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주환]'눈물'의 정치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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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주환]'눈물'의 정치공학

[NGO소리]최주환 대전사회복지관협회장

  • 승인 2011-08-24 13:49
  • 신문게재 2011-08-25 20면
  • 최주환 대전사회복지관협회장최주환 대전사회복지관협회장
▲ 최주환 대전사회복지관협회장
▲ 최주환 대전사회복지관협회장
얼마 전 오세훈 서울시장이 면도도 하지 않은 부석부석한 얼굴로 기자회견을 했다. 무상급식의 찬반을 묻는 투표일을 앞두고 무릎까지 꿇어가며 투표참여를 호소했다. 그 호소의 말미에 감정이 복받친 것인지 아니면 자기 설움 때문인지는 분명치 않으나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는 뜻밖의 장면이 목격되었다.

눈물의 발단은 무상급식이다. 모든 초등학생에게 전면적으로 무상급식을 실시하자는 의회의 결의에 대해 오 시장은 결단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반대했다. 각종의 논리들이 등장했다. 부자 아이에게 공짜 밥을 주는 것이 옳지 않다는 논리에서부터 통일이후의 교육환경을 운운하는 지경까지 실로 다양하고 별스러운 논리들을 개발하여 무상급식의 부당함을 온 몸으로 전달하려 했다. 그런데 선거관리위원회가 불법이 아니라고 규정하기는 했지만 무상급식 반대투표를 독려하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그만 눈물을 보인 것이다. 미리 계산된 행동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왠지 어색하고 뜬금없는 장면이었다.

고위 공직자들의 청문회에서도 눈물은 자주 등장한다. 불법적인 주소이전행위나 어떤 국민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라고 믿었던 병역의 의무를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완수하지 못하고는 뒤늦게 잘못되었다고 인정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그것이다. 이 정부 들어서 너무나 자주 목격한 일인지라 별 감흥도 없는데 그분들의 눈물은 여전히 텔레비전과 신문의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조만간 개각이 이루어지면 또 다시 이런 그림을 보게 되는 것이 아닌지 벌써부터 걱정스럽다.

높은 분들이 내세우는 눈물의 사연은 가지가지다. 국민의 감성을 자신의 주장에 근접하도록 유도하는 과정이나 탈법적인 일들의 대부분이 자식의 교육과 가족의 안녕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하소연의 과정에서 난데없는 눈물이 등장한다. 어쩌면 하나 같이 궁색한 이유들에 눈물이 솟구치는지 딱한 노릇이거니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와 민족을 위한 일에 헌신할 수 있도록 배려해 달라는 읍소는 더욱 가관이어서 이쯤 해두는 것이 아침정서에 이롭다.

눈물이 국민의 마음을 움직인 사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보시절 선거광고다. 흑백으로 처리된 화면에 노무현 후보가 굵은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보고 국민들은 투표장으로 몰려갔다. 그가 무슨 노래를 불렀고 왜 우는지는 몰라도 좋았다. 그의 눈물이 자신의 눈물로 인식되고 급기야 우리의 눈물로 공감되면서 저 사람이라면 우리 아픔도 보듬어 줄 것이라고 믿어버린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공과에 대한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다른 이야기를 하기는 어렵지만 그의 눈물이 기적을 일구어낸 단초가 되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눈물은 이런 때 흘리는 것이다.

장애아동들의 공연을 보면서 눈물을 훔치던 이명박 대통령 내외의 사진도 국민들을 감동시켰다. 물론 그 후에 장애아동을 위한 복지정책의 확충을 위해서 노력했다는 소식을 접하지는 못했지만, 장애아동들을 보며 눈물을 보인 대통령 내외의 모습 그 자체는 감동적이었다.

눈물을 흘려야 할 일이 있으면 흘려야 한다. 눈물을 흘려야 할 일이 있는데도 그 눈물을 안으로만 삼키면 정신건강을 치명적으로 해치는 결과에 이르게 된다. 다만 눈물도 흘려야 할 자리가 따로 있는 법이고, 눈물을 흘려야 할 이유가 분명해야 한다. 더욱이 공적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눈물을 흘릴 때는 국민들의 공감이라는 조건을 마땅히 충족해야 한다.

천문학적인 국민의 혈세를 허공에 날려버리는 일을 저질러 놓고 그 일의 해법을 찾는다면서 뒤늦게 눈물을 흘린다거나 말도 안 되는 행태로 국민들을 실망시켜 놓고 그것의 이해를 구하는 과정에서 눈물을 보여서는 안 된다. 정치인이 흘려야 할 눈물은 양극화된 사회경제적 폐단 때문에 고통 받고 실의에 빠진 국민들의 손을 잡았을 때 흘려야 정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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