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장우 한남대 무역학과 교수 |
유럽의 재정위기 확산에 따른 불확실성 증가와 경기침체는 수출시장여건을 악화시키고 있다. 여기에다 FTA이후 우리나라의 수출확대품목에 대한 EU회원국들의 경계심과 통상조치 증가 등 양국간 무역마찰도 예상된다. 국내에서는 EU산 냉동삼겹살 수입급증에 따른 축산농가의 피해가 나타나고 있어 EU와의 FTA에 반감이 일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도내 중소기업들이 EU와의 FTA를 활용하여 유럽시장 선점효과를 최대한 누리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협정의 본질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첫째, 대부분 사람들은 FTA가 체결되면 관세가 자동적으로 폐지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한국산 제품이 EU에서 무관세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협정에서 정한 원산지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수출기업은 직접 작성한 FTA특혜원산지 증명서를 해당국 세관에 제출해야 하는데, 만일 증명서상에 하자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EU당국은 언제든지 원산지 충족여부에 대한 현장검증을 실시할 수 있어 관세 혜택이 취소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둘째, EU에 대한 수출액이 6000유로(한화 약 1000만원) 초과 물품에 대해서는 인증수출자 자격을 관세청으로부터 받아야 유럽시장에 합법적으로 수출할 수 있다. 이러한 자격이 없이는 아무리 품질과 가격이 우수해도 유럽에 수출할 수 없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자격을 얻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EU시장 개방효과를 제대로 누릴 수 없게 된다. 그 이유는 원재료의 수입의존도가 높거나 주요 공정을 해외에서 수행하는 기업들이 인증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수입거래선 변경, 설비의 국내이전 등 상당한 준비가 필요하고 수출물품의 원산지 입증을 위해서는 원재료의 원산지정보가 필요하지만 원재료 공급자가 원가노출 등을 우려하여 관련서류를 제공하지 않는 점 등도 지적된다.
셋째, EU는 역내산업과 소비자보호를 위해 관세 외에 우리 수출에 걸림돌이 되는 여러 가지 비관세 무역장벽을 쌓고 있다는 점이다. 가령 공산품을 EU에 수출하기 위해서는 CE마크를 취득해야 하고 해당 품목별로 요구되는 품질 및 안전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최근에는 EU의 환경기준이 강화되는 추세여서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제품은 EU에 대한 수출이 불가능하게 되므로 친환경 제품개발에 힘써야 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중소기업이 EU의 강화된 환경기준을 충족하기란 쉽지 않으며 많은 비용과 노력이 요구된다.
넷째, 우리 수출상품의 특허 등 지적재산권 침해 여부에 대한 EU의 감시와 통제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현지 특허등록 등 지재권 보호에 힘써야 한다. 최근 네덜란드 법원이 삼성전자의 일부 휴대폰에 대해 특허위반으로 판매금지 처분을 내린 것은 EU에 대한 수출이 급증할 경우 철저한 감시와 통제를 하겠다는 의도로 보여진다.
마지막으로 FTA 시장선점효과는 장기적으로 지속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EU가 중국, 일본 등 경쟁국들과 FTA를 체결할 경우 시장선점효과가 사라질 수 있으므로 이들 국가와의 FTA체결에 앞서 시장기회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시장조사를 통한 마케팅전략 수립, 전시회 참가 등 보다 적극적인 시장개척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K팝이 유럽으로 확산되고 있어 우리나라와 제품에 대한 긍정적인 인지도를 형성할 것이라는 점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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