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권]사람 사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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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권]사람 사는 집

[중도마당]민병권 법무법인 내일 변호사

  • 승인 2011-08-22 14:24
  • 신문게재 2011-08-23 20면
  • 민병권 법무법인 내일 변호사민병권 법무법인 내일 변호사
▲ 민병권 법무법인 내일 변호사
▲ 민병권 법무법인 내일 변호사
필자가 예전에 독일에 있을 때 아는 분의 집에 얼마동안 머문 적이 있었다. 그 집은 3층짜리 단독주택이었는데 요즘 우리나라에서 유행하는 타운하우스의 일종이었다. 독일은 우리와 달리 주거형태로서 아파트가 매우 드물고 대부분의 주거형태가 단독주택이나 타운하우스로 되어 있다. 그리고 아파트라고 하더라도 10층 이하가 대부분이고, 아파트 동간 간격이 상당히 넓고 그 사이에 숲이 조성되어 있어서 앞동 사람을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그런지 독일에 머문 동안 도시의 스카이 라인이 나의 가슴을 답답하게 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 있을 때에는 하도 익숙해져 있어서 고층 아파트로 뒤덮인 도시의 스카이 라인을 크게 의식하지 못하였는데, 독일을 갔다 온 후 우리의 도시를 보니 새삼 '우리가 높다란 성냥갑 사이에서 답답하게 살고 있었구나'는 생각이 들었다.

1980년대 초기만 해도 우리네 도시들은 1층 또는 2층의 단독주택이 촘촘히 있는 주택가와 높아 보았자 5층을 넘지 않는 상가가 대부분 차지하고 있었다.

1970년대말 15층 높이의 동양백화점 건물이 생기자 애 어른 할 것 없이 신기한 듯 구경하러 그 곳에 사람들이 모인 것처럼 과거에 고층건물은 우리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것이었다.

특히 아파트라는 주거공간은 예전에는 아주 낯선 존재였다. 1층 슬래브 집에서 집주인과 세든 신혼부부가 그다지 넓지 않은 방에서 더불어 살고, 그러한 집들이 연이어 있어서 동네 사람들은 동네 연쇄점 앞 툇마루에 모여 앉아 이런 저런 사는 얘기를 많이 하는 '평면적 의사소통 공간'이 바로 우리의 도시삶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고층의 아파트나 오피스텔이 우리나라 도시의 주거형태로 일반화 되었고, 이러한 현상은 도시뿐 아니라 시골의 읍면에까지도 퍼져나갔다.

수직적 구조의 아파트가 등장하면서 과거의 평면적 의사소통 공간은 자연스럽게 배제되었고, 그에 따라 도시지역내에서의 주민들간의 대화 또한 단절되기 시작하였다. 아울러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는 주거의 브랜드화와 계량화가 완비되어 '나는 무슨 아파트에 산다', '네 아파트는 몇 평이냐?'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올 정도로 우리 도시민들의 가치는 아파트라는 공간으로 포장되었다.

예전에 TV광고에서 “당신이 사는 아파트! 바로 당신을 말해 줍니다”라는 카피가 있었다. 그리고 서울에서는 초등학생들이 같은 아파트에 사는 친구들끼리만 어울린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사람의 성품, 자질, 성향, 의지, 네트워크 등 사람의 가치를 평가할 여러 가지 기준들이 무시된 채 그 사람이 거주하고 있는 껍데기인 공간이 그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 일반화된 사회가 되었다. 그리고 수평적 동선이 차단되어 같은 커뮤니티 안에서조차 의사소통을 원활히 하기가 무척 어려워져 이웃간의 담은 예전보다 훨씬 높아져 버렸다. 대신에 시민들은 수직화 된 주거구조 아래서 가족이라는 최소 단위의 공동체를 유지한 채, 좀 더 넓은 평수의 좀 더 알려진 브랜드의 아파트를 꿈꾸게 되었다.

좁은 국토공간을 감안하여 첨단 설비의 고층아파트가 공급되면서 우리들은 과거에 비해 넓고 안락한 주거공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은 사실이고, 이러한 아파트 공급이 우리 경제발전에 기여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로 인해 우리네 삶은 더 고독해졌고, 더 물질중심적이 되었고 그에 따라 과거의 많은 정신적 가치들이 망각되고 있다. 도시에서 과거 누렸던 수평적 의사소통을 되살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행복한 시민을 만들고 아름다운 도시를 만드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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