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자연과 더불어 살고자 했던 우리조상들의 지혜를 보여주는 물건들은 상당이 많다.
이 가운데 하나가 보자기다.
이런 보자기에 한국전통의 미의식을 새로운 섬유예술로 창조하고 있는 섬유작가 김영순.
그는 우리의 전통보자기문화를 기반으로 면과 색 구성에서 새로운 조형세계를 열며 조각보문화의 다양한 방향성을 보여주는 섬유작가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김영순 작가의 32년 보자기 손길을 느낄 수 있는 전시가 1일부터 6일까지 서울 조선일보미술관에서 열린다.
이어 10월 20일부터 30일까지 대전 플랜트 갤러리에서 순회 초대전을 갖는다.
김영순 작가는 1984년 1회 개인전 이후 서울과 대전은 물론 뉴욕, 워싱턴, 도쿄 등의 각 나라에서 36회 개인전을 갖는 등 국제전에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근작의 보자기 유화 그림과 보자기 평면조형, 입체설치를 비롯한 문화상품전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손길이 추구한 전통의 현대적인 재해석과 김영순 작가의 섬유미학이 새롭게 재조명된다.
오방색 천연염료로 염색한 모시와 베 또는 생사와 한지를 소재로 한 화면은 음양오행설에 바탕을 둔 색상들의 크거나 작은 면으로 구성돼 한국적인 미감이 잘 담겨 있다.
특히 자칫 평면적으로 마무리되기 쉬운 표면을 요철 처리하고 뒷박을 오브제로 응용함으로써 부조적이며 한층 입체적 효과를 주고 있다.
섬유 조형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패치 워크(Patch work·헝겊작업) 등의 다양한 기법이 동원됨은 물론이다.
그의 보자기들은 분청사기나 질그릇에서 보게 되는 질박함과는 또 다른 아름다움으로 그윽하게 다가온다.
섬유공예 작품들이지만 회화적이어서 또 다른 미의식을 느끼게 한다.
주목되는 것은 공예의 실용성에 미학의 숨결을 불어 넣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전통보자기를 섬유예술로 한 차원 끌어올리며 섬유영역을 스카프, 넥타이, 의상, 인테리어 등의 문화상품으로 폭넓게 작가 브랜드로 독립한 섬유미학을 선보인다.
특히 이번 전시는 대학 정년을 앞두고 32년간 끊임없이 이어지는 작업을 한자리에 모아 놓는 전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섬유의 한 역사를 엿볼 수 있는 김 작가의 화집출판기념회도 열 예정이다.
/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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