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700년 백제의 역사, 1400년 패망의 한을 품고 잠들어 있던 그 찬란한 문화유산이 1971년 무령왕릉의 발굴과 함께 우리 곁에 살아 돌아왔다.
백제의 역사는 지금도 우리 곁에 살아 숨 쉬고 있다. 이제 그 가치를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백제의 역사, 그리고 백제인의 뛰어난 예술혼과 정신세계는 그 찬란한 역사를 꽃피웠던 이곳 충청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백제는 건국에서 패망에 이르기까지 700여 년간 동방의 큰 빛으로 문화의 꽃을 피웠다.
그 화려한 문화의 시대, 백제의 문화는 이웃 나라에 전파돼 새로운 동아시대 문화의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후세 우리의 뇌리에 백제는 잃어버린 왕국 또는 묻혀버린 국가로만 남아 있다.
고구려와 신라의 힘차고 찬란한 문화를 논할 때 백제는 그저 패망한 나라일 뿐이었다.
패망한 역사로만 우리에게 기억돼 왔던 백제의 역사와 문화는 40년 전 무령왕릉의 발굴과 함께 그 화려하고 풍부한 유물로 진가를 알렸으며, 1993년 백제 금동대향로의 발굴과 함께 백제의 정신세계와 예술적 역량은 다시 한번 깨어났다.
무령왕릉은 우리나라에서 무덤의 주인공을 확인할 수 있게 된 최초의 왕릉이라는 점에서 역사·고미술학계를 흥분케 했다.
특히 무덤 구조가 백제식이 아니라 당시 중국 남조에서 유행하던 벽돌무덤(전축분ㆍ塡築墳) 양식인 점은 백제의 국제성을 주목하는 계기가 됐다. 이처럼 무령왕릉 발굴은 꺼져가던 백제 역사의 맥박을 되살렸을 뿐 아니라 고대 동아시아의 찬란한 문명 교류사까지 복원해냈다.
백제는 북쪽의 고구려와 동남쪽의 신라사회보다 뛰어난 문화력을 가진 강력한 국가로 중국본토에까지 지배력을 뻗쳤고, 진취적 기상으로 바다를 건너가 일본 땅을 경영해 오늘의 일본민족 국가사의 뼈대로 그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한국유역에만 안주하지 않고 세계로 뻗어나가는 강대국이었던 것이다.
이제 역사의 뒤편에 가려져 있던 백제에 내재하고 있었던 웅대한 힘을 모아 백제사를 재조명해 볼 준비가 필요하다.
‘화려하고 아름다우나 지나침이 없고 소박하고 검소하지만, 결코 누추하지 않다.’ 바로 백제문화를 단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일본에 문화를 전파했던 우리 선조의 뜻과 정신을 이어받고 과거를 통해 우리의 현실을 인식하는 시작의 첫발로 우리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꿈꾸고 있다.
일본 아스카 문화에 큰 영향을 주었고 실용적인 학문과 기술 그리고 건축과 미술 등 거의 모든 분야에 우수성을 드러낸 백제의 역사는 이제 새로이 우리에게 다시 인식되고 있다.
앞으로 글로벌 강국을 지향한 기술ㆍ콘텐츠 강국으로서 ‘백제의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고, 동아시아의 거대한 역사를 품은 백제를 바탕으로 충청의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 갈 때이다.
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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