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철] 천재 과학자가 전하는 정신 생물학

[강신철] 천재 과학자가 전하는 정신 생물학

노벨상 수상자 에릭 캔델, 뇌과학 발달과정 체계적으로 종합한 과학서

  • 승인 2011-08-23 14:07
  • 신문게재 2011-08-24 12면
  • 강신철 백북스 운영위원장강신철 백북스 운영위원장
[백북스와 함께 읽는 책 - 기억을 찾아서]

에릭 캔델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나 하버드대학교에서 정신분석학을 공부하고 뉴욕대 의대를 거쳐 컬럼비아대학 정신의학부 교수 겸 카블리 뇌과학 연구소 소장을 역임했다. '군소'라고 하는 바다 달팽이를 실험하여 뇌의 학습과 기억 메커니즘을 밝혀낸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 기억을 찾아서
▲ 기억을 찾아서
이 책은 저자가 어렸을 때 오스트리아와 나치의 공모 하에 유대인이 추방당해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망명하던 시절부터 시작해서 노벨상을 받고 빈으로 금의환향했다가 다시 뉴욕의 삶터로 돌아오기까지의 삶의 여정과 그의 연구과정을 '기억을 찾아서' 기술한 자서전이자 뇌과학의 발달과정을 체계적으로 종합한 과학서다.

에릭 캔델은 학부시절부터 인간의 동기와 행동의 비합리적인 뿌리를 이해하기 위해 정신분석에 매료됐다. 뉴욕의대에서 생물학을 전공한 그는 학습과 기억의 신비를 생물학을 통해 탐구할 생각을 했다. 편안한 정신과 의사로서의 삶을 포기하고 고난이 따르는 기초과학 연구자로서의 인생을 시작한 것이다.

그는 그의 연구태도에서 '정신을 이해하려면 뇌를 한 번에 세포 하나씩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해 준 지도교수, 그런드페스트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다고 한다. 과학은 추측과 반박의 순환이 끝없이 계속 다듬어지는 방식으로 진보한다는 칼 포퍼의 과학철학적 관점도 그에게 큰 영향을 줬다. '실험실에서 과학은 자연에 관한 흥미로운 질문을 제기하고, 그 질문이 중요하며 잘 짜여 있는가에 대하여 토론하고, 그 특수한 질문에 대한 잠정적인 대답들을 시험하기 위한 실험을 고안하는 일이다'라고 한 말에서 그의 개방적인 연구태도를 엿볼 수 있다. 그는 실험실의 동료들과 자유로운 토론과 논박을 즐겼고 가족들과의 문화적 소통을 중시했다.

캔델 박사는 동료연구자들과 함께 바다달팽이의 일종인 '군소'의 학습된 단순 반응을 그것을 매개하는 뉴런과 시냅스로 환원하는 데 성공했고, 학습이 감각뉴런과 운동뉴런 사이의 기존 연결의 세기를 일시적으로 변화시킴으로써 단기기억을 산출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 그는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전환하는 유전자스위치가 단순한 과제들을 학습하는 다양한 단순한 동물들에서 동일하며 기억 저장의 핵심 메커니즘은 종의 차이를 넘어서 보존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장기기억 형성을 위해 유전자가 켜져야 한다는 사실은 유전자가 단순히 행동의 결정자가 아니라 학습과 같은 환경적 자극에 반응하기도 한다는 것을 밝혀낸 것이다.

생물학자로서 에릭 켄델은 헬름홀츠와 마찬가지로 정신과정은 본성상 생물학적이며 물리학이나 화학과 같은 엄밀한 과학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는 환원주의적 입장을 취했다. 1970년대 이후 뇌 과정에만 관심을 가져왔던 신경과학은 정신 과정에만 관심을 두어왔던 행동주의 심리학 및 인지심리학과 융합하기 시작했다. 오로지 자극에 대한 반응에서 비롯된 행동에만 초점을 맞추는 행동주의나 추상적인 내적 표상 개념에만 집중하는 인지심리학과 달리, 서로 융합된 인지심리학과 세포신경생물학은 행동으로 이어지는 실재적이고 물리적인 표상, 즉 뇌 속의 정보처리 능력을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됐다. 그가 추구한 융합의 목표는 기초 생물학을 추진하는 극단적 환원주의와 인간 정신을 이해하려는 인본주의적 노력을 결합하는 것이었다. 결국 그가 추구하는 뇌과학의 궁극적 목표는 자연 세계에 대한 물리학적·생물학적 연구들과 그 세계에서 인간 정신과 인간 경험의 내밀한 결을 이해하면서 살아가는 거주자들을 연계시키는 것이었다.

