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경원 대전발전연구원ㆍ녹색생태관광사업단장 |
청사 이전에 따라 중앙에 상주하던 공무원이 대전에 새로운 둥지를 튼지도 13여년이 지났다.
현재 정부대전청사는 관세청, 조달청, 통계청, 병무청, 문화재청, 산림청, 중소기업청, 특허청, 국가기록원 등 8개 청 및 부단위의 6개 소속기관이 자리잡고 있고 4139명이 근무하고 있다.
내년 7월에는 세종특별자치시가 출범한다.
이에 따라 2014년 말까지 9부 2처 2청 등 36개 중앙행정기관 1만여명의 공무원과 국토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 등 16개의 국책연구원 3350명의 연구원이 세종시로 이전이 예정돼 있다.
하지만 지난 3월 국무총리실이 세종시 이전대상 16개 중앙행정기관 공무원 1만17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결과, 가족 전체 동반이주 31.7%, 가족 일부 동반 이주 14.4% 등 가족과 함께 이주하겠다는 응답자는 46.1%로 나타났다.
단독이주 40.6%를 비롯해 현재 거주지에서의 출퇴근하겠다는 응답자도 13.4%다.
설문조사 결과는 새로운 정주환경을 갖춘 세종시에 가족이 정착하는 것은 아직 무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것을 시사한다.
또 세종시 이전이 가시화되자 이전기관의 공무원들이 서울에 남는 부처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현실적 배경으로 미혼자는 결혼을, 기혼자는 자녀교육과 배우자 직장 문제 등이 떠오르고 있다.
대전정부청사가 이전한 지 10주년이 된 2008년도에 조사결과, 대전정부청사에 근무하는 공무원 중 96.5%가 대전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거형태는 자가 45.1%, 전세 40.4%, 월세 4.7% 등이다.
이주한 공무원 중 자가 주거형태가 45% 이상을 차지하는 것은 대전이 정착지로 자리잡았음을 보여주는 징표다.
대전생활에 불편사항이 없다가 29.5%, 문화예술 향유 기회 부족 25.1%, 교육기회 부족 18.4%, 여가 오락공간의 부족 13.4% 순으로 나타났다.
중앙에서 지방으로 내려온 이주 공무원들의 욕구충족을 위해 문화·예술과 여가·오락공간의 마련도 중요하다.
하지만 자녀들의 교육시설과 교육수준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학교 신설에 따른 우수교사의 확보와 충원이 중요한 과제임을 알 수 있다.
서울지역의 대학진학율이 높은 선호도를 차지하는 현실에서 진학자녀를 둔 부모들에게는 서울을 떠나 지방으로 거주지를 옮기는 것은 모험이라고 볼 수 있다.
정부대전청사는 기존 도시가 형성된 곳으로 이전한 경우다. 세종시는 신개발지역에 청사가 이전하는 신도시다.
이에 따라 주택과 교육기관, 의료 및 공공편의 시설 등이 신설되도 초기에는 정주여건에 대한 불안감이 상존할 수밖에 없다.
이주 공무원들과 가족들이 적응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관공서 중심의 행정도시라는 상징성이 크기 때문에 이주민들이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하는데도 일정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주 공무원과 연구원의 가족들이 삶의 터전이 바뀌는 것에 따른 우려를 갖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안정적으로 정착하도록 안정된 주거시설과 교통환경의 조성, 우수한 교육환경과 교육기관의 입지, 창의적이고 품격 높은 문화예술 인프라 구현, 여가 오락공간의 확보, 최고의 의료시설 구비 등 실효성 있는 정주 지원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특히, 세종시의 최인접도시인 대전시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세종시가 자족적인 도시환경을 갖추는데는 적지 않은 세월이 필요하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 기간동안 대전시는 세종시의 배후도시로 실질적 정주환경 제공도시로 역할을 수행해 나가야 한다.
세종시 이전의 안정성과 기대감은 이러한 대전시의 역할이 얼마나 극대화되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세종시와 대전시가 상호보완적인 차원에서 도시발전의 새로운 지평을 열기 위해서는 대전이 보유한 다양한 유무형의 자원이 체계적으로 연계되는 전략이 추진돼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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