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돈비 어프레이드: 어둠 속의 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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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에선 빠진 이를 베개 아래에 두는 모양이다. 밤이 되면 ‘이빨 요정’이 나타나 헌 이를 가져가고 그 자리에 동전을 놓아둔단다. 그런데 이 요정이 생이까지 뽑아가려 든다면? ‘돈비 어프레이드: 어둠 속의 속삭임’은 ‘이빨 요정’ 전설을 공포극으로 그려냈다.
영화 내내 고풍스러우면서 어두컴컴한 집안 풍경이 공포감을 조성한다. ‘우린 널 기다렸어’, ‘우리 좀 풀어줘’하고 속삭이는 목소리와 미지의 뭔가가 존재하고 있다는 공포가 심장을 죄어온다. 집안을 헤집고 다니며 비밀을 들추는 어린 샐리의 호기심이 긴장감을 조성하고 어둠 속을 슬금슬금 기어다니며 모습을 드러내는 조그마한 괴생명체들은 소름이 돋을 만큼 오싹하다.
딱 기예르모 델 토로의 영화다. 탐미적이고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고풍스런 대저택, 섬세한 디자인, 환상을 보는 어린 소녀, 기괴하고 흉측한 요정 괴물은 ‘판의 미로: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와 판박이다. 처음엔 순수한 시각에서 우화를 다루지만 현실과 연결할수록 점점 무시무시해지는 이야기, 여기에 소녀의 희생을 덧붙이면 델 토로의 인장이 다 찍힌 셈이다.
우리나라에선 ‘15세 관람가’ 등급을 받았지만 미국에선 18세 이하면 부모를 동반해야 하는 R등급을 받았다. ‘슬금슬금 스며드는 공포’가 이유였다. 조금 큰 어린이들이 봤으면 했던 델 토로에겐 실망스런 일이었다.
델 토로의 이야기. “등급을 낮추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미국영화협회(MPAA)에 물어봤다. 그랬더니 그러더라. ‘대체 이토록 완벽한 호러영화를 왜 망치려는 거요?’” 1973년 미국 ABC가 방영한 TV영화 ‘돈비 어프레이드 오브 더 다크’를 리메이크했다.
/안순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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