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따르면 다음달 6일 선거구획정위원회가 구성돼 선거구 조정 원칙과 향후 일정을 논의하는 등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선거구획정위원회는 향후 선거구제 등의 중대한 변화가 없는 경우 선거구 간 인구편차가 3대 1을 넘지 못하도록 한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지역별 인구 변동과 편차를 일차 기준으로 삼아 선거구의 분구 또는 합구 등을 논의하게 되며, 지난해 말 인구 기준(평균 20만6186명)으로 1개 선거구의 인구 상한선은 30만 9279명, 하한선은 10만3093명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기준으로 할 때 현재 충청권에서는 천안 을 선거구(지난해 말 기준 31만350명)가 일차적인 분구 대상이다. 여기에 내년 7월 출범하는 세종시의 경우 인구기준에는 미달하지만 광역단체의 지위를 갖게 됨에 따라 별도의 논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이 밖에 현재 천안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인구가 상항선을 넘어 분구 대상이 되는 지역은 경기 용인 기흥, 파주, 이천 여주, 용인 수지, 강원 원주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6곳에 이른다.
반면, 기준 인구 미달로 선거구 통·폐합 및 합구 대상이 되는 지역은 인구 10만 3093명 미만의 경남 남해ㆍ하동을 비롯, 전남 여수 갑·을, 부산 남구 갑·을, 광주 서구 갑·을, 전북 익산 갑·을 등으로 모두 영·호남에 집중돼 있다.
이 때문에 선거구 조정이 법적 기준과 논리보다 지역간 정치적 역학관계에 좌우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실제 지난 18대 총선 당시에도 선거구획정위원회는 대구 달서구와 부산 남구, 전남 여수를 합구 대상으로 결정했지만 정치개혁특위 심의 과정에서 결과가 뒤집혀 이들 모두 현행 선거구대로 유지된 바 있다. 따라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 국회의원 선거구 증설을 위해서는 어느때보다 정치권의 대응이 중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이미 분구 대상으로 거론되는 강원도 원주가 추진위를 구성해 서명운동에 나서거나, 합구 대상인 광주와 부산에서 행정구역 조정을 통해 선거구를 지키기 위한 '게리멘더링' 움직임을 보이는 것에 비해 충청권의 대응은 미온적이기만 하다.
특히 대전의 경우 표의 등가성 원칙에 따라 이미 오래 전부터 선거구 증설 필요성이 대두돼 왔음에도 여전히 증설 가능성은 요원한 상태로, 올해 초 정치권에서 협의체를 구성해 공론화에 나섰지만 당장 선거구 증설이 어렵다는 판단하에 현재는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자유선진당 김창수 의원은 충청권 선거구 증설을 위해 얼마 전 시도별 인구비례에 따라 선거구를 재조정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을 발의했지만 이 또한 국회 처리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지역에서 조차 제대로 공론화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대전은 고사하고 이미 선거구 증설 요건을 갖춘 천안과 세종시 선거구마저 지켜내기 힘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현재로서 충청권은 내년 총선에서 적어도 2석의 의석을 늘릴 수 있는 요건을 갖추고 있지만 선거구 획정에는 힘의 논리가 작용하게 된다”며 “지금부터라도 지역 정치권이 초당적으로 나서 선거구 증설에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종섭 기자 nom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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