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민]인생 후반전은 충남에서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김종민]인생 후반전은 충남에서

[월요아침]김종민 충남도 정무부지사

  • 승인 2011-08-28 14:26
  • 신문게재 2011-08-29 20면
  • 김종민 충남도 정무부지사김종민 충남도 정무부지사
▲ 김종민 충남도 정무부지사
▲ 김종민 충남도 정무부지사
충남이 빠르고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충남도 지역내총생산(GRDP)은 2000년 29조2800억원에서 2009년 65조7600억원으로 무려 125% 증가했다. 연평균 10%에 달하며 성장률도 전국 1위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대기업 중심의 천안·아산·서산·당진권을 제외한 충남 서부와 남부는 성장은 커녕 점점 퇴락해 가고 있다. 북부권 4개 시군이 충남도내 GRDP의 약68.1%를 차지하고, 나머지 12개 시군은 31.9%에 불과하다.

게다가 도내 농림어업 생산이 2005년 3조3900억원대에서 2009년 3조3600억원대로 지속적인 감소 추세를 보여 지역간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농촌인구의 고령화 현상이다. 어릴 적 논산 고향 마을에는 100여 가구가 있었고, 우리 집만 해도 30여명이 일가를 이뤄 살았지만, 돌아가시거나 서울로 이사가고, 이젠 아주머니와 재종 형님 두 분만 남아 계신다. 그나마 몇 년 만에 갔더니 옆집 어르신들도 돌아가셔서 다 빈집이 됐다.

충남의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2010년말 30만8000명, 고령화율은 14.9%로 전국평균 11%를 크게 웃돌고 있다. 청양과 금산, 부여, 서천, 홍성, 예산, 태안 등 7개 군은 고령인구가 20%를 넘어 이미 초고령 사회로 접어들었다. 농업 인구의 고령화 정도는 이보다 더 심해 2030년경 충남의 고령 농가인구 비율은 43.4%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대로 발전동력을 못찾고 초고령화 경향이 지속되면 충남 남부 지역은 10년 후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들 정도다.

1993년 김영삼 정부가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을 체결해 쌀을 개방한 이후 참여정부에 이르기까지 농업분야에 쏟아 부은 예산은 100조원을 넘지만 투입만큼 산출이 안 되고 있다. 서울에 나가 있는 자식들 공부시키고, 시집 장가보내 농촌에 에너지가 쌓이지 않은 것이다. 사람이 없기 때문에, 자꾸 사람이 빠져 나가기 때문이다. 다시 농촌으로 사람이 돌아오도록 하지 못하면 아무리 예산을 쏟아 붓더라도 소용없다는 것이다. 기업유치도 필요하겠지만 훨씬 더 중요하고 근본적인 것은 사람을 유치하는 것이다. 사람은 살기 좋다면 당연히 오게 돼 있다. 사람들이 도시로 몰리는 것은 인프라도 잘 돼 있고 살기도 좋고 일자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서울로 올라갔던 베이비붐세대가 이제 은퇴를 시작한다. 6ㆍ25전쟁 직후인 1955년~63년에 태어난 710만명(대한민국 인구의 14.6%)이다. 대부분 농촌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둥지를 틀었고, 많은 수만큼 치열한 경쟁 속에서 발전을 이끌었다. 독재정권과 민주화라는 한국사회의 격동기를 겪었고, IMF 직격탄을 맞아 구조조정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들은 은퇴 뒤에도 30년, 40년을 더 살아야 한다. 이 정도면 연장전이 아니라 후반전이다. 지금까지 전반전이었고 이제 인생 후반전을 새로 시작해야 한다.

그러나 베이비붐 세대 앞에 놓인 현실은 간단치 않다. 치솟는 자녀 등록금과 교육비로 빠듯한 생활을 했고, 결혼자금 지원, 자녀 취업난에 따른 뒷바라지가 채 끝나지도 않았다. 땅값 비싼 대도시에서는 고기술ㆍ고강도 노동을 통해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경제만 살아남는다. 여유자금이 충분치 못한 은퇴자들에겐 버거운 현실이다. 생존을 위해 전략적으로 시골행을 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우리 지역에는 이것이 기회다.

이 사람들이 대도시에서 훈련된 경험과 지식, 보유 자산을 정리해 우리 지역에 내려와서 새롭게 정주할 수 있도록 사람유치 전략을 짜자. 그렇게 하기 위해선 쾌적한 주거환경, 기본적인 문화·복지·교육 시스템, 일자리가 필요하다. 이 중 일자리가 가장 중요하다. 이 사람들이 후반전을 보람 있게 살려면 일이 있어야 하고, 그 일을 통해서 기본적인 소득을 올릴 수 있어야 한다.

민선5기 충남도정의 가장 핵심과제로 농정혁신을 꼽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농어촌 생활공간을 혁신해 베이비붐 세대에게 새로운 삶의 터전을 제공하자는 것이 우리의 전략이다. 사람이 모이는 충남! “농업은 농촌을 살리지 못하지만 농촌은 농업을 살릴 수 있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 건 충남 남부와 서부의 미래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2.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3. [기고] 공무원의 첫발 100일, 조직문화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4.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5. JMS 정명석 성범죄 피해자들 손해배상 민사소송 시작
  1. 대전보건대, 대학연합 뉴트로 스포츠 경진·비만해결 풋살대회 성료
  2.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3. 사업성, 주민동의율 등 과제 산적…대전 1기 신도시도 촉각
  4. 한국자유총연맹 산내동위원회, '사랑의 반찬 나눔' 온정 전해
  5. 충청권 아파트 입주물량 내년 1만 7000여 세대 줄어드나

헤드라인 뉴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27일 낮 12시께 눈발까지 흩날리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전 중구 한 교회의 식당은 뜨끈한 된장국에 훈훈한 공기가 감돌았다. 식당 안에서는 대전자원봉사연합회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부지런히 음식을 나르며 어르신들을 대접하고 있었다. 150여 명의 어르신이 빼곡히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기다렸다. 얇은 패딩과 목도리 차림인 어르신들은 강한 바람을 뚫고 이곳까지 왔다고 한다. "밥도 같이 먹어야 맛있지." 한 어르신이 식당에 들어서자 자원봉사자가 빈자리로 안내했다. 이곳에 오는 대부분은 75세 이상의 독거 노인이다. 매일 혼..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창단 후 첫 K리그1 승격에 도전하는 충남아산FC가 승강전 홈경기를 앞두고 관심이 뜨거워 지고 있다. 충남아산FC는 28일 대구FC와 승강전 첫 경기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홈 경기로 치른다. 홈 경기장인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 잔디 교체 공사로 인해 임시 경기장으로 천안에서 경기를 하게 됐다. 승강전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28일 홈 경기 사흘 후인 12월 1일 대구로 이동해 어웨이 경기를 치른다. 승리수·합산 득실차 순으로 최종 승격팀을 정하게 되며 원정 다득점 규정은 적용하지 않아 1·2차전 결과에 따라 연장전 또는 승부차기까지..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 시도가 2027년 열리는 하걔세계대학경기대회 성공 개최를 재차 다짐했다.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강창희, 이하 조직위)는 27일 대전 호텔 ICC 크리스탈볼룸에서 2024년 제2차 위원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는 지난 3월 강 위원장이 조직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 개최된 것이다. 행사에는 대전시 세종시 충남도 충북도 등 충청권 4개 시도 부지사와 대한체육회 부회장,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 위원장, 시도 체육회장, 시도의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강 위원장과 조직위원회 위원이 공식적으로 첫..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