그는 오랫동안 자신을 사로잡을 수 있는 연구문제를 좋아했고 여러 분야의 경계에 있는 문제들을 좋아했다. 그는 과학에 관한 추상적인 글을 읽는 것보다 실험에 관한 과학적인 글을 읽는 것이 더 의미 있고 재미있게 여겼다. 그의 부인 드니스와 공유한 음악과 미술에 대한 열정 덕분에 더욱 풍부한 연구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그는 회상한다. 마치 오케스트라 지휘자같이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을 융합하여 조화시키는 능력을 가진 에릭 캔델은 위대한 과학자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온기 페스티벌" 양산시, 동부 이어 서부 양산서 13일 축제 개최
  2. 천안 불당중 폭탄 설치 신고에 '화들짝'
  3. 롯데백화점 대전점, 성심당 리뉴얼... 백화점 중 최대 규모 베이커리로
  4. '벌써 50% 돌파'…대전 둔산지구 통합 재건축 추진준비위, 동의율 확보 작업 분주
  5. 천안시, 2026년도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 참여자 모집
  1. 대전 학교 냉난방 가동 체계 제각각 "중앙통제·가동 시간 제한으로 학습권·근무환경 영향"
  2. [중도초대석]김연숙 심평원 대전충청본부장 “진료비 심사, 의료질 평가...지속가능한 의료 보장”
  3. ‘조진웅 소년범’ 디스패치 기자 고발당해..."소년법, 낙인 없애자는 사회적 합의"
  4. [충남 소상공인 재기지원] 노후 전선·붕괴 직전 천장… 충남경제진흥원 지원 덕에 위기 넘겨
  5.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

헤드라인 뉴스


‘호국영령, 충남 품으로’… 부여국립호국원 건립사업 탄력

‘호국영령, 충남 품으로’… 부여국립호국원 건립사업 탄력

조국을 위해 헌신한 호국영령을 기리고 모시는 ‘부여국립호국원’ 조성사업이 탄력을 받게 됐다. 전국 광역도 중 유일하게 국립호국원이 없었던 설움을 씻어내고 충남에서도 호국영령을 제대로 예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의원(충남 공주·부여·청양)은 9일 총사업비 495억원 규모의 부여국립호국원 조성사업을 위한 2026년 타당성 연구용역비 2억원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올해 1월 말 기준 충남 보훈대상자는 3만3479명으로, 참전유공자·제대군인 등을 포함한 향후 국립묘지 안장 수요는 1만8745명으로..

흔들리는 국내 증시에도…충청권 상장기업, 시총 179조 원 돌파
흔들리는 국내 증시에도…충청권 상장기업, 시총 179조 원 돌파

인공지능(AI) 버블 우려와 미국 12월 금리 변동 불확실성으로 국내 증시가 흔들리고 있지만, 충청권 상장사들의 주가는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일반서비스와 제약 업종의 활약이 돋보이면서 한 달 새 충청권 상장법인의 시가총액은 전월 대비 4조 5333억 원 증가했다. 한국거래소 대전혁신성장센터가 9일 발표한 '대전·충청지역 상장사 증시 동향'에 따르면 11월 충청권 상장법인의 시가총액은 179조 446억 원으로 전월(174조 5113억 원) 보다 2.6% 늘었다. 같은 기간 충북 지역의 시총은 2.4%의 하락률을 보였다. 대전..

태안화력발전소 폭발 사고 발생… 2명 중상입고 병원 이송
태안화력발전소 폭발 사고 발생… 2명 중상입고 병원 이송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폭발로 인한 화재가 발생해 2명이 중상을 입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9일 오후 2시 43분께 "태안화력발전소 후문에서 가스폭발로 연기가 많이 나고있다"는 신고가 접수돼 소방인력 78명과 소방차 등 장비 30대가 현장으로 출동했다. 해당 폭발로 인해 중상을 입은 2명은 병원으로 이송 중이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당국은 현장에 도착한 지 1시간여 만인 오후 3시 49분께 초진을 완료했고 현재 자세한 사고원인을 조사하고 있다.내포=오현민 기자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졸업 축하해’ ‘졸업 축하해’

  •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

  • 알록달록 뜨개옷 입은 가로수 알록달록 뜨개옷 입은 가로수

  •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