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자유 위한 투쟁, 오롯이 지켜낸 시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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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정권 1도1사 정책에 강제 폐간 후 1988년 복간

  • 승인 2011-08-31 12:37
  • 신문게재 2011-09-01 12면
  • 이종섭 기자이종섭 기자
[창간 60주년]지역민과 함께한 발자취

중도일보의 60년은 정론직필의 한길을 달려온 역사이기도 했다. 서슬퍼런 군사독재 하에서 필봉을 굽히지 않았던 중도일보는 유신정권의 '1도 1사'정책으로 강제폐간되는 아픔을 겪어야 할 만큼 시대정신을 잃지않고 한길을 달려왔다.

“대전 언론의 자율이나 학원을 보호한다는 언어가 풍겨주는 인상은 누구나 호감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때문에 극렬한 반대여론에 봉착하게 된 것인가. 또한 이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공화당은 무엇때문에 통과를 위해 강행군을 하는 것인가. 의아감을 감출 수 없다 하겠다. 단적으로 말해서 공화당은 초조감에 불타는 나머지 정상적인 이성을 견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볼 것이다. (중략) 따라서 공화당은 자율과 보호의 진의에 따라 언론윤리법안이나 학원보호법안을 자진 철회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현명한 조치라 할 것이다.”

1964년 8월 박정희 공화당 정권이 비판의 날을 세우던 언론과 대학을 길들이기 위해 언론윤리위원회법과 학원보호법 제정을 강행할 무렵 중도일보 '시론'의 일부분이다.

지역 언론이 정권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결연히 일어섰던 일화로 두고두고 회자되는 이 시론의 한토막은 이 강제 법안 반대 여론에 불을 지폈고, 20차례 가까이 이어진 사설을 통해 언론자유와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정론직필의 역사는 계속됐다.

이로 촉발된 반대 여론에 부딪혀 정권은 결국 법 시행을 유보하는 것으로 사실상 폐기했고, 이 사건은 당시 언론 초유의 '언론자유 사설투쟁'으로 기록되고 있다. 앞서 4·19혁명 당시에도 중도일보의 지면은 연판(鉛版)을 긁어내고 그대로 발행한 흔적으로 얼룩져 있다. 민권수호를 위해 독재에 항거했던 영광의 상처다.

4·19혁명을 앞두고 지역에서 고교생들의 시위가 잇따를 때에도 중도일보는 '정치인들은 학생들의 요구가 정당하다면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설로 민주화에 대한 열망을 담아냈고, 반독재 투쟁이 '마산사태'로 이어지자 현지 특파원을 파견, 보름 가까이 상보를 게재하며 민주화의 열망을 일깨웠다.

암울한 시기 계속된 중도일보의 언론자유와 민주수호 투쟁은 이후에도 여러 차례 사설 투쟁 등으로 계속됐고, 결국 이는 중도일보에 적지 않은 시련으로 몰아쳤다.

바로 이런 과정에서 추진된 것이 유신정권의 '1도 1사' 정책이었고, 중도일보는 그 희생양이 되고 만다.

당시 이런 정론직필의 역사로 정권의 탄압 속에서도 지역민의 사랑을 받으며 한강 이남에서는 최고층 건물이라던 경암빌딩으로 신사옥을 이전하는 등 사세를 확장해 나가던 중도일보는 갑작스런 폐간 상황을 맞았다.

그때가 1973년으로 정권의 끈질긴 회유와 협박에 굴하지 않았던 전국의 지방언론들이 서서히 '1도 1사'라는 명목 하에 강제 통·폐합의 길을 걷고 있었다.

이는 분명한 언론탄압이었으며 언론길들이기였다. 이 당시 이미 전북에서 전북일보와 전북매일신문, 호남일보가 강제 폐간과 함께 통·폐합 됐고, 영남에서도 대구일보와 대구경제신문이 폐간됐다. 또 경기 지역에서는 그해 7월 경기매일과 경기일보, 연합신문 등이 자진폐간 성명서를 발표하고 한달 뒤 문을 닫았다.

이 사이 중도일보도 역사의 소용돌이를 피해가지 못했다. 정권의 압력과 편법적인 매수 시도에 저항하다 결국은 대전일보와 '충남일보'라는 통합제호로 합병된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역사적 단절을 경험해야 했던 중도일보는 1987년 민주화의 바람과 함께 긴 역사의 터널을 뚫고 1988년 복간 다시 정론직필의 길을 걸을 수 있었다.

이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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