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취적 기상ㆍ역사문물 오롯이 '백제의 寶庫'

진취적 기상ㆍ역사문물 오롯이 '백제의 寶庫'

1971년 송산리 고분군 배수로 공사중 발견… 1450년만에 위용 드러내 20세기 한국 고고학 발굴 최대성과 불구 하룻밤만의 졸속발굴 아쉬움

  • 승인 2011-08-22 13:46
  • 신문게재 2011-09-01 44면
  • 박수영 기자박수영 기자
●백제 문화예술의 정점 학가지 재조명

1400여 년간 잠들었던 백제 문화가 다시 깨어나고 있다.

1971년 7월 5일, 장마철을 앞두고 배수로 공사가 한창이던 충남 공주의 송산리 고분군에서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

공사 도중 가지런히 쌓은 벽돌들이 나타났고, 바닥에 놓인 두 장의 돌판 중 하나에서 ‘영동대장군백제사마왕’(寧東大將軍百濟斯麻王)이라는 명문이 출토, 즉 무령왕의 무덤이었다.

백제 제25대 무령왕(武寧王·재위 501~523)과 왕비의 합장무덤인 무령왕릉은 그렇게 우연히 1450년의 긴 잠에서 깨어났다.

백제고분은 대부분 일제 등에 의해 도굴피해를 입었지만, 무령왕릉은 도굴 피해를 입지 않고 원형을 그대로 갖추고 발견됐다.

무령왕릉 발굴은 20세기 한국 고고학 발굴의 최대 성과로 꼽힌다.

지금까지 확인된 삼국시대 왕릉 가운데 무령왕릉처럼 무덤의 주인공을 알려 주는 묘지석 등의 명문이 출토된 사례도 유일하다.

이처럼 삼국시대 왕릉 중 무덤 주인이 누구인지 정확히 확인된 유일한 최초의 왕릉으로 역사적 학술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무령왕릉에서는 왕과 왕비의 금동신발, 머리에 쓰는 금제 관 장식, 중국 도자기 등 108종 4687점(국보 12종 17점 포함)의 유물이 출토됐다.

무령왕릉의 무덤양식 자체도 백제식이 아닌 당시 양 나라와 동일한 아치형 전축분으로 백제의 국제성을 주목하는 계기가 됐다.

무령왕릉은 전축분이라는 중국 남조 계통의 무덤 형식과 중국제 도자기, 일본산 금송을 사용한 관재 등의 존재를 통해 백제의 해상국가의 면모를 보여준다.

그중에서도 출토된 백자 등잔은 현재까지 출토된 백자 중 세계 최초이기에 더위 의미가 깊다.

금송은 일본 열도 남부지역의 특산물로, 일본에서도 왕실이나 유력 귀족들이 관으로만 사용됐다.

이 같이 당대 중국과 일본까지 아우르는 무령왕릉을 통해 그 무렵 백제의 모습을 조금은 추측해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밖에도 중국산 도자기 및 등잔 등이 백제의 뛰어난 세공기술을 담아낸 금제 장식과 함께 부장되어 있었다.

▲ 1971년 7월 8일 무령왕릉은 1450년만의 긴잠에서 깨어났다.(사진은 10여명으로 구성된 발굴단이 무령왕릉 입구를 열고 있는 모습)
▲ 1971년 7월 8일 무령왕릉은 1450년만의 긴잠에서 깨어났다.(사진은 10여명으로 구성된 발굴단이 무령왕릉 입구를 열고 있는 모습)
이처럼 송산리 6호분 배수로 공사 도중 우연히 발견된 무령왕릉은 역사학계에서 해방 이후 최고의 발굴로 꼽히는 동시에 국내 고고학 사상 최악의 졸속 발굴이라는 천추의 한을 남기게 된다.

당시, 무덤의 주인까지 확실한 처녀분 발굴이라는 경이로운 상황에 모두 너무 흥분한 나머지 철야로 무덤개봉에서 유물 수습까지 하룻밤 만에 졸속발굴을 완료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록이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은 백제, 무령왕릉은 그런 백제에 대해 많은 걸 알려주는 역할을 했다.

무령왕릉으로 인해 백제역사연구가 엄청난 발전을 이룬 것이다.

