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김탁환은 경남 진해에서 태어났으며 서울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1994년 『상상』 여름호에 '동아시아 소설의 힘'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데뷔했다. 해군사관학교에서 국어 교수로 재직했고, 이후 건양대, 한남대,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를 거쳐 현재는 전업 작가로 활동 중이다. 압록강, 독도 평전, 나 황진이, 불멸의 이순신 등 40여 편의 작품을 발표했으며, 방대한 자료 조사와 치밀하고 정확한 고증을 바탕으로 독창적이고 탁월한 상상력이 가미된 아름다운 문체로 우리 역사소설의 새 지평을 연 작가로 평가받는다.
▲ 김탁환의 쉐이크 |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이 영혼이 흔들리는 단계를 넘어 감동을 받고 삶의 행로를 바꾸게 된다면 더 할 나위 없겠지만, 독자들이 영혼을 흔들기 위해서는 이야기꾼 자신이 흔들려야 한다는 저자의 말이 인상적이다. 그는 “좋은 이야기꾼이 되기 위해서는 가장 넓게, 가장 자주, 가장 빨리, 가장 깊게 스스로를 흔들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삶을 떠받치고 있는 상식이라는 것, 진리라는 것, 제도라는 것, 믿음이라는 것들을 흔든 후, 그 속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미 출간된 '글쓰기'에 관한 책들이 문학적 수사학에 치우쳐 너무 어려웠거나, 그저 많이 읽고 많이 써보라는 식으로 막연했거나, 재기 넘치는 천재작가들의 성공담으로 초보자들을 주눅 들게 만드는 문제점이 있었음을 지적한다. 소설 또는 문학에 관한 체험이 있어야만 이야기꾼이 되는 것은 아니다. 또 이야기의 형태가 소설 말고도 영화나 만화, 게임, 드라마 등 다양하다. 이야기를 쓰는 비결과 법칙 보다는 이야기를 쓰는 자세가 중요하다. 여기서 자세란 이야기 구상에서 완성까지, 이야기꾼이 가지고 있어야 하는 일관된 마음가짐과 그로부터 만들어지는 구체적인 행동의 합일을 말한다.
그는 남들의 빛나는 성공 사례보다 자신의 실패 사례를 들어 이야기꾼이 되어 가는 과정을 설명한다. 이야기를 만들고, 만들어진 이야기를 즐기는 것이 인간만의 특별한 능력이고, 한 번뿐인 유한한 인간의 삶에 대한 아쉬움을 채워주는 것이 이야기라는 그의 주장이 매우 설득력 있게 들린다. 더구나 소통의 수단으로서 이야기의 필요성을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오감을 넘어 육감으로 인물과 공간을 휘감는 훈련을 해야 탁월한 이야기꾼이 될 수 있다는 저자의 조언은 특히 귀담아 들을 대목이다. 이야기를 잘 만들려면 그 이야기를 누구에게, 왜, 어떤 형식으로, 얼마나 길게 할 생각인지 먼저 생각해 보고 이야기의 '판'을 짜보라고 한다. 그 다음 초고를 집필하기 전 단계, 초고를 집필하는 단계, 초고를 끝낸 후 퇴고하여 완성하는 단계 등으로 나누어 각 단계에 투입하는 시간을 균등하게 배분하라는 조언도 잊지 않는다.
저자의 모든 작품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방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그 자료들을 치밀하게 분석하고 정리해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려고 노력한다. 한 주제가 정해지면 관련된 책을 적어도 100권 이상 사서 읽고 10권의 노트에 떠오르는 단상, 독서메모, 인물들의 습관 등을 기록해 나간다고 한다. 그리고 이야기의 무대, 현장을 직접 답사하여 그 장소만의 특징과 분위기를 느껴본다고 한다.
이야기 거리가 준비되면 몰입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이야기의 처음과 끝을 항상 생각하면서, 때로는 이야기와 적당한 거리를 두면서, 자신만의 문체로 단어와 문장, 문단을 엮어 이야기를 완성한 후에, '모든 초고는 걸레'라는 자세로 개악의 순간까지 고치라는 말로 스토리텔링에 관한 이야기를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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