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민]소외된 다수를 위한 지식재산의 나눔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김영민]소외된 다수를 위한 지식재산의 나눔

[수요광장]김영민 특허청 차장

  • 승인 2011-08-23 14:49
  • 신문게재 2011-08-24 21면
  • 김영민 특허청 차장김영민 특허청 차장
▲ 김영민 특허청 차장
▲ 김영민 특허청 차장
최근 스마트폰, 발광다이오드(LED), 컴퓨터 등 전기·전자 정보통신분야에서 글로벌 기업 간에 특허를 무기로 시장을 확보하기 위한 특허분쟁이 치열해 지고 있다. 특히 세계시장에서 약진하고 있는 우리 기업을 견제하기 위해 글로벌 기업의 우리 기업에 대한 특허소송 공세도 격렬해지고 있다.

그야말로 지식재산을 무기로 하는 '특허전쟁'의 한복판에 서 있는 느낌이다.

하지만 첨단 특허기술의 전쟁터에서 시야를 조금만 넓혀보자. 전 세계 인류 중 스마트폰 사용자는 10%미만이며 일반 휴대폰을 가진 사람 전부를 합해도 전체 인류의 절반에 훨씬 못 미친다. LED 디스플레이 기술이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화질과 선명도가 뛰어난 LED TV까지 진화했다 하더라도 아직 흑백 TV도 가지지 못한 사람이 대다수다. 가정에서 냉온 정수기를 통해 편하게 시원하거나 따뜻한 물을 마실 수 있게 되었지만, 아프리카 수백만 명의 사람들은 물 부족과 오염된 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다. 이들에게 스마트폰이나 LED TV는 그저 사치품일 뿐이며 당장 불을 뗄 연료를 조금 더 쉽게 구할 수 있는 기술,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물을 구할 수 있는 기술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첨단 기술이 아니더라도 개발도상국이나 저개발국 국민들의 현실에 꼭 필요한 수준의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적정기술이란 선진국에서 활용 가치가 적지만 개도국에서는 효용이 큰 기술을 말한다. 적정기술은 많은 투자가 필요하지 않고, 에너지 소모가 적으며, 누구나 쉽게 배우고 적용할 수 있어 유지보수가 가능해야 한다. 또한 가급적 현지에서 생산하는 재료를 쓰고, 적은 규모의 사람이 모여 제품을 만들 수 있어야 하는 기술이다.

10%미만의 인류에게 혜택을 주는 최첨단 기술과 달리 소외된 90%이상의 다수에게 필요한 첨단기술과 하위기술의 중간기술, 대안기술인 것이다.

맑은 물을 구하기 어려운 아프리카 주민들을 위해 개발된 빨대형 휴대용 정수기인 라이프 스트로(Life Straw)나 멀리 떨어진 식수원에서 물을 보다 쉽게 운반할 수 있도록 고안된 줄로 굴릴 수 있는 원주형 물통인 Q드럼(Q Drum) 등 당장 아프리카 주민들의 현실에 꼭 필요한 수준의 기술이 그 좋은 예다.

특허청은 2009년부터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특허정보를 활용한 적정기술 개발과 보급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지난해에는 국제구호개발단체인 굿네이버스(Good Neighbors)와 협력해 아프리카 등에 버려지는 사탕수수 껍질을 이용한 숯 제조기술과 버려지는 망고를 지역주민의 소득증대사업으로 개발한 건조망고 생산기술 등을 현지에 보급하였다.

올해는 캄보디아의 식수환경 개선을 위한 적정기술개발사업을 진행 중이며, 1억 5000만 건에 이르는 특허 데이터로부터 적정기술 개발에 필요한 정보검색이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첨단 특허기술 분야에서 미래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원천·핵심 특허 확보의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이와 더불어 최근 우리나라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 가입과 G20 정상회의 개최 등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발돋움한 국가품격도 고려할 때가 왔다. 특허 선진 5개국(IP5)에 속한 우리의 기술과 지식으로 소외된 다수의 저개발국의 국민을 돕는 지식재산 나눔사업에도 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1.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2.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3.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4.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5.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헤드라인 뉴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년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가 2024년 가을 문턱을 넘지 못하며 먼 미래를 다시 기약하게 됐다. 세간의 시선은 11월 22일 오후 열린 세종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이하 산건위, 위원장 김재형)로 모아졌으나, 결국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산건위가 기존의 '삭감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서다. 민주당은 지난 9월 추가경정예산안(14.5억여 원) 삭감이란 당론을 정한 뒤, 세종시 집행부가 개최 시기를 2026년 하반기로 미뤄 제출한 2025년 예산안(65억여 원)마저 반영할 수 없다는 판단을 분명히 내보였다. 2시간 가까운 심의와 표..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생존 수영 배우러 갔다가 수영의 매력에 빠졌어요." 접영 청소년 국가대표 김도연(대전체고)선수에게 수영은 운명처럼 찾아 왔다. 친구와 함께 생존수영을 배우러 간 수영장에서 뜻밖의 재능을 발견했고 초등학교 4학년부터 본격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김 선수의 주 종목은 접영이다. 선수 본인은 종목보다 수영 자체가 좋았지만 수영하는 폼을 본 지도자들 모두 접영을 추천했다. 올 10월 경남에서 열린 105회 전국체전에서 김도연 선수는 여고부 접영 200m에서 금메달, 100m 은메달, 혼계영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무려 3개의..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속보>="내 나름대로 노아의 방주 같아…'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이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3층 높이 폐기물을 쌓아온 집 주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