김승희 국립공주박물관장은 “그동안 무령왕에 대한 피상적인 이해만 있었지만 1971년 당시 무령왕릉이 발굴됨으로써 실체가 확인될 수 있었고, 왕의 이름이 정확하게 나온 유일한 단일 무덤으로 역사적 가치가 크다”며 “백제는 서울부터 전라남도 영산강 주역 더 나아가 일본 등까지 동아시아에서까지 문화를 전파하는 등 백제문화가 차지하는 역사적 위상과 가치가 새롭게 정리되고 부각돼야 한다”고 말했다./박수영 기자 sy870123@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논란의 금속보호대 대전교도소 1년간 122회 사용… 기록누락 등 부실도
  2. 이철수 폴리텍 이사장, 대전캠퍼스서 ‘청춘 특강’… 학생 요청으로 성사
  3. 고교학점제 취지 역행…충청권 고교 사교육업체 상담 받기 위해 고액 지불
  4. ‘숭고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
  5.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대전충청본부, 치매안심센터 찾아 봉사활동
  1. 서울대 10개 만들기·탑티어 교수 정년 예외…교육부 새 국정과제 본격 추진
  2. 세종 BRT예정지 미리알고 땅 매입한 행복청 공무원 "사회적 신뢰 훼손"
  3. "치매, 조기진단과 적극적 치료를" 충남대병원 건강강좌
  4. 새 정부 교육 국정과제 '시민교육 강화' 대전교육 취약 분야 강화 기대
  5. [세종 다문화] 군사 퍼레이드와 역사 행사, 다문화 가정이 느끼는 이중적 의미

헤드라인 뉴스


충남도 5년간 11조 투입해 서해안 수소벨트 구축

충남도 5년간 11조 투입해 서해안 수소벨트 구축

충남도가 석탄화력발전소 밀집 지역인 서해안 일원에 친환경 수소산업 벨트를 구축한다. 도는 수소 생산부터 저장, 활용까지 국내 최대 수소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해 글로벌 수소 허브로 탈바꿈시킨다는 목표다. 김태흠 지사는 18일 서산 베니키아호텔에서 열린 '제7회 수소에너지 국제포럼'에서 19개 기관·단체·대학·기업과 업무협약을 맺고, 서해안 수소산업 벨트 구축 본격 추진을 선언했다. 이날 포럼에는 김 지사와 제프 로빈슨 주한 호주 대사, 니쉬 칸트 씽 주한 인도 대리 대사, 예스퍼 쿠누센 주한 덴마크 에너지 참사관 등 500여 명이 참석..

불꽃야구, 한밭야구장에서 직관 경기 열린다
불꽃야구, 한밭야구장에서 직관 경기 열린다

리얼 야구 예능 '불꽃야구'가 대전 한밭야구장(대전 FIGHTERS PARK)에서 21일 오후 5시 직관 경기를 갖는다. 18일 대전시에 따르면 이번 경기는 한밭야구장을 불꽃야구 촬영·경기 공간으로 활용하기로 한 협약 이후 시민에게 개방되는 첫 무대다. '불꽃야구'는 레전드 선수들이 꾸린 '불꽃 파이터즈'와 전국 최강 고교야구팀의 맞대결이라는 예능·스포츠 융합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다. 21일 경기는 수원 유신고와 경기를 갖는다. 유신고는 2025년 황금사자기 준우승, 봉황대기 4강에 오른 강호로, 현역 못지않은 전직 프로선수들과의..

추석 앞두고 대전 전통시장 찾은 충청권 경제단체장들 "지역경제 숨통 틔운다"
추석 앞두고 대전 전통시장 찾은 충청권 경제단체장들 "지역경제 숨통 틔운다"

충청권 경제 단체들이 추석을 앞두고 대전지역 전통시장을 찾았다. 내수 침체로 활력을 잃은 지역경제에 숨통을 틔우기 위한 캠페인을 위해서다. 특히 이번 캠페인에는 이상천 대전세종중소벤처기업청장이 취임 직후 첫 공식일정으로 민생현장을 찾아 눈길을 끌었다. 대전세종충남경제단체협의회(회장 정태희)는 지난 17일 오전 대전 서구 한민시장에서 '지역경제 활성화 캠페인'을 개최했다. 행사에는 이상천 중기청장을 비롯해 정태희 회장(대전상의 회장), 김석규 대전충남경영자총협회장, 송현옥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대전지회장, 김왕환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민생회복 소비쿠폰 2차 지급 준비 만전 민생회복 소비쿠폰 2차 지급 준비 만전

  • 2025 적십자 희망나눔 바자회 2025 적십자 희망나눔 바자회

  • 방사능 유출 가정 화랑훈련 방사능 유출 가정 화랑훈련

  • ‘숭고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 ‘숭고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