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년전 첫 인연… 갚지 못할 은혜입었죠”

  • 사회/교육
  • 미담

“52년전 첫 인연… 갚지 못할 은혜입었죠”

까까머리 청년에서대통령표창 받기까지… 고비 때마다 손잡아준 중도일보는 은인 같아

  • 승인 2011-08-31 13:44
  • 신문게재 2011-09-01 7면
  • 김민영 기자김민영 기자
●애독자를 만나다 - 총경출신 김두경씨

▲ 1960년 2월 28일자 중도일보에 우등생이지만 등록금이 없어 대학에 진한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사연이 보도됐다. 52년 동안 자신의 사연이 담긴 신문기사<왼쪽 사진>를 고이 간직해온 김두경씨는 현재 중도일보의 애독자이기도 하다.  손인중 기자
▲ 1960년 2월 28일자 중도일보에 우등생이지만 등록금이 없어 대학에 진한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사연이 보도됐다. 52년 동안 자신의 사연이 담긴 신문기사<왼쪽 사진>를 고이 간직해온 김두경씨는 현재 중도일보의 애독자이기도 하다. 손인중 기자

1960년 2월 28일. 당시 선화동에 위치해 있던 중도일보 편집국에 '까까머리' 청년이 들어왔다.

20살의 김두경 군은 어린 청년이었지만 그의 눈빛은 예사롭지 않게 빛나고 있었다.

김 군이 본사를 찾은 이유에는 절박함이 숨어 있었기 때문이다. 어려운 형편에 장학금을 받아가며 대전공업고등학교를 우등생으로 졸업했지만, 대학 입학금이 없어 대학 진학을 포기할 처지에 놓였던 것.

김 군의 안타까운 사연은 다음날인 29일자에 '우등생인 김군이 대학 진학 할 길이 막연하다'는 제목으로 보도됐다. 당시 보도에는 김군이“회사의 사원도 좋고 관청의 사환도 좋고 아무것도 사양하지 않는다. 다만 충남대 야간학부에만 입적할 수 있다면 영예는 더할바가 없다”고 호소했다고 전하고 있다.

그의 이야기는 고등학교 졸업까지도 파란만장했다. 대전공고에 합격했지만 등록금을 내지 못해 걱정하던 김군은 당시 대전공고 교장에게 편지를 썼다.

'검정고시에 합격했지만 돈이 없다고 공부를 시켜주지 않으면 교육자로서 자질이 없는 것 아니냐'는 맹랑한 내용이었다.

당시 교장은 등록 기한을 지난 그를 고등학교에 입학시켜주었고, 거취를 해결할 수 있는 가정교사 자리까지 마련해줬다.

“당시의 김인수 교장선생님은 진정한 교육자셨습니다. 지금은 작고하셨지만 생전에 찾아뵙고 평생을 감사하며 살았어요.”

3년 장학생으로 고교를 졸업했지만 대학 입학을 앞두고 또다시 학비 마련을 위해 중도일보를 찾아왔다.

그의 사연이 소개되자 본보 신문을 본 독자가 독지가를 자처하고 나섰다. 삼성동에서 군수공장을 운영하던 여성 독지가는 선뜻 김군을 집에 머물도록 하고 학비까지 지원했다. 김군은 독지가의 집에 머물며 독지가 자녀의 가정교사를 하는한편 공장일을 도와주고 밤에는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독지가 덕분에 그는 대학 졸업을 앞두고 경찰시험에 응시해 합격 통지서를 받는다.

경찰이 된 젊은 청년은 이후에도 중도일보와의 인연이 끝나지 않았다. 그가 경찰의 날을 맞아 대통령표창을 수상하게 된 1996년 10월, 36년전의 일을 회상하며 중도일보에 또 한번 그의 사연이 소개되기도 했다. '36년 전 용기 준 중도일보에 감사'라는 내용으로 소개된 그의 사연은 경찰에 입문해 대통령상을 수상하기까지의 파란만장한 과거를 전하고 있다.

김씨는 40여년간 경찰로 근무를 해오다 1999년 총경으로 명예로운 퇴직을 했다. 그는 여전히 중도일보를 구독하는 애독자다.

52년이 지난 지금 노인이 됐지만, 누렇게 변한 당시의 신문을 고이 간직하고 있다. 그는 중도일보 60주년을 맞아 꼭 축하하고 싶었고, 감사하고 싶었다며 52년만에 중도일보 편집국을 다시 찾았다.

김두경씨는 “중도일보와 나와의 인연은 특별하다. 중도일보가 당시에 어린학생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더라면 대학 입학이 어려웠을지도 모른다”라며 “어려웠던 시절 주변의 관심과 격려로 인생을 살아온만큼 모든일에 욕심부리지 않고 주어진 것에 만족하며 살아왔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2.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3.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4.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5.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1. 백석대·백석문화대, '2024 백석 사랑 나눔 대축제' 개최
  2. 남서울대 ㈜티엔에이치텍, '2024년 창업 인큐베이팅 경진대회' 우수상 수상
  3. 한기대 생협, 전국 대학생 131명에 '간식 꾸러미' 제공
  4. 단국대학교병원 단우회, (재)천안시복지재단 1000만원 후원
  5. 남서울대, 청주맹학교에 3D 촉지도 기증

헤드라인 뉴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년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가 2024년 가을 문턱을 넘지 못하며 먼 미래를 다시 기약하게 됐다. 세간의 시선은 11월 22일 오후 열린 세종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이하 산건위, 위원장 김재형)로 모아졌으나, 결국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산건위가 기존의 '삭감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서다. 민주당은 지난 9월 추가경정예산안(14.5억여 원) 삭감이란 당론을 정한 뒤, 세종시 집행부가 개최 시기를 2026년 하반기로 미뤄 제출한 2025년 예산안(65억여 원)마저 반영할 수 없다는 판단을 분명히 내보였다. 2시간 가까운 심의와 표..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생존 수영 배우러 갔다가 수영의 매력에 빠졌어요." 접영 청소년 국가대표 김도연(대전체고)선수에게 수영은 운명처럼 찾아 왔다. 친구와 함께 생존수영을 배우러 간 수영장에서 뜻밖의 재능을 발견했고 초등학교 4학년부터 본격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김 선수의 주 종목은 접영이다. 선수 본인은 종목보다 수영 자체가 좋았지만 수영하는 폼을 본 지도자들 모두 접영을 추천했다. 올 10월 경남에서 열린 105회 전국체전에서 김도연 선수는 여고부 접영 200m에서 금메달, 100m 은메달, 혼계영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무려 3개의..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속보>="내 나름대로 노아의 방주 같아…'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이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3층 높이 폐기물을 쌓아온 집 주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