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따르면 H씨는 지난 27일 오후 11시 10분께 경기도 성남 모란역에서 분당방면으로 가는 시내버스에서 한국인 김모(61)씨를 폭행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다.
경찰 조사 결과 H씨는 자신의 일행과 대화하는 도중 김씨가 영어로 “조용히 하라”며 나무라자 이에 격분 폭력을 휘두른 것으로 드러났다.
분당서 관계자는 “김씨가 영어로 조용히 하라고 말한 것을 두고 H씨가 자신을 경멸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폭력을 행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사건 발생 당시 버스 안에는 승객이 많이 있었지만 “그만 해라”, “경찰서로 가야 되겠다”라는 말만 할 뿐 폭력을 휘두르는 H씨의 행동을 적극적으로 제지하지는 않았다.
이를 두고 네티즌 사이에서는 “힘없는 노인이 맞고 있는데 승객들은 뭐 하고 있었느냐?”, “동영상 찍을 시간에 제압했어야 한다”라는 식의 탄식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끼어들었다가 내가 피해를 볼 수 있다”, “폭력사건에 연루됐다가 조사받으러 경찰서에 들락날락해야한다”며 방관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 분위기에 대한 푸념도 만만치 않았다.
비단 이 사건뿐만 아니라 지난 5월 말 서산에서도 버스 안에서 40대 남성에게 성추행을 당하는 10대 여중생을 승객들이 모른 척하며 도와주지 않아 비슷한 논란이 불거졌었다.
일각에서는 선진국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자신이 위급한 상황에 빠지지 않은 상황에서 위급한 타인을 도와주지 않는 사람에 대한 법률적 규제 도입을 심각히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찬반양론이 엇갈리며 아직 제정되지 못하고 있지만, 이제는 '착한사마리안법' 제정 여부를 놓고 사회적으로 공론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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