타내고 있었다.

그런데 이 기사를 접했을 때, 나는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그것은 이러한 유형의 기사가 매 분기, 혹은 매년 신문이나 잡지의 한 지면을 차지하고 있었다는 것을 쉽게 유추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반적으로 '썩다'라는 단어는 음식물 등의 앞에 붙어서 단백질이나 지방 같은 유기물이 미생물의 작용에 의해 분해되는 과정 혹은 그러한 현상을 의미한다.

하지만 썩을 수 있는 것이 유기물에만 한정되지 않고 버젓이 살아 있는 사람이나 사회의 흐름에까지 확대되었다는 것은 썩 달가운 일은 아니다. 대한민국이 더러 썩었다고 말하는 기사를 보며 씁쓸한 마음이 들었지만, 이 말이 아주 틀린 말은 아니라는 것이 더욱 아프게 다가왔다. 나는 지독한 냄새에 코를 틀어막고 앉아 기사를 찬찬히 읽어 내려갔다.

기사는 각 직업군, 기관별로 부패의 척도를 순위로 매겨 나타내고 있었다. '정치인-기업인-법조인-행정공무원' 순으로 이어지는 부패한 직업인에 대한 순위 그래프의 중반부엔 교육자가 자리 잡고 있었고, '정당-지방행정부처-청와대-중앙행정부처-법조기관' 순으로 이어지는 부패한 기관에 대한 순위 그래프의 중반부엔 교육기관이 자리 잡고 있었다.

어떤 직업군이든, 무슨 기관이든 부패해선 안 되겠지만 그 가운데 교육자와 교육기관의 존재는 그 어떤 것보다 눈에 띄는 대목이다. 실제로 최근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사건들도 모두 교육과 관련된 일이지 않은가. 교육이 썩으면 미래가 없다는 말이 번뜩 떠오르며 이 기사에 드러난 현실이 아득하게 느껴졌다.

교육은 미래를 위해 존재하는 거의 유일한 국가적 공익사업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은 의무교육을 통해 교육의 기회를 누릴 수 있으며 또 그 과정에서 공평한 기회를 보장받게 된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다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무상급식을 포퓰리즘이라 비하하는 것도, 무상급식을 포퓰리즘으로 이용하는 것도 사리에 맞지 않다. 우리가 모순을 느껴야 하는 것은 무상급식의 찬반여부가 아니라 무상급식이 사회의 중요한 현안이 된 현재의 상황 그 자체에 있는 것이다.

또 부정한 뒷거래를 한 교육감을 욕하는 것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교육감의 자리에 앉은 사람이 어찌해서 뇌물수수가 가능한 것인가에 대해 개탄해야 하지 않을까. 실제로 사회의 현안에 대한 문제가 생겼을 때, 많은 사람들은 그 문제의 겉모습에 매도되기 쉽다.

하지만 문제는 항상 근원에 존재하는 것이다. 어찌 그러한 문제들이 생겨날 수 있는지에 대한 심층적인 의문과 해결책의 모색이 필요한 것이다. 특히 교육의 일이 시급하다. 대한민국이 모두 썩는다 해도 교육만은 청정지역으로 남아, 우리의 가여운 새싹들이 상처받지 않고 잘 자라도록 해야 할 책무가 우리에게 있다.

나는 대한민국의 교육을 싸잡아 썩었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그렇게 말하는 순간 내 입에서도 썩은 냄새가 피어오를 것만 같기 때문이다. 현 시점에서 우리가 해야 되는 일은 부패한 대한민국의 현 주소가 어떠한지 아는 것에 머물지 말고 구체적인 해결책을 다각적으로 모색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을 더러 썩었다고 말해버리기는 너무나 쉽다. 우리 모두가 쉬운 일을 하지 말고 어려운 일을 할 수 있었으면 한다. 국가의 부패를 수치로 나타내는 작은 기사엔 수많은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그 중에 중요한 메시지는 우리 사회가 썩는데도 불구하고 우리 스스로가 그것에 대해 무감각하다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기자는 사회가 썩었다는 자극적인 문구를 사용하고 그 '불편한 진실'을 구태여 다시 꺼내 든 것이리라.

문제의 근원들이 엉겨 붙어 그 자리에서 그대로 썩어가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불쾌한 냄새가 난다고 해서 코를 틀어막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그 역겨운 냄새의 진원지를 찾아 그것을 치워내고 창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 나서야 문제는 해결되지 않겠는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2.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3. [기고] 공무원의 첫발 100일, 조직문화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4.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5. JMS 정명석 성범죄 피해자들 손해배상 민사소송 시작
  1. 대전보건대, 대학연합 뉴트로 스포츠 경진·비만해결 풋살대회 성료
  2.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3. 사업성, 주민동의율 등 과제 산적…대전 1기 신도시도 촉각
  4. 한국자유총연맹 산내동위원회, '사랑의 반찬 나눔' 온정 전해
  5. 충청권 아파트 입주물량 내년 1만 7000여 세대 줄어드나

헤드라인 뉴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27일 낮 12시께 눈발까지 흩날리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전 중구 한 교회의 식당은 뜨끈한 된장국에 훈훈한 공기가 감돌았다. 식당 안에서는 대전자원봉사연합회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부지런히 음식을 나르며 어르신들을 대접하고 있었다. 150여 명의 어르신이 빼곡히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기다렸다. 얇은 패딩과 목도리 차림인 어르신들은 강한 바람을 뚫고 이곳까지 왔다고 한다. "밥도 같이 먹어야 맛있지." 한 어르신이 식당에 들어서자 자원봉사자가 빈자리로 안내했다. 이곳에 오는 대부분은 75세 이상의 독거 노인이다. 매일 혼..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창단 후 첫 K리그1 승격에 도전하는 충남아산FC가 승강전 홈경기를 앞두고 관심이 뜨거워 지고 있다. 충남아산FC는 28일 대구FC와 승강전 첫 경기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홈 경기로 치른다. 홈 경기장인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 잔디 교체 공사로 인해 임시 경기장으로 천안에서 경기를 하게 됐다. 승강전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28일 홈 경기 사흘 후인 12월 1일 대구로 이동해 어웨이 경기를 치른다. 승리수·합산 득실차 순으로 최종 승격팀을 정하게 되며 원정 다득점 규정은 적용하지 않아 1·2차전 결과에 따라 연장전 또는 승부차기까지..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 시도가 2027년 열리는 하걔세계대학경기대회 성공 개최를 재차 다짐했다.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강창희, 이하 조직위)는 27일 대전 호텔 ICC 크리스탈볼룸에서 2024년 제2차 위원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는 지난 3월 강 위원장이 조직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 개최된 것이다. 행사에는 대전시 세종시 충남도 충북도 등 충청권 4개 시도 부지사와 대한체육회 부회장,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 위원장, 시도 체육회장, 시도의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강 위원장과 조직위원회 위원이 공식적으로 첫..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