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희창 대전충남민주언론시민연합 운영위원장 |
그러자 '복지포퓰리즘'을 추방하겠다는 단체가 만들어지고 무상급식을 '퍼주기 복지'라 맹비난했다. 이들은 급기야 무상급식이 이뤄지면 '세금폭탄'을 맞을 것이라고 겁을 주기도 했다. 대통령도 나서서 망국적 복지포퓰리즘이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언론들은 이를 여과 없이 받아써 제멋대로 만들어진 용어들을 일반화시켰다.
언론학에서는 흔히 이를 프레이밍(Framing)이라고 한다. 어떤 정치적 사회적 움직임이나 사건들에 대해 매스미디어가 만들어 낸 해석을 일컫는 용어를 말한다. 사회학자 어빙 고프만(Erving Goffman)은 프레임의 아이디어를 '해석의 설계'라고 명명했다. 이는 개인이나 단체로 하여금 어떤 사건이나 상황의 발생을 인지하고, 위치하게 하고, 알아보고, 이름 짓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고 했다. 또 의미를 부여하고 경험을 조직화하며 조직된 행동을 만들어 낸다고 한다. 이런 프레이밍은 작위적이어서 여론조작을 위해 악의적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이번 무상급식 주민투표 과정에서 나온 프레임들이 대부분 그렇다.
'망국적 복지포퓰리즘'이란 프레임이 대표적인데, 복지와 포퓰리즘을 동일하게 보고 복지정책은 궁극적으로 나라를 망하게 한다는 논리를 심어주었다. 유럽의 그리스나 스페인 등을 빗대 과다한 복지지출이 부실 재정을 가져왔다는 이른바 '복지 망국론'은 악의적인 왜곡에 불과하다. 오히려 국가는 복지지출 증대를 위해 재정을 건전하게 해야 할 의무가 있다. 건전 재정을 위해 복지지출을 줄여야 한다는 것은 앞뒤 바뀐 말이다.
궁극적으로 '복지'는 포퓰리즘이 될 수 없다. 사전을 보면 복지는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물질적, 문화적 조건을 충족한 상태'라고 한다. 대중적 인기나 비현실적인 선심성 정책을 내세워 지지를 이끌어 내 권력을 유지하거나 쟁취하려는 '포퓰리즘'하고는 맞지 않는다. 그래서 인간의 '삶의 질'을 뜻하는 복지를 두고 '포퓰리즘'이라는 용어로 포장해 프레이밍 한 것은 무식한 일이다. 만약 알고도 그랬다면 '저질'이다. 그런 점에서 '망국적 복지포퓰리즘'은 일반 국민들에게 복지=포퓰리즘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준 고약한 프레임이다.
무상급식이 이뤄지면 '세금폭탄'을 맞는다는 주장도 그렇다. '세금폭탄'이란 용어는 2005년 7월 '참여정부'가 부동산 가격 급등을 막기 위해 취한 양도세 강화와 종부세 상한제를 두고 일부 언론에서 사용한 이후 정착됐다. 당시 정책은 집 한 채 가지고 있는 서민들과는 무관한 일임에도 '세금폭탄'이라는 용어 하나로 서민들까지 참여정부에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무상급식을 실시할 경우 서울시가 추가로 부담해야할 금액은 690억원이라고 한다. 세금을 걷지 않아도 여타 선심성 토건 중심의 정책을 바꾸면 충분히 감당 가능한 액수다. 오히려 부자감세를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정부 정책부터 중단하는 일이 우선이다. 그런 점에서 '세금폭탄' 프레임은 국민들에게 무상급식=세금폭탄=재정파탄=망국이라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준 고약하고도 고약한 프레임이다.
대표적으로 악의적인 프레이밍은 '퍼주기'다. '국민의 정부' 시절인 2000년 9월 햇볕정책의 대북지원을 일부 정치인들이 '퍼주기'라고 규정하고 비난하면서부터 '퍼주기'라는 용어는 부정적인 용어의 대명사가 됐다. 인도적 지원이든, 차관이든, 민간교역이든 관계없이 대북지원은 안 된다는 인식을 널리 심어주었다. 이번 투표에서도 예의 그 '퍼주기' 프레임이 등장했다. 이른바 '무상급식=퍼주기 복지'인데, 그렇다면 그들에게 이렇게 물어보자. 대북지원이 '퍼주기'라서 중단했다면 그 돈이 남았을 것 아닌가? 그 돈으로 아이들에게 '퍼주기'는 할 수 없나? 그리고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에게 '퍼주기' 좀 해주면 안 되나? 모두가 괘씸한 심보들이다. 하여 아이들에게 밥 주는 것을 '퍼주기'로 잘못 인식하게 만들고 복지정책은 모두 '퍼주기'라는 식의 그릇된 생각을 심어준 이 프레임은 고약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프레임들에 한 번 갇히게 되면 사람들은 그 안에서 모든 것을 사고하고 행동한다.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그 안에서 헤어 나오기 어렵다. 그래서 언론이나 정치인은 어떤 사회현상이나 정치현상에 대해 프레이밍을 할 때 좀 더 신중해야 한다. 그릇된 인식을 심어줌으로써 얻는 정치적 이득보다는 그로인해 발생하게 될 국가적 폐해가